파리털, 꽃며느리밥풀, 잔대, 짚신나물, 등골나무, 기름나물, 뚝갈

집에서 차를 타고 1~2시간 올라가면 산이 지천이다. 연천 고대산도 1시간 30분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다. 연천 고대산은 그리 유명하지 않다. 군부대가 있어서 아마도 좀 숨겨놓은 산인 것 같다. 정상은 고대봉이다. 높이가 832m다.

고대봉에 가면 백마고지도 보이고 멀리 북녘 땅도 보인다. 북녘 땅이 잘 보이는 3대 산이 고대산, 철원에 있는 복계산, 포천에 있는 보개산 정상 지장봉이라 한다. 저렇게 가깝게 보이는 곳에 갈 수 없다니.... 너무나 비현실적 이라 잠시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다.

고대산은 등산로가 3코스 있다. 

지난해 5월 1일에는 가운데 B코스인 칼바위로 올라갔다가 정상을 거쳐 왼쪽 C코스로 내려왔다. 표범바위와 표범폭포를 지나는 코스다. 이번 8월 15일에는 오른쪽 큰골과 문바위를 거치는 A코스로 정상을 올라가 표범바위로 내려가는 왼쪽 C코스를 다시 탔다. 작년 5월 표범폭포는 가물어서 물이 없었다. 우기인 여름은 어떨까?

 A코스로 들어가는 입구다.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 동안을 이런 원시림 같은 길을 올라간다. 이런 곳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이기에 꽃이 많이 없다. 아니 있어도 찾기가 어렵다. 

파리풀
파리풀

간신히 하나 만난 꽃이 '파리풀'이다. 산속 나무 그늘에서 사는 파리풀꽃은 이렇게 여리여리한데 잎에 독성이 있다. 잎을 찧어 밥과 섞어 파리 잡는데 쓰여 파리풀이란 이름이 붙었다. 60cm 안팎으로 곧게 올라선 줄기를 따라 꽃이 핀다. 

가름나물
가름나물

그 다음 만난 꽃은 '기름나물'이다. 전국 산과 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다. 20~30개의 작은 꽃들이 우산 모양으로 달린다. 어린순은 생으로 먹거나 데쳐서 먹는다. 꽃이 피고 난 후 납작한 씨를 맺는다. 씨 표면에 기름기가 흘러 기름나물이라 이름 붙었다. 꽃이 우산처럼 피는데 왜 우산나물이라 이름 붙지 않았을까? 우산나물은 따로 있다.

우산나물
우산나물

지난 6월에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우산나'물이다. 잎이 우산처럼 생겼다. 새순에서 잎이 나올 땐 더 우산 같다. 6~9월에 꽃이 핀다. 우산나물은 독이 없고 맛과 향이 좋아 기름나물처럼 어린순은 먹을 수 있다.  

꽃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어두운 숲길을 벗어나 조금 올라가니 '며느리밥풀'이 천지다. 지난 2019년 8월 금대봉에 갔을 때 '새며느리밥풀'을 만났는데 이번엔 '꽃며느리밥풀'이다. '꽃며느리밥풀'은 선명한 흰 밥알을 물고 있다. '새며느리밥풀'은 흰색 밥알이 없고 밥알 모양만 있다. 

밥을 훔쳐 먹었다고 시어머니께 모진 매를 맞은 며느리는 밥알 두개가 있는 혀를 보이고 죽고 말았다는 전설이 있는 며느리밥풀꽃.... 우리네  설움이 가득 묻은 꽃이다. 

고대봉 가기 전 810m 대광봉을 만났다. 남쪽으로 시원하게 능선이 펼쳐진다. 고대봉에는 예쁜 정자도 있다.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등골나물
등골나물

고대봉 도착 전에 만난 '등골나물'이다. 국화과의 등골나물은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서나 자란다. 등골나물 잎 가운데는 위 사진과 같이 잎맥이 선명하다. 양분 통로다. 우리 등 한가운데 길게 고랑 진 등골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 붙었다. 어린순은 데쳐 먹는데,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쓰다 하니 물에 충분히 우려낸 뒤 먹어야 한다.

832m 고대산 정상이다.  

