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
숲 공부를 함께하던 이들이 만든 모임방이다. 34명의 산림복지전문가들이 풀, 나무, 곤충, 생태 놀이, 산림 치유 활동 등 자기만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며칠 전에 한 분이 곤충 사진을 올렸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매미나방이 벌써 우화한 건 아니겠지.’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어서, ‘매미나방과 크기가 달라 보인다.’, ‘매미나방은 이제 알집을 뚫고 나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쌍점흰가지나방인 듯하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름부터 낯설다. 전혀 감을 잡을 수조차 없다. 사진 속의 성충이나 애벌레가 모두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 불과 6년 전에 함께 수학하던 분들인데 경이로울 정도로 앞서가는 분들이다.

벚꽃이 질 무렵 기지개를 켜는 아이들

그때였다. 애벌레 사진 두 장이 올라왔다.
징그럽다. 보기만 해도 굼질굼질하다. 나처럼 아리송한 사람을 위해 두 분이 거의 동시에 올렸다. 매미나방 유충이다.

매미나방의 부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동절기 기온 상승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9~2020년은 매미나방이 전국적으로 대발생하여, 산림과 가로수 등에 아주 큰 피해를 주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3월 24일, “매미나방이 올해 봄철, 이상 고온으로 유충 부화 시기가 평년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예찰과 방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공식적으로 3월 31일에 처음으로 유충이 부화했다는 관찰 기록이 보인다. 올해에는 그보다 빠른 셈이다.

알집에서 밖으로 나오는 매미나방 애벌레. 이미영 산림치유지도사 제공(2021. 3. 29, 서울 강동구 근린공원)
알집에서 밖으로 나오는 매미나방 애벌레. 이미영 산림치유지도사 제공(2021. 3. 29, 서울 강동구 근린공원)
알집에서 밖으로 나오는 매미나방 애벌레. ​​​​​​​도영림 산림치유지도사 제공(2021. 3. 30, 관악산 삼림욕장)
알집에서 밖으로 나오는 매미나방 애벌레. 도영림 산림치유지도사 제공(2021. 3. 30, 관악산 삼림욕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나무들의 외마디 소리

매미나방은 도심이나 등산로, 숲속, 계곡을 가리지 않고 나무줄기, 바위틈, 건물 벽 등에 알집을 짓는다. 그 속에서 이듬해 봄까지 월동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한 개의 알집에 들어 있는 알의 개수는 평균 406.1개(221∼775개)로, 만일 기생당하지 않은 모든 알이 정상적으로 깨어날 경우, 평균 350여 마리의 애벌레가 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1월 중순 이후 이어진 고온 현상으로 부화율이 더 높아짐으로써 매미나방의 피해가 여느 때보다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깨어나면서부터 45~66일 동안 애벌레로 지내면서 나뭇잎은 물론 각종 작물을 갉아먹는다. 떼로 몰려다니면서 6월 중순까지 식해(食害)하기 때문에 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식물의 이파리가 거미줄처럼 그물맥만 남아 있거나, 심한 경우 나무가 고사하기도 한다. “사각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릴 정도”라니 말 그대로 나무들의 ‘외마디 소리’가 처절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닥치는 대로 잎을 갉아먹는 매미나방.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해도 축구장 8천6백여 개 크기의 산림이 훼손됐다. ​​​​​​​KBS 뉴스(2021.03.21.) 영상 갈무리
닥치는 대로 잎을 갉아먹는 매미나방.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해도 축구장 8천6백여 개 크기의 산림이 훼손됐다. KBS 뉴스(2021.03.21.) 영상 갈무리

 

매미나방 애벌레가 지나간 자리는 옥수수가 남아나질 않는다. 사진은 전체 수확의 20%가 감소한 아프리카 옥수수 농장 모습. MBC 뉴스(2019.07.18.) 영상 갈무리.
매미나방 애벌레가 지나간 자리는 옥수수가 남아나질 않는다. 사진은 전체 수확의 20%가 감소한 아프리카 옥수수 농장 모습. MBC 뉴스(2019.07.18.) 영상 갈무리.

