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뽑은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에 거의 매년 대만이 올라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세계 1위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만족도는 낮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경쟁에 몰리고, 자각이나 목표보다는 타인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듯합니다. 항상 맨 앞줄, 꼭대기에 올라서야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식이 남보다 처지는 꼴은 절대 못 보지요. 그런 동력이 짧은 시간에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보다 남의 눈에 어떻게 뜨일지 먼저 생각하며 살다보니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전철이나 시장 언저리에서 어깨라도 부딪히면 살벌하게 쳐다봅니다. 무조건 상대방을 제압하고 나의 잘못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중국 선전에서 10여년 살다가 급격한 경제력 상승과 더불어 불편해진 사회에 실증이 생겨 귀국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언제나 편안하고 좋은 기억이 가득한 대만을 떠올렸습니다. 환갑이 넘으면 익숙한 한국생활을 접고 타국으로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선전에서 대만으로 바로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대만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체력을 감안하여 70살까지만 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골프 스코어도 좋아져 한국으로 돌아갈 시기도 점점 늦추고 있습니다.

5월 18일 화요일 오전 골프. 다음날부터 학교와 체육시설 모두 폐쇄
5월 18일 화요일 오전 골프. 다음날부터 학교와 체육시설 모두 폐쇄

대만도 해외여행을 못하고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니 주말이면 골프장에 사람이 많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주말에는 거의 안 나갑니다. 평일에 골프를 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은퇴한 나이가 많은 사람이거나 전문직이거나 사업가들과 자주 필드에 갑니다.

일행 중에는 70 중 후반에도 매주 운동을 해서 그런지 18홀을 35~6도 더운 날씨에도 다 마치고 함께 식사까지 나갑니다. 돈이 아주 많은 친구도 있습니다. 온갖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골프 채 드라이버 하나 값이 내 골프채 13개 다 합친 것보다 비싼 제품을 쓰지만, 만 원 정도 하는 밥값 내기에 목숨을 걸 듯 합니다.

친 공이 물에 빠지면 벌타가 하나 올라갑니다. 그거 피하려고 공을 찾는 척 하다 슬그머니 다른 공을 떨어트리고 찾았다고 합니다. 그럼 심증이 확실한 다른 일행이 기어이 물속에서 공을 찾아내 벌타를 챙기며 구박을 하며 놉니다.

대만 사람들은 재산이나 명성, 나이차 등이 어울리는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구분하는 마음 자체가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경험한 나라들 중에 가장 차별하는 마음이 없는 땅. 그래서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입니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변화에 동화된 사람들.

그들의 품성은 잦은 자연재해 때문이 아닐까 나름 생각합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크고 작은 태풍이 매년 20여 차례 지나가고, 지진도 200여 차례 발생합니다. 그러니 찾는 신도 많고 모시는 귀신도 일상입니다.

대만 사람들은 음력 15일엔 지전을 태워 혼을 달랩니다. 특히 음력 7월 15일 백중날에는 거의 모든 집에서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웁니다. 
대만 사람들은 음력 15일엔 지전을 태워 혼을 달랩니다. 특히 음력 7월 15일 백중날에는 거의 모든 집에서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웁니다. 
백중에는 지옥에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아귀도 이날 하루는 후손의 공양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사는 공동주택에서 단체로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웁니다.
백중에는 지옥에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아귀도 이날 하루는 후손의 공양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사는 공동주택에서 단체로 상을 차리고 지전을 태웁니다.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된 태풍이 지나가질 않았습니다. 연초부터 제한급수 이야기가 나오더니 아직도 언제 해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중부 일부 지역은 6월부터 일주일에 5일 급수, 2일 단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근 대만의 코로나 확산이 세계적인 뉴스거리입니다. 그동안 수개월 지역발생 0이었는데, 주말경에 대략 30명, 180명, 300명, 250명 등으로 늘었고, 5월 18일 화요일엔 대만 전역을 방역 3단계로 올리고 학교와 체육 관련시설, 일부 공공시설 등을 5월 28일까지 모두 폐쇄했습니다. 5월 19일 수요일엔 267명이 확진되었군요.

대만 항공사 조종사들이 중국의 갑작스런 항공기 수요로 파격적인 우대를 받으며 중국으로 빠져나가자 중화항공은 외국인 조종사들을 채용하였습니다. 중화항공에 근무하는 외국인 조종사들이 방역규칙을 잘 안 지키고 호텔 근무자들에게 변이 바이러스를 옮기며 이번 사태가 시작되었습니다. 확진자 중에는 전직 라이온스 회장의 가족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전염된 전직 라이온스 회장의 왕성한 활동이 도화선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만에는 찻집이라는 독특한 유흥업소가 있습니다. 한국의 룸살롱과 비슷한데 룸에서 차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술과 안주를 시킵니다. 호스티스가 옆에 앉아 이야기도 하고 차나 술을 따르다가 다른 방으로 가고, 다른 호스티스가 와서 또 10여분 있다가 나가고, 여러 명이 계속 돌아갑니다.

이 전직 라이온스 회장이 여러 곳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 찻집을 갔다고 합니다. 며칠 안 되었지만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확진자 동선 파악이 안 되는 사례가 절반 가까이 됩니다. 지금은 한국의 초기 신천지 확산과 유사한 공포 분위기입니다.

2주간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면 4단계로 올리겠다고 하지만 정부 시책을 잘 따르는 대만인들의 특성상 조만간 잡힐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