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노페디(Gymnopédies)와 그노시엔느(Gnossiennes)

지난 해 5월 한국계 하프연주자 Lavinia Meijer(라비니아 마이어)의 연주곡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에릭 사티 (Erik Satie)의 'Gymnopédies(짐노페디) 1번'과 'Gnossiennes(그노시엔느) 1번'을 소개하면서 너무나 고요해서 정적조차 숨을 멈춘 곡이라고 했다. 그렇다. 바로 무더위로 지친 잠 안 오는 밤에 들으면 무더위도 숨을 멈추게 하는 곡이다.

에릭 사티의 음악을 검색해서 듣다 보면 짐노페디 1번과 그노시엔느1번. 3번, 4번, 5번이 <Once Upon A Time in Paris>라는 프랑스 영화 주제곡으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한국에 수입되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간단 줄거리는 이러하다. 낮에는 선행을 하고 밤에는 자경단원으로서 범죄와 싸우는 젊은 고아가 말기 암 환자와 친구가 되어 그녀에게 시, 음악, 파리라는 공간의 마법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는 내용이다. 아마 고요하고 잔잔한 사티 곡에 반해 삶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곡으로 쓰였거나 파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배경음악으로 쓰이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Anne Queffélec 가 연주한다.  

에릭 사티의 초상(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atie_c215.jpg)
에릭 사티의 초상(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atie_c215.jpg)

에릭 사티는 1866년에 프랑스 노르망디 옹플뢰르에서 태어났다. 1879년에 파리음악원에 들어갔다. 재능이 없다는 평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2년 반 후 파리음악원에 재입학하지만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입영되어 군에도 들어갔으나 적응하지 못해 일부러 기관지염에 걸려 전역한다.

1887년 사티는 몽마르트에서 살면서 작품을 쓰게 된다. 이 때 짐노페디 등이 출판되었다. 1892년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1893년, 사티는 화가이자 그림 모델인 '수잔 발라동'을 사랑하여 청혼했으나 거절당한다. 그녀에게 받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작품도 쓰고 초상화도 그려 헌정하지만 결국 그녀는 떠난다. 이후 독신으로 평생을 살다가 1925년, 59세 나이에 간경변증으로 사망한다.  

에릭 사티의 무덤(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ombe_satie.jpg)
에릭 사티의 무덤(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ombe_satie.jpg)

평생 고독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죽어서야 유명해진다. 20세기 파리의 아방가르드 작곡가들 중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인물로 인정받았고, 미니멀리즘이나 부조리극 등 20세기 예술운동의 선구자로도 불린다고 한다. 
 

1988년 파리에서 출판된 에릭 사티의 초기 대표곡인 '짐노페디'는 1.2.3번으로 되어 있다. 1번은  Lent Et Douloureux(느리고 비통하게), 2번은 Lent et triste(느리고 슬프게), 3번은 Lent et grave(느리고 장중하게)란 의미를 갖고 있다. 각 곡 설명과 같이 모든 곡은 느리고 단순하다.

짐노페디는 그리스어로 ‘벌거벗은 소년들’이라는 뜻도 있고, 소년들이 벌거벗고 추는 고대 그리스 축제 이름이라고도 한다. 축제 곡이기엔 많이 어둡다. 하지만 절망적이거나 비참하지는 않다. 느림과 슬픔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다.  역시 프랑스 피아니스트 Anne Queffélec 가 연주한다.  
 

'그노시엔느'는 사티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1890년에서 1897년에 걸처 1-6번을 작곡했다. 1-3번은 1893년에 〈세 개의 그노시엔느(Trois Gnossiennes)>로 먼저 출판되었고, 4-6번은 사후에 발견되어 1968년에 출판되었다. 그노시엔느는 아무런 뜻이 없는 단어다. 사티는 자신의 곡 제목에 새롭고 독특한 용어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노시엔느’는 새로운 작곡 유형을 말하는 단어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또한 프랑스 피아니스트 Anne Queffélec 의 연주곡이다.
 

사티의 곡이 이렇게 조용하고 적막한 곡만 있는 것은 아니다. Acoustic Café가 연주하는 Je Te Veux(난 그대를 원해요)는 1903년 작곡한 가곡이다. 아마도 수잔 발라동에게 바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발랄하고 상큼하다. 

미국의 오페라·가수로 '오페라의 검은 여왕'이라 하는'제시 노먼'이 부르는 'Je Te Veux ' 영상도 있다. 

 

1919년에 나온 사티의 Nocturne 전곡(1-6번)을 소개한다. 전곡이라야 13분 정도로 짧다. 그야말로 야상곡이니 더욱 더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2시간이 넘는 사티의 Gymnopédies & Gnossiennes(Full Album) 소개한다. 들으면서 곤한 잠드시길...

참고 사이트 : https://ko.wikipedia.org/wiki/%EC%97%90%EB%A6%AD_%EC%82%AC%ED%8B%B0


편집 : 김해인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