유충이 자라면 6월 중순~7월 상순에 나뭇잎을 말아서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 기간은 15일 안 팎으로 7월 상순~8월 상순에 우화한다. 성충의 수명은 불과 7~8일이다. 그동안 암컷은 지상 1~6m 높이의 나무줄기에 산란하는데, 알덩어리는 성충의 체모로 덮여 있다(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해설 및 사진 출처(시곗바늘 방향으로) : 알을 낳고 있는 매미나방(국립수목원) ⇒ 알덩어리로 뒤덮인 나무 기둥(SBS 뉴스 : 2020.09.13.) ⇒ 전신주 주변의 알덩어리(YTN 뉴스 : 2020.07.03.) ⇒ 매미나방의 알(한국환경산업기술원 공식 블로그) ⇒ 번데기(충주시 오늘의 뉴스 : 2020.06.17.)
해설 및 사진 출처(시곗바늘 방향으로) : 알을 낳고 있는 매미나방(국립수목원) ⇒ 알덩어리로 뒤덮인 나무 기둥(SBS 뉴스 : 2020.09.13.) ⇒ 전신주 주변의 알덩어리(YTN 뉴스 : 2020.07.03.) ⇒ 매미나방의 알(한국환경산업기술원 공식 블로그) ⇒ 번데기(충주시 오늘의 뉴스 : 2020.06.17.)

성충은 암수의 크기와 빛깔이 다르다.
암컷은 몸길이 17~21mm, 날개 편 길이 41~54mm이다. 더듬이는 닭털 모양으로 생겼으며, 몸과 날개는 암갈색이고 날개 위에 구부러진 검은 무늬가 있다. 수컷은 몸길이 20~40mm, 날개 편 길이 78~93mm이다. 날개와 몸은 갈색을 띤 백색이고, 더듬이와 다리는 흑색이다. 날개에는 담흑색의 가로 띠무늬가 4개 있다.

나무줄기에서 약 8시간 동안 교미한 후 암컷은 10시간 이내에 줄기 또는 가지에 무더기로 산란한다. 암컷은 몸이 무거워 멀리 날지 못하나 수컷은 밤낮으로 활발히 암컷을 찾아다닌다(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위 : 매미나방 성충(♀). 사진(WIKIMEDIA COMMONS) ​​​​​​​아래 : 매미나방 성충(♂). 사진(WIKIMEDIA COMMONS)
위 : 매미나방 성충(♀). 사진(WIKIMEDIA COMMONS) 아래 : 매미나방 성충(♂). 사진(WIKIMEDIA COMMONS)

지난해 7월, 충북 단양읍 장현리 이장 한석원 씨는 집 마당에 '포충기'를 설치해서 매미나방을 대량으로 포획했다. 포충기는 빛으로 해충을 유인해서 포집하는 장비로 한번 빨려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살충제를 뿌리면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는 당시에 모든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환경부(2020.9.10.)에서는 “유아등(포충기)은 매미나방만 유인해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곤충이 이 불빛에 모여든다. 따라서 멸종 위기종 등 희귀한 곤충도 함께 죽을 수 있어 사용할 때 유의해야 한다. 향후 매미나방만을 유인할 수 있는 페로몬 트랩을 개발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포충기. MBC 뉴스(2020.07.16.) 영상 갈무리
포충기. MBC 뉴스(2020.07.16.) 영상 갈무리

 

