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담폭포(六潭瀑布)와 비룡폭포(飛龍瀑布 )

설악동에 내려와 궁리를 한 결과 편도 2.4km 거리에 있는 비룡폭포에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라면 왕복 2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지만, 눈이 와서 아무래도 30분 정도 더 소요될 것이다. 이 길은 약 1.6km 정도 평지를 걷다가 800m 치고 올라가는 길이라 운동도 좀 될 거라고 봤다

평지 길은 역시 눈 잔치다. 비선대 가는 길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만 다닐 수 있다 

얼마나 눈이 많이 왔으면 눈 무게에 아래로 축 처져 눈 속에 박혀 있는 나뭇가지들이 많다. 가지가 스스로 기어간 듯 어떤 의지가 느껴진다. 마치 뿌리가 되어 저 땅속 어딘가... 본향을 찾아가려는 몸부림 같다. 고개 숙인 가지가 힘들지 않을까.. 혹 부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꺼내주려 해도 꿈쩍도 않는다. 이번 눈으로만 저리 된 것이 아니지 싶다

비룡폭포 도착 400m 전, 육담폭포가 나온다. 비룡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이 6개 폭포와 소(沼)를 이루어 육담폭포라 부른다.  

일담 (一潭)
일담 (一潭)

맨 위에 있는 폭포는 워낙 많은 눈이 녹아내리는지 여름 폭포같이 힘차게 흐른다. 눈이 녹아 물길이 생겨 육담폭포 옆에 작은 폭포도 생겼다. 그 덕에 Y자 폭포가 되었다. 물을 당할 자 누가 있으랴~

육담(六潭)폭포
육담(六潭)폭포

육담폭포에서 400m 올라가면 비룡폭포가 나온다. 폭포에 사는 용이 폭포 물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한다. 높이가 약 16m로 일직선으로 쭉 내려온다. 폭포수는 소(沼)를 세차게  때리고, 그 소리는 골짜기를 우렁차게 때린다. 비룡폭포가 내려오는 골짜기를 토왕골이라고 하는데 토왕골이 왕왕 우는 것 같다.  

비룡폭포에서 토왕성폭포(土旺城瀑布)전망대까지는 400m 떨어져있다. 하지만 층계 900개를 올라가야 해서 만만치 않은 길이다. 이날 토왕성폭포 방향은 입산이 허용되지 않았다. 들어가는 입구는 열려 있었지만 아래서 내려다볼 때 층계는 눈으로 가득했다. 산에서는 시키는 대로 잘 따라야 한다이럴 때 무리하게 욕심내면 사고가 난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섰다

311일 설악산국립공원 알림판에 새 공지가 떴다. 12일부터 비선대 지나 금강굴까지 갈 수 있고, 흔들바위 지나 울산바위까지 갈 수 있고  비룡폭포 지나 토왕성폭포전망대까지 갈 수 있단다우리는 토왕성폭포를 보러 가기로 했다. 지난 일주일동안 날씨가 푹했는데 눈은 다 녹았을까?

눈은 정말 많이 녹았다눈이 덜 녹아 미끌미끌 거리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녹아서 길이 질척질척 했다. 길바닥에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꽤 많았다. 기어가 눈에 박혔던 가지들이 생명 끈을 놓은 것 같았다.

지난주와 너무 다른 길
지난주와 너무 다른 길

육담폭포의 눈은 얼마나 녹았을까? 많이 녹았다. 그래서 더욱 힘차다.  Y자 계곡도 여전하다. 

비룡폭포는 일주일 만에 확 변했다. 흰 눈과 동무 삼던 고고한 자태는 사라지고 힘참만 남았다. 

어찌나 폭포 소리가 우렁찬지 깜짝 놀랐다

 

 

토왕성폭포(土旺城瀑布)

이제 토왕성폭포를 향해 층계를 올라야 한다. 예전엔 900개 층계를 200개 오르고 쉬고 해서 4번 정도 쉬고 올라갔었는데, 오랜만에 올라가려니 심장 박동이 꽤 세다. 7번 이상은 쉬고 올라간 것 같다. 헉헉되며 올라간 그 순간, 그 고생을 싹 사라지게 하는 토왕성폭포와 그 주변 모습이다. 왼쪽에서 오른쪽 토왕성폭포를 향해 한 장면씩 이동해가며 슬슬 구경해본다. 

 

 

저 멀리 명승 제96호로 지정된 토왕성폭포가 보인다. 꽝꽝 얼었다. 남설악 독주폭포, 내설악 대승폭포와 함께 설악산 3대 폭포로 선정될 만큼 그 자태가 대단하다.

 

토왕성폭포는 노적봉을 비롯한 여러 봉우리들이 급경사를 이루면서 병풍처럼 둘러싸인 절벽 가운데로 폭포수가 떨어진다지금은 폭포가 얼어 1단처럼 보이지만 원래 3단이다. 연달아 떨어지는 3단 폭포의 선이 비단실 같이 곱다. 이 물이 비룡폭포를 만들고 육담폭포를 만들고, 천불동계곡, 저항령계곡과 함께 설악동으로 흐른다.  

그 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드리고 싶어 <한겨레> 사진을 가져왔다. 

사진출처 : 2015-11-15  한겨레신문
사진출처 : 2015-11-15 한겨레신문

마지막으로 토왕성폭포를 지켜보고 있는 바위 소나무.  산수화 한 점이 되었다.  

 

주제와 좀 다른 이야기 하나 해본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산행에 인간미가 사라지는 것 같다. 지난 6일 눈 산행에서 등산화나 운동화만 신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눈 속을 걸어가도 될 정도로 완전무장을 했기에 사람들이 마주 오면 무조건 옆으로 비켜 눈 속으로 들어가 섰다. 이삼십 대 산에 갔을 때는 조금이라도 비켜주면 '고맙습니다~'하고,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 '즐거운 산행되세요~'란 인사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꼭 저런 경우가 아니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마주치면 웃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런 인사는 사라져갔다. 이번 경우에도 '고맙습니다~' 하고 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띄엄띄엄 오는 일행 모두가 지나갈 때까지 비켜줘도 아무 말 없었다. 수년 전에 딸과 둘이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갈 때였다좁은 길을 가는데 뒤에서 가쁜 숨이 들리며 뭔가 재촉하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가라고 양보했다. 경찰 한무리가 지나갔다. 셀 수 없이 많아 지나가길 한참 기다렸다. 단 한명도 '고맙습니다~' 하지 않았다. 딸과 나는 마주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경찰이 그래서 더 놀랐다.

양보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일까? 그런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어색해서 그런 걸까? 예전에 산행을 하면서 만났던 훈훈한 향기는 사라지고 배려 없는 인색함만 남는 것 같아 씁쓸하다점점... 남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만 안 그러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한다. 나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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