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삼방리, 행복마을사업 일환 마을대학에 ‘주민자치’ 강좌 열어

신용인 교수
신용인 교수

행복마을사업 2단계 선정지인 청산면 삼방리가 지난 3일 열린 마을대학 강좌에서 자치공동체의 청사진을 그리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3일 저녁 6시 삼방리 마을회관에서 신용인 교수(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 네트워크’ 기획연구팀장)는 주민 전체가 참여해 돌봄, 주택, 일자리 등 필요에 따라 ‘마을기금’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자치와 분권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용인 교수는 주민자치 시대에 직접 민주주의를 가장 잘 구현해낼 읍면동 단위가 정작 ‘자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읍면동 단위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행정과 지역 내 소수 유지들에 의해 재정과 자치분권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주민자치는 행정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주민 스스로 세운 원칙에 따라 재정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행정 주도 사업은 예산과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맞춰 사업을 만들어요. 돌봄 사업 1년만 하고 그만둘 수 없지 않나요? 칸막이 행정도 문제입니다. 행안부 사업인데 돌봄 사업을 하면 복지부가 발끈하겠죠. 결국 행사성, 일회성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가 재정을 적립하거나 기한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용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 자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게 신용인 교수의 생각이다. 특히 정부 스스로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화 문제 등 지방자치를 위해 선결돼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예산을 각 읍면동 주민들 손에 직접 쥐어주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마을 2단계 사업으로 추진중인 마을대학에 ‘마을자치의 알짬’ 강연을 기획한 삼방리 주민들이 신용인 교수의 강연을 듣고있다.
행복마을 2단계 사업으로 추진중인 마을대학에 ‘마을자치의 알짬’ 강연을 기획한 삼방리 주민들이 신용인 교수의 강연을 듣고있다.

신용인 교수의 계산법에 따르면 정부가 일자리 정책과 저출산 정책,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예산을 합하면 매년 전국 3천500개 읍면동에 328억원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2021년 정부가 일자리 정책과 저출산 정책에 투입한 예산은 각각 30조5천억원, 46조원, 2019년부터 5년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175조원이다. 신용인 교수는 매년 328억원의 ‘마을기금’을 읍면동 주민이 직접 쓸 수 있다면 복지, 경제, 사회면에서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봤다.

“요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노인 돌봄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마을 주민들이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장기 요양기관을 만들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물론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겠지만 이를 정부나 지자체가 출연하는 마을기금으로 보완하면 됩니다. 마을 공동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인들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임대료 이상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이러한 마을 생태계가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순환경제 생태계가 구축될 겁니다” 

물론 이러한 주민자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주민역량강화 교육과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 법제화다. 의사결정을 내리고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민들 간 그리고 주민과 행정이 서로 대화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신용인 교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하려면 무엇보다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자치회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주민총회에서 예산의 쓰임새를 결정하고 임원 선출시 추첨과 추천 방식 모두 활용하는 것이다. 이장과 지역 전문가 등 반드시 참여해야 할 사람들을 배제하지 않는 동시에 소수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언제까지나 시범사업을 할 수 없기에 주민자치는 법제화되게 돼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잘못되면 우리는 새로운 특권계층을 만들 수도 있어요. 가장 큰 쟁점은 구성입니다. 결국 주민자치회는 주민 모두가 회원이 되는 주민자치회로 가야 합니다.” 

옥천군의 경우 지난 4월 시행된 “옥천군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연 1회 개최하는 주민총회 성원 기준은 인구수 5천명 미만일 경우 60명 이상, 5천명 이상일 경우 120명 이상이다. 주민자치회 위원의 경우 추첨과 추천을 혼용한 가운데 추첨 방식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2021년 7월2일 1596호 ‘옥천읍 주민자치회 위원 추첨부터 진통’ 기사 참고).
 

행복마을 2단계 사업으로 추진중인 마을대학에 ‘마을자치의 알짬’ 강연을 기획한 삼방리 주민들이 신용인 교수의 강연을 듣고있다.
행복마을 2단계 사업으로 추진중인 마을대학에 ‘마을자치의 알짬’ 강연을 기획한 삼방리 주민들이 신용인 교수의 강연을 듣고있다.

 

■ 주민 전체 참여하는 ‘주민총회’로 마을사업 결정하는 삼방리

주민 전체가 참여하지 않는 주민자치의 결과물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삼방리 주민들도 일찍이 얻은 교훈이다. 삼방리의 경우 2012년 이장의 부실한 회계관리 문제로 힘든 시간을 겪고 새 이장을 선출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주민 감사를 선임하고 매년 40가구 전체가 참여하는 주민총회를 열면서 자치공동체가 발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주민총회에서 행복마을사업의 방향성과 내용도 결정하고 있다. 1단계 사업에서는 요가교실, 마을잔치, 동학을 주제로 한 벽화그리기를 진행하고 이 과정을 기록해 <도끼부인의 달달한 시골살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지난해 10월 2단계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에는 마을대학(7개 강좌), 풍물놀이, 마을문화제, 북한아동에게 털모자 전달하기 등 사업을 확대했다. 마을대학에서는 마을에 거주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강좌도 기획했다. 

삼방리 행복마을사업 고은광순 공동추진위원장은 “신용인 교수 강연을 들었을 때 마을기금으로 마을 공공요양원 설립이 가능하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며 “사업 추진 이후 임시총회로 안면을 트면서 마을 주민들끼리 더 돈독해져 누가 아무도 모르게 요양원으로 가셨다는 소식 같은 걸 들으면 마음이 안 좋다. 신용인 교수가 말하는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현실화되기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 이글을 옥천신문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출처 : https://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989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허원혜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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