북녘이 보이는 고대산 정상 
북녘이 보이는 고대산 정상 

고대봉에선 철원평야 너머로 북녁 땅이 보인다. 언제나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을까? 내 생애에 통일되긴 어렵겠지만... 관광만이라도 자유롭게 풀어주면 좋겠다. 묘한 향이 난다는 묘항산도 가고 싶고, 함북의 금강, 기암괴석 칠보산도 가고 싶다. 금강산도 가고 싶고, 기차를 타고 백두산도 가고 싶다.

짚신나물
짚신나물

고대봉 정상 바로 아래 야생화가 많다. 2019년 금대봉에서 만난 '짚신나물'도 있다. 이번엔 가까이서 찍었다. 참으로 순수하니 예쁘다. 어리순은 데쳐 나물로 먹는다. 뿌리는 커피대용으로 먹는다 하니 그 맛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산지 어느 곳에나 잘 자라는 짚신나물을 대량 재배하여 '코리아 커피'로 내놓으면 어떨까? 지난 2018년 가을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두메부추 글에서  '먹으면 장도 튼튼해지고 항균, 항염작용도 있어 인간에게 유용한 풀이다. 누군가 대량재배하면 큰돈을 벌지 않을까' 썼는데 <한살림>에 가니 두메부추가 있었다. 부추 대신 오이무침에 넣었다. 누군가 벌써 시작하고 있었던 거다.

모시대
모시대

'잔대'일까 '모시대'일까 '도라지모시대'일까? 셋 다 초롱꽃과에 속해서 초롱처럼 꽃이 피지만 꽃이 달리는 모습이나 잎이 조금씩 다르다. 

왼쪽부터 잔대, 모시대, 도라지모시대(사진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search/%EC%9E%94%EB%8C%80)
왼쪽부터 잔대, 모시대, 도라지모시대(사진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search/%EC%9E%94%EB%8C%80)

잔대는 꽃줄기가 거의 없다.  도라지 모시대는 원줄기에서 나라히 핀다. 내가 찍은 저 꽃은  '모시대'가 아닐까 싶다. 잎을 찍지 못해 잎 나오는 모양을 비교할 수 없지만. 잔대 잎은 서로 마주 보고 나오고 모시대와 도라지모시대는 서로 어긋나게 나온다. 다음에는 꽃만 사랑하지 말고 잎도 사랑해야겠다.

뚝갈
뚝갈

산기슭이나 볕 잘 드는 어디서나 자라는 '뚝갈'은 마타리과로 '마타리'와 비슷하다. 마타리는  노란색이고 뚝갈은 흰색이다. 흰색과 노란색이 같이 나오는 것을 '뚝마타리'라고 한단다. 순한국말인 뚝갈은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자료가 없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마타리는 뿌리에서 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패장(敗醬)''이라고도 부르는데 식물 전체에 약효가 있어 염증과 통증을 다스리는 약으로 쓰인다. 뚝갈도 마찬가지라 '백화패장(白花敗醬)'이라 부르며 약재로 쓰인다. 

고대봉 정상에서 C코스로 하산하는 길은 무릎에 무리가 가는 길이다. 오래된 산이라 산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돌들이 하산 길에 널려있어 조심해야 한다. 힘겹게 산길을 다 내려 왔다 싶을 때 오른쪽으로 표범바위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표범바위
표범바위

 

표범바위
표범바위

표범의 등껍질 모양으로 올라간 절벽 위에 표범처럼 생긴 바위가 누워있다 해서 표범바위라 이름 붙었다 한다. 하지만 아래서는 확인해볼 수 없다. 바위 높이가 100m에 이른다 하니 웅장하다는 말은 맞는다.

표범폭포
표범폭포

표범폭포는 표범바위 능선에서 쏟아지는 30m 높이 폭포다. 국내 최고 절경이라 하는데 우리는 물 한줄기 만나지 못했다. 여름 가뭄 탓이다. 아무리 가물어도 여름이라 기대하고 갔는데....  아무나 쉽게 보여주지 않는 귀한 존재인가 보다. 다시 오라는 뜻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캠핑장을 만났다. 대규모 캠핑장이다. 아이들도 많다. 더위도 피하고 물놀이도 하러 왔을 텐데.... 물이 없어서 우리처럼 실망했겠다. 

참고 사이트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https://blog.daum.net/ihogyun/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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