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은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를 안정화사업(배수로공사, 침출수 차수벽 설치, 차수막 설치공사, 가스관 공사 등)을 통하여 환경공원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늘 한번 보러가야지 하면서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거야.. 꽃구경하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꼬.. 이런 저런 생각에 발길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내부순환도로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생각하고 민적거리다 6년 전부터 슬슬 발걸음을 하게 된 공원입니다.

월드컵공원은 서울시민이 1978년부터 15년 동안 쓰레기를 버린 난지도로 가장 예민한 흔적인 냄새조차 나지 않는 공원입니다.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의 5개의 공원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두 곳만 돌다 오게 됩니다. 두 공원을 구석구석 돌아보는데도 4시간은 족히 잡아야 합니다.

하늘공원은 해발 98m로 올림픽 공원에서 가장 하늘에 가깝다는 공원입니다. 저는 291개의 하늘계단을 체력 테스트 겸 쉬지 않고 걸어올라 갔습니다. 헉헉~~ 숨이 차는 것을 보니 꽤 높기는 높은 모양입니다. 가장 높다는 것은 쓰레기 매립양이 가장 많았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런 척박한 땅에 다양한 억새가 억척스럽게 살아나가고 있었습니다. 난지도에서 가장 높은 공원이라서 서울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요. 억새길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산책길은 초겨울이지만 아름답고도 풍성했습니다.

노을공원은 잔디가 드넓게 펼쳐진 공원입니다. 애초에 57%의 공간에 골프장을 운영했는데 2008년 11월부터 골프장을 없애고 공원으로 재개장했다가 최근에 다시 작은 골프장을 만들고 캠핑장과 어린이공원을 만들었습니다. 날씨도 쌀쌀하지만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는데다 제 살 다 떨어뜨리고 뼈만 남은 나무까지 너무도 한적했던 산책길의 노을공원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조금만 늦게 어둠이 찾아왔으면 그 분위기를 한가로이 즐겼으련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서둘러 나왔던, 유명한 하늘공원보다도 다시 더 가고 싶은 공원입니다.

사진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 전경

월드컵공원에서 제공한 항공사진입니다. 월드컵경기장과 대각선인 곳에 높게 올라선 공원이 하늘공원이고 하늘공원 좌측 끝으로 멀리 잔디밭이 보이는 공원이 노을공원입니다.

억새밭 속의 하늘공원 표석. 하늘 공원의 제일의 상징은 억새인가 봅니다
▲ 하늘공원의 억새길

억새라 하면 거칠다는 느낌이 들지요. 아마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겁니다. 제가 더 눈썰미가 있고 더 꼼꼼히 돌아보았다면 더 다양한 억새를 만났을 거라 생각하지만 하늘공원에서 제가 만난 억새는 3종류 정도였습니다.

▲ 가장 많이 심겨진 억새. 솜털 같은 꽃차례가 풍성합니다.
▲ 줄기가 붉은 빛이 도는 억새인데 이 억새는 꽃차례가 약합니다
▲ 꽃의 모습이 독특하지요? 작은 곡식을 맺을 것 같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래서 줄기가 좀 굵은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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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 같은 억새

잘 모르겠지만 이건 억새가 아니라 띠 같네요. 한 움큼 꺾어 모으면 꼭 싸리나무 빗자루 모습이 될 것 같지요? 힘이 약해 관상용으로 밖에 쓸 수 없겠지만요

 

의자인가요? 그냥 조형물인가요? 앉아서 서울시 전경을 보려했는데 약해 보여 앉지 못했습니다. 서울 시민이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 하늘을 담는 그릇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니 이름이 거대하지요? 그릇이 이름에 눌릴 것만 같습니다. 하늘을 담는 그릇은 철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둘레에 여섯 그루의 등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등나무의 가지가 철제 뼈대를 감싸 안게 되겠지요. 등나무 꽃이 필 5월이면 보라색으로 휘감길 하늘을 담는 그릇, 언제가 될 지 그 때 되면 꼭 보러 가고 싶습니다.

 

하늘을 담는 그릇에서 본 하늘공원입니다. 시원합니다. 좌우측에 심은 풀들이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풍력 발전기

하늘공원에는 5기의 바람개비가 있습니다. 바람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내는 풍력발전기입니다. 그 중 2개를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 이름 모를 꽃

하늘공원에서 만난 솜망울꽃입니다. 이름을 보긴 봤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 산수유나무

이른 봄에는 노란 꽃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몸에 좋은 빨간 열매를 맺어주지요. 어떤 분이 이 산수유열매가 좋은 것을 아셨는지 막 손으로 훑으시며 따 드시고 가셨습니다. 구경하는 저도 조금 나눠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혼자만 와구와구 드시더만요. 애고, 좀 달라고나 해볼걸..

하늘공원에는 유명한 메타세콰이어길도 있습니다. 삼림욕장이라고 하지요. 하늘계단에서 반대편 방향에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잎은 다 떨어져서 삼림욕을 즐길 수 없겠지만.. 잎에 울창할 때는 그 길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길입니다.

이제 노을공원의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하늘공원에서 노을공원으로 가려면 약 20분 이상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해요. 아스팔트 길을 걷기 싫으신 분들은 일정시간마다 다니는 맹꽁이 버스를 이용하셔도 됩니다.

▲ 초겨울에 핀 개나리

하늘공원에서 노을공원으로 이동하던 중 길가에 핀 개나리입니다. 지구온도가 변해서.. 개나리가 제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낱 식물에 국한되지 않을 겁니다. 지구온난화현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간도 언젠가는 제정신을 잃어버리고 미친 듯 사는 날이 오겠지요.

▲ 자작나무

노을공원 초입에서 만난 자작나무입니다. 잎이 다 떨어져도 줄기가 하얗고 반짝 반짝 윤이 나서 참 아름답지요. 옛날에는 자작나무 껍질로 혼례 날에 화촉도 밝혔다던데.... 종이처럼 펴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썼다 하지요. 자작나무는 자신이 소중하게 사용하던 그 때가 그리울 겁니다. 지금은 그런 전통이 완전히 사라져서 참 서글플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 생태연못의 갈대 숲

갈대는 물에 있는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 생태 연못에서 만난 갈대, 꽃차례가 독특합니다
▲ 노을공원에서의 석양

노을공원에서 보는 석양은 월드컵공원 최고의 석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가 올듯 말 듯 많이 흐려서.. 화려한 석양의 모습은 아니네요.

▲ 야광나무

노을공원에는 야광나무가 많았습니다. 꼭 금산사에서 본 산사나무 같이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하지만 열매 빛깔은 산사열매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피같이 붉고 아름답습니다.

 

달님이 그 음광을 발휘하지 못하고 빗방울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나무들까지 바람에 빗줄기에 스산스럽습니다.

 

조금 더 걷다보니 금방 깜깜해졌습니다. 6시 경이 되었는데 공원에는 이제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 뱀 출현지역이란 팻말이 있어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노을공원 많은 곳을 가지 못하고 걷기를 마감했습니다. 다음에 날이 좋을 때 또 가볼 생각입니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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