산림청이 보호하라는 매미나방의 천적, 생김새도 모른다

한편, 산림청(정보마당)에서는 천적을 활용하는 매미나방 방제법을 제시한다. 기생성 천적으로 모두 12종을 들고 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려고 국립수목원, 국립생물 자원관, 국립산림과학원 등 여러 곳을 검색했지만, 무늬수중다리좀벌, 긴등기생파리, 나방살이납작맵시벌, 독나방살이고치벌 등 4종의 이미지만 보인다. 나머지 송충알벌, 짚시벼룩좀벌, 황다리납작맵시벌, 송충잡이자루맵시벌, 포라맵시벌, 흰발목벼룩좀벌, 오렌지다리납작맵시벌, 검정다리꼬리납작맵시벌 등 8종은 생김새를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니 보호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벌’이라는 ‘벌’은 죄다 보호하는 것이 최선일까? 안타깝고 난감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기관에서 그 생김새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천적으로 활용하라는 말은 무얼 말하는가? 이미지는 고사하고 4종은 아예 일반 정보마저 검색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존재란 말인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현실적으로는 물리적 방제법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즉, 성충 시기인 7월에 유아등 이나 유살등을 이용하여 잡아 죽이거나, 부화하기 전에 알집을 채취하여 소각하거나 땅에 묻는 방법이다. 유살등(light trap, 誘殺燈)이란 나방 따위의 해충을 유아등 밑에 있는 수반에 빠 뜨리거나, 유인액이 들어 있는 용기에 떨어뜨려서 죽게 하는 장치를 말한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에서는 일반적인 흡즙해충의 유인액으로, 보통 막걸리 2L, 흑설탕 100g, 식초 100mL를 혼합하여 플라스틱 통에 담은 후 나무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1.5m 높이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매미나방의 기생성 천적. 시곗바늘 방향으로 무늬수중다리좀벌(사진 출처 : 국립공원공단), 긴등기생파리•나방살이납작맵시벌•독나방살이고치벌. (사진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갈무리)
매미나방의 기생성 천적. 시곗바늘 방향으로 무늬수중다리좀벌(사진 출처 : 국립공원공단), 긴등기생파리•나방살이납작맵시벌•독나방살이고치벌. (사진 :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갈무리)

날지도 못하는 암컷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매미나방의 학명은 ‘Lymantria dispar’이다.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카비(cabi) 검색 자료를 종합하면 ‘리만트리아 분리’는 속칭 ‘유럽 집시 나방’으로, 유라시아 출신이다. 유럽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 및 남미에서 발견되고 있다. 애벌레 한 마리가 살아평생 평균 약 1m²의 나뭇잎을 갉아 먹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침략적인 외계종 100종”으로 꼽힌다. 또한 ‘입증된’ 침략자로서 암컷은 날지 못하지만, 모든 균주가 인간이 만든 물체에 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번식하기 쉽다.

‘lymantria’는 '구축함', ‘파괴자’를 의미한다. 또 ‘dispar’는 스페인어로 ‘이질적인’, ‘균등하지 않은’을 의미하는데, 암수의 ‘성적 이형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 이 나방은 잡식성이다. 어떤 식물의 잎도 소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리만트리아 분리’는 어떤 수목도 남아 나지 않을 정도로 탐욕스럽게 먹어 치우는 생태계의 '파괴자'이다. 영어권에서는 활발하게 이동하는 수컷의 습성 때문에 '집시 나방(gypsy moth)'이라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는 날개가 매미를 닮았다고 해서 매미나방이라고 부른다.

충주시는 산림보호지원단(산림재해일자리)을 조직해서 연중 매미나방 대발생 지역의 알집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은 대소원면의 의용소방대원들이 서충주 첨단 산단 상가 지역 알집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출처(충주시 오늘의 뉴스, 2020.07.23.)
충주시는 산림보호지원단(산림재해일자리)을 조직해서 연중 매미나방 대발생 지역의 알집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은 대소원면의 의용소방대원들이 서충주 첨단 산단 상가 지역 알집을 제거하는 모습. 사진 출처(충주시 오늘의 뉴스, 2020.07.23.)

