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성격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내성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낙천적인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과 내 탓이라고 여기는 사람, 폭력성이 강하거나 음흉한 사람, 마음이 따뜻하고 어진 사람 등등 수없이 나눌 수 있습니다.

체질 또한 다양하게 나눕니다. 우리나라 한의학에서는 4상으로 체질을 구분합니다.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으로 나누며 증상으로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체형에 따라 오행 즉 목화토금수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체질이나 체형에 상관없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처방은 꾸준한 운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약골에 속했습니다. 병치레도 잦았고 편식도 심하다 보니 어디 쓸모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달리기부터 시작하여 나의 열성인자는 대입 체력장까지 항상 최하위의 점수를 기록하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육군 보병으로 전방에서 군 생활을 마쳤는데 다행스럽게도(?) 머리가 커서 사람들은 나를 비실비실한 인간으로 기억을 못 합니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대만으로 유학을 가면서 약골을 벗어나게 됩니다.

대학원 기숙사에서 살다 보니 삼시 세끼를 학교에서 해결해야 했고, 아침은 떠우장(두유)과 만두를 먹어야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검은깨를 속으로 한 만두가 나오면 대박인데, 대부분 야채나 돼지고기 만두였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침마다 식당에 가는 일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지요. 식욕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먹어야 했는데, 그때 갑자기 아주 기특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면 혹시 맛있어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400m 트랙을 4~5바퀴 돌다가 점점 늘려 13바퀴까지 매일 뛰었지요. 그렇게 20대 후반부터 시작한 아침운동은 중간에 수영으로 종목을 바꾸어 10년 넘게 물속에서 놀기도 했고, 마흔 살부터는 골프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시간이 겹치지 않으면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은 걸으려고 합니다. 이곳 타이난으로 이주한 후 아침마다 꾸준히 가는 공원이 있습니다. 30여 분 넘게 걷고, 철봉에 매달려 하는 턱걸이와 스트레칭을 반복하고, 팔굽혀펴기도 합니다. 덕분에 근력이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골프공 비거리도 40대 때랑 별로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남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멀리 날린다는 이야기지요.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용캉 공원
매일 아침 운동을 하는 용캉 공원

 

몇 년 같은 공원을 꾸준히 찾다 보니 낯익은 분이 어느 날부터 지팡이를 짚고 띄엄띄엄 나오다가 아주 사라진 분도 있고, 일 년 가까이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달리던 예쁜 몸매의 여자가 더 이상 안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동작으로 자기 나름의 일상을 지키며 운동을 합니다.

저는 운동 리듬이 깨지는 걸 싫어하다 보니 가능한 사람들과 아는 척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극히 몇 사람과만 목례나 간단하게 아침인사를 나누고, 짙은 선글라스와 모자 그리고 얼굴을 다 가리고 운동을 합니다. 요사이는 코로나 덕분에 공원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운동합니다.

몇 달 전부터 제가 스트레칭하는 근처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첫 느낌이 우리나라 해병대 출신들이 각 잡고 태극기 흔들고 다니는 그림이 연상되었습니다. 국방색 느낌의 군인 모자 비슷한 걸 눌러쓰고 나타납니다. 제가 운동하는 곳 뒤에 와서 허리에 차고 있던 탄띠(군용 허리띠)를 풀러 자리에 놓고 자기 나름의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느릿느릿 헐렁한 운동복 바지를 추켜올린 후 탄띠를 차고 위로 올라온 바지를 뒤집어 탄띠 위로 덮어 내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옛날에 안 해본 것 없고, 모르는 것 없는 수다쟁이들이지요. 특히 여자가 옆에 있으면 청산유수입니다. 항상 경계하고 눈을 안 마주쳤는데, 주변에 누군가가 나를 한국 사람이라고 알려준 모양입니다. 그 이후로 나를 보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합니다. 내 뒤에 와서 말을 걸기도 하고, 철봉에서 아등바등 올라가는데도 가까이 와서 말을 걸고, 특히 자기 주변에 여자가 있으면 더 아는 척하고는 한국어 몇 마디 신나게 설명을 합니다.

어제는 휴일이라 못 보던 젊은 남자 둘이 운동하는데 보기엔 거의 체육 전공자 수준이었습니다. 옆에서 아는 척 거드는데 한두 마디 젊은이들이 대꾸하다가 나중엔 대놓고 못 들은 척 하더군요. 오늘은 단오라 연휴입니다. 일찍 나온 젊은이들이 온몸을 땀으로 적시며 근력운동을 하는데, 탄띠를 찬 영감이 다가와 말을 걸려고 해도 틈을 주지 않더군요.

세상 어디를 가나 나이가 들수록 자기절제가 더 필요한 듯합니다. 과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도 향기롭고 아름다울 터인데.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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