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맏딸 선주에게 아빠가 보내는 글

 

 딸 선주(맨뒷줄 가운데)가 간호대학 시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의료봉사를 갔을 때 아디스아바바의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딸 선주(맨뒷줄 가운데)가 간호대학 시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의료봉사를 갔을 때 아디스아바바의 아이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엄마처럼 되고파’ 간호학과 입학
소록도·아프리카 의료봉사 ‘열정’
병원 ‘태움’ 괴로워 6년 전 이민길


영주권 얻고 집도 장만하며 ‘꿋꿋’우리 딸 선주! 첫 아이인 너를 갖게 됐을 때 하늘을 날을 듯이 붕붕 떠다니던 마음이 엊그제 같기만하다. 너무 귀하고 예뻐서 비 한 방울 맞히지 않게 하리라는 다짐으로 키웠는데, 돌이켜보니 아빠가 교육적으로 실수했던 일이 더 많이 생각나는구나.

벌써 6년 전, ‘영혼까지 태워버린다’는 태움에 괴로워하던 네가 어디든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고 눈물 글썽이며 말했을 때 두말없이 허락했었지. 20대이니 도전하고 살아도 될 나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는 자주 볼 수 없게 될 딸을 생각하며 많이도 후회했단다. 출국 직전 너의 어릴 적 사진을 뒤져서 사진첩을 만들어주던 게 어제 같은데…. 거리도 멀고 기후도 다른 남반구의 이국땅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4년 만에 영주권을 얻고, 그로부터 2년 만에 집도 장만했다는 소식에 이 애비는 한없이 감격한다.

딸 선주가 보내준 이민 6년 만에 장만한 자택 전경. 
딸 선주가 보내준 이민 6년 만에 장만한 자택 전경. 

요즘 문득문득 네가 훌륭한 간호사가 되고자 노력했던 과정을 더듬어 볼 때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왜 힘든 간호사가 되려고 하느냐’는 엄마에게 넌 이렇게 대답했다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영양주사를 놔주는 엄마가 좋아보여서”라고. 그런만큼 남다른 자질과 열정을 보였다. 간호학과 1학년 때 소록도 봉사활동을 했고, 3학년 때는 에티오피아 의료봉사도 다녀왔지.그때 네가 써놓은 ‘보름 동안 강력한 기억’이라는 소감문을 다시 읽어본다.

“국내 교육이 끝나고 이것저것 걱정과 부담감 때문에 막상 공항으로 향할 때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흔하지 않은 기회를 잃고 후회하게 될까봐 마음을 다스렸다. 일기에도 스스로 날 위로하는 말들로 채워놓았다. 너무 멀고 오랜 이동 시간을 견디며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고, 바로 현지 코이카(KOICA) 사무소로 가서 소장님에게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그 열정에 대해 감탄하고 감동받았다. 새로운 진로에 대한 롤모델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마지막 날 한 친구가 언니들에게 꾸중을 많이 듣더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울었을 때, 이 아이가 아프리카까지 와서 자긴 혼자라는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해서 손편지도 써주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낯설기만 한 먼 나라에서 밀려오는 걱정을 이겨내는 장한 모습과 훈훈한 마음 씀씀이에 아빠 마음도 새삼 뿌듯하고 기쁘구나. 스스로 목표와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글도 보이는구나.

“아프리카에서 오기 전, 이번 인턴십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생각해 보았는데, 가장 큰 목표는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었고, 현지인과 동료 인턴들에게 뭐든 해줄 수 있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또 다른 인턴들과 오해나 갈등이 생겨도 ‘잘 될 거야’ 라는 긍정적인 자세로 잘 해결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었다. 그 목표 이상을 얻었다고 확신한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행복하다. 정말 감동적이다. 흐뭇하다 못해 천사 같은 딸에게 못해준 것만 더 많이 생각난다. 꿋꿋하고 아름답게 살아준 딸! 많은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한 사정을 뻔히 아는데 부모로서 많이 보태주지 못했다. 작은 도움밖에 주지 못했어도 진정으로 고마워해주니, 그 마음결이 아름답기 만한 우리 딸! 아빠가 멀리서나마 너의 인내력과 생활력에 깊이 감동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 원고를 기다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글은 2021년 6월 11일 한겨레신문 20면에도 게재된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998917.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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