한반도에 정착한 '돌발 외래 해충'

어디 매미나방뿐이랴. 지구 온난화로 겨울에 죽지 않고 월동하는 외래 해충이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 갑자기 개체 수가 많아져서 피해가 심해진 외래 해충을 ‘돌발 외래 해충’이라고 하지만 ‘돌발’의 의미는 바랬다. 즉, 흰불나방이나 버즘나무방패벌레 등은 현재 국내에 정착하여 매년 피해를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매미나방을 비롯하여 미국선녀벌레, 주홍날개꽃매미 등도 이미 둥지를 틀었다. 마땅한 천적도 없다. 거칠 것이 없는 무법자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16년도 한 해 동안 전국 산림 병해충 피해 면적은 축구장 12만 개를 합친 것이라 고 한다(MBC 뉴스, 2017.05.15.). 피해 면적이 매년 줄고는 있지만, 매미나방의 폐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미국흰불나방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3화기(성충이 세 번 출현)까지 관찰됐다.”고 한다(주간경향, 2021.04.05.). 문제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다. 제발 신종 ‘돌발’이 나오지 않기를 빌어 본다.

시곗바늘 방향으로 흰불나방, 버즘나무방패벌레, 미국선녀벌레, 주홍날개꽃매미. 사진(국립생물자원관)
시곗바늘 방향으로 흰불나방, 버즘나무방패벌레, 미국선녀벌레, 주홍날개꽃매미. 사진(국립생물자원관)

얄팍한 앎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필자가 사는 고양시는 서울보다 평균 기온이 1.5℃가 낮다. 어제 안곡습지공원에 나가 보니 벚꽃도 지고 있다. 바야흐로 활엽수의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누가 뭐래도 완연한 봄이다. 거의 모든 곤충이 부화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기생벌의 산란 과정 을 보면서 무던히도 혀를 차며 맘을 졸이던 때가 있었다. 기생당한 숙주는 영문도 모르고 산 채로 완전히 갉아먹힌다. 몸속에 다른 놈의 씨를 품고 살던 멍청한 아이가 속절없이 죽어갔다! 남의 알이나 애벌레, 심지어 성충에 기생하며, 무위도식하는 기생벌은 탐관오리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해충의 생물학적 방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기생벌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얄팍한 앎을 깨닫고 보니, 얼마나 화끈거리는지 41년간의 교직 생활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느낌이다.

바퀴를 좀비로 만드는 과정. A. 목을 통해 뇌에 침을 놓는 말벌. 이후 더듬이를 잘라 흘러나오는 체액을 먹는다. B. 바퀴를 이끌고 파놓은 구덩이로 간다. C. 바퀴의 갑각 위에 알을 낳는다. D. 알에서 깬 말벌 애벌레가 바퀴를 먹고 자라 번데기가 된 뒤 약 30일 뒤 성체가 되어 바퀴에서 나온다. 사진=프레데릭 리버새트 외, <실험생물학>​​​​​​​사진과 설명 모두 한겨레신문(2012. 12. 14.)에서 인용함.
바퀴를 좀비로 만드는 과정. A. 목을 통해 뇌에 침을 놓는 말벌. 이후 더듬이를 잘라 흘러나오는 체액을 먹는다. B. 바퀴를 이끌고 파놓은 구덩이로 간다. C. 바퀴의 갑각 위에 알을 낳는다. D. 알에서 깬 말벌 애벌레가 바퀴를 먹고 자라 번데기가 된 뒤 약 30일 뒤 성체가 되어 바퀴에서 나온다. 사진=프레데릭 리버새트 외, <실험생물학>사진과 설명 모두 한겨레신문(2012. 12. 14.)에서 인용함.

깍지벌레는 해충이고 연지벌레는 익충이란다

깍지벌레가 있다. 흔하다. 나무나 화초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다. 좁쌀보다 조금 큰 벌레가 희끗희끗하게 무더기로 붙어 있다. 종류가 다양한데 솜털 모양의 깍지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끈적거리는 설탕물이 묻어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지간한 블로거들까지 깍지벌레 퇴치법을 기술하고 있다.

