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한지테마파크 : 한 장의 한지가 만들어 지기까지

 

원주에는 한지테마파크가 있다. 소개의 글이 이렇다. 

‘<원주한지테마파크>는 한지의 어제와 오늘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한지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한지가 가지는 역사적 우수성과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였던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숨결을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지테마파크는 전시, 역사, 교육, 체험, 축제, 창작, 국제교류라는 7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 <2015년도 한지공예학교 졸업작품전>이 전시 되고 있어 좋은 작품들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위한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 사진으로 찍어서 준비를 했다.

첫째, 우리의 종이인 한지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둘째, 세계 최초의 온실을 만든 조상들의 지혜를 살펴본다.

셋째, 조상들이 한지로 만들어 썼던 여러 가지의 것들을 알아본다.

첫째, 먼저 한지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밭에서 잘 자란 닥나무를 잘라온다. 반드시 겨울철에 그 해에 나서 자란 가지들 중 잎이 다 지고 나무가 굳은 것을 잘라다 쓴다.

잘라 온 닥나무 줄기를 모아서 <굽기>를 한다. 삼을 굽듯이 커다란 물가마 위에 닥나무를 차곡차곡 쌓은 다음에 물을 끓여서 수증기가 나오게 한다. 이 수증기를 다른 곳으로 나가지 못하게 비닐 포장으로 잘 덮어 씌워서 둘레를 흙으로 덮어 밟아 준다. 계속 불을 때면 닥나무가지들에 수증기가 감싸고돌면 닥나무 가지들은 푹 삶아 진 것이다. 굽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삶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닥나무 껍질을 잘 벗기기 위한 과정이다.

잘 삶은 닥나무는 식기 전에 <껍질을 벗기기>를 한다. 잘 삶아진 닥나무는 잡아당기면 껍질이 쉽게 훌렁훌렁 잘 벗겨진다. 이렇게 벗긴 닥나무 껍질이 한지의 원료가 된다. 그냥 쓰면 쉽겠지만 이제부터 진짜 손이 가는 작업을 하여야 한다.

 

 

우선 벗겨낸 껍질에서 겉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이 과정을 <흑피 벗기기>라 한다. 이 부분은 마르면 검정색이 되므로 벗겨내야 한다. 껍질의 겉면이 위로 가게 하여 도마 위에 엎은 다음에 무딘 칼로 껍질을 벗겨내는데, 일단 칼을 대고 누르면서, 껍질을 자기 앞으로 당기면 서서히 겉껍질이 벗겨지고 하얀 껍질만 남게 된다.

 

이것을 말려 두고 다음 작업을 준비한다. 다음 작업은 <잿물을 만들기>다. 요즘은 흔히 말하는 양잿물(염화나트륨:NACL)을 잿물 대용으로 쓰고 있다. 전통 한지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잿물을 받아서 쓴다. 잿물이란 말 그대로 짚을 태운 재를 시루에 잔뜩 담고 물을 부어서 받아낸 물인데 상당히 강한 알칼리성질을 띠게 된다.

이 잿물에 흑피를 벗겨낸 <닥나무 껍질 삶기>를 한다. 이 과정은 닥나무 껍질을 부드럽게 하고, 하얗게 표백을 하는 작용도 한다.

 

이렇게 표백을 하고 나면 닥나무의 가지 부분이나 잎자루 부분 등의 자리가 거뭇거뭇하게 남은 것이 나타난다. 이것들을 일일이 칼로 긁어서 없애 주어야 한다. 이 작업을 <티 고르기>라 부른다.

이렇게 검은 티까지 모두 제거하고 나면 이젠 순백의 껍질만이 남게 된다. 이제 이 껍질을 도마나 다듬잇돌 같은 단단한 것 위에 놓고 두들기는 <고해> 작업을 해야 한다. 한지 만들기 작업 중에 가장 힘이 드는 작업이다. 이때 잘 두들겨 주어야 닥나무 껍질이 작은 섬유로 나뉘어져서 고운 한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잘 두들겨서 풀어진 닥나무의 섬유들을 끓는 물에 풀어 넣고 잘 젓는다. <고해> 작업으로 부드럽고 잘게 부서진 닥나무 껍질을 물에 골고루 녹여 풀어지게 하는 작업을 <해리>라 부른다. 이때 닥나무만으로는 종이가 되지 않고 끈기가 있는 풀 성분이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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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풀 노릇을 하는 것이 ‘황촉규 뿌리’다. ‘황촉규 뿌리’를 짓이겨서 즙을 짜서 <해리>작업을 거친 닥나무 끓는 물에 섞어 저어주면 약간 건더기가 보일 듯 말 듯한 묽은 풀 같은 모습이 된다. 이렇게 충분히 닥나무 섬유와 섞어지고 풀어졌다고 생각이 들면 종이를 뜨게 된다.

종이뜨기 작업을 <초지>라 한다. 종이의 크기에 따라 외발뜨기(보통 한지의 크기 정도의 종이를 만들어 내는 뜨기)와 쌍발뜨기(보통 한지의 2배나 더 넓은 종이를 만들기)를 한다. 뜨거운 물에서 단번에 뜨는 것이 아니라, 발을 줄이 달린 틀에 걸어서 흔들면서 닥나무 섬유가 녹아 있는 솥의 물을 조금 떠서 쭉 흘러 내려가게 하는 작업을 조금씩 여러 차례 하여 섬유질을 걸러 차근차근 섬유가 쌓여서 종이가 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골고루 힘을 주고 알맞게 기울어서 닥나무 물이 골고루 발위에서 자리 잡게 해주지 않으면 고른 종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힘이 들고 상당히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제 종이가 될 만큼 떠지면 발을 가져다가 거꾸로 엎어서 종이를 떨어낸다. 이 작업도 조금만 잘 못하면 종이가 겹치거나 몰려서 다른 종이까지 망치게 된다.

차곡차곡 종이를 쌓은 다음에 이것을 아주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서 물기를 빼어 내야 한다. 옛날에는 돌 같은 것으로 눌렀지만 요즘은 기계<프레스>로 눌러서 물기를 완전히 짜내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이제 종이가 다 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쓸 수 있는 종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이 종이를 말리는 작업이 진행 된다. 햇볕에 말리는 경우와 열판에 말리는 경우가 있지만 일단 말리는 작업은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말린 종이는 상당히 거칠고 평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르는 동안에 약간 주름이 가거나 울퉁불퉁 하여 고르지 않게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종이를 다시 나란히 모아서 바닥이 넓고 무거운 망치로 종이를 두들겨서 펴는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종이가 쪽 바르고 평평하고 반질반질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힘이 들고 정성을 다하는 작업을 거쳐서야 비로소 한지 한 장이 나오는 것이다.

               

* 원주테마파크를 방문하실 분은 원주터미널에서 6번 버스 종점에 가면 된다. 전화번호는 033-734-4739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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