우리집 베란다를 ‘그니네 화원’이라고 부른다. 나와 아내 이름을 딴 이름이다. 대략 50여 종, 300여 개의 화초가 자란다. 깍지는 그중에서 커피나무와 호야를 좋아한다. 이파리와 잎자루, 그리고 나무껍질 속을 파고든다. 수시로 물로 씻어내고, 심할 때는 물비누를 희석해서 칫솔로 일없이 문질러야 한다. 조금 전에도 아내와 함께 하얀 깍지를 몇 마리 잡았다. 손으로 문지르거 나 손톱으로 살살 긁어낸다. 나무껍질 속에 숨은 녀석은 수피째 벗겨내야 한다. 하얀 커피꽃이 피어나고 있다. 며칠 있으면 향이 온 집안에 진동할 것이다.

깍지는 여느 벌레처럼 식물의 잎이나 가지에 기생하고, 즙액을 흡수하기 때문에 나무도 말라죽 기 쉽다. 당연히 해충이다. 그런데 말린 암컷에서 색소를 얻는다고 한다. 즉, 붉은색을 띠는 코치닐 색소의 주원료로 활용한다. 이 색소가 바로 연지색이기 때문에 연지벌레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해충’인 깍지벌레가 연지벌레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이를 ‘익충’이라고 한다. 참말로 편리한 인간의 발상이다.

오초(吳楚)의 흥망이 내 알 바 아니려니

그렇다!
자연 생태계는 참 오묘하다. 어찌 보면 기후 위기를 겪으면서 저마다 살 궁리에 여념이 없는지 도 모른다. 이에 비해 사람들의 앎이란 지독히도 주관적이고 이기적이다. 결국 실체가 불분명하니 미래가 불투명하다.

미세먼지가 아무리 나빠도 창문 꽉 닫고, 방마다 프리미엄 공기 청정기를 틀어 두면 그만이다. 그 또한 뉘가 날 땐, 살붙이들 줄줄이 꿰차고 공기 맑은 휴양림을 찾아간다. 가진 자들은 더 멀리 괌이나, 셰이셸로 떠날 것이다. '4대강 표 녹차라떼'라니 인제 와서 무슨 개수작이냐? 정수기 생수통도 말고 ‘에비앙’을 마시자 한다. 울진•봉화의 금강송이 하얗게 죽어가도 우리집 소나무 분재가 싱싱하면 그뿐이다. 지난해 태풍이 잇따라 3개나 강타했지만, 우리집을 비껴가니 이 또한 행복이라 안도한다. 코로나 19에 메뚜기 떼까지 겹쳐 수백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는 원래가 그러려니 해야지?

그야말로 오초(吳楚)의 흥망이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나는 너가 아니고,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 유유상종은 참 좋은 것. 가진 놈은 가진 놈끼리 여기에서 살 테니, 없는 놈은 없는 놈끼리 저리 가서 살라고 한다. 끼리끼리 담쌓고 안전하게 살자는데 웬 성화냐면서.

곤충이 살아남기 위한 자기(自欺)마저 사람에게는 삶의 지혜로 비치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독나방 무리는 45종이다. 그 가운데 유해한 독성을 가진 나방은 매미나방을 비롯하여 6종에 불과하다. 모두 화려한 경계색을 띤다. 대부분 애벌레 시절부터 독을 가진 무수한 털이 위협적이다. 나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자모와 독모로 나눈다. 자모(刺毛)는 나방의 애벌레 몸에 있는 가느다란 털로, 독성 물질을 내뿜는 샘이 있다. 독모는 일부이지만 쉽게 빠져 독소가 퍼지게 된다. 사진 : EBS 동영상(2005. 10. 17.) 갈무리
우리나라 독나방 무리는 45종이다. 그 가운데 유해한 독성을 가진 나방은 매미나방을 비롯하여 6종에 불과하다. 모두 화려한 경계색을 띤다. 대부분 애벌레 시절부터 독을 가진 무수한 털이 위협적이다. 나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자모와 독모로 나눈다. 자모(刺毛)는 나방의 애벌레 몸에 있는 가느다란 털로, 독성 물질을 내뿜는 샘이 있다. 독모는 일부이지만 쉽게 빠져 독소가 퍼지게 된다. 사진 : EBS 동영상(2005. 10. 17.) 갈무리

 

편집 :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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