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Dia de Noviembre(11월의 어느 날)

김종구 한겨레 신문 전 편집인은 아마추어 클래식 기타리스트다.  <오후의 기타>란 책도 냈다.

이 책을 몇 달 전 읽었다. 기타를 시작하고 배우는 10년간 과정이 세밀하게 녹아 있다. 그것만 이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세상사를 보는 ‘눈’까지 들어있어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 글자도 커서 술술 읽힌다. 비 오는 날 휴일, 천천히 뒹굴뒹굴하면서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책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나의 기준에 딱 맞는다. 물론 꼼꼼히 읽고 머릿속 정리가 필요한 전문적 내용은 대충 지나간다는 조건으로... 

그의 기타 연주 동영상도 있다.

영상에서 그가 연주한 첫 곡은 ‘11월의 어느 날’(Un Dia de Noviembre)이다. 세상에나... 11월 분위기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은은하면서도 쓸쓸하고... 쓸쓸하면서도 따듯하고... 따듯하면서도 허전하지만 심장에 구멍이 난 듯 헛헛하진 않다. 후드득 나뭇가지에서 마지막 낙엽이 떨어지면서 내년을 기약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느 늦가을 날 나이든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애틋한 뒷모습에서 들리는 음악이다.

'Un Dia de Noviembre'은 쿠바 태생 작곡가이며, 지휘자이고,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Leo Brouwer'의  곡이다. 쿠바의 11월은 잎이 다 떨어지는 서글픈 달이 아닌데... 그는 어찌 11월의 분위기를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그가 연주하는 곡으로 들어보자. 

Leo Brouwer는 1939년 아바나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인 아버지 권유로 클래식 기타를 시작했다. 1956년 17세 때 공개 공연을 하고 작곡도 시작했다. 20세에 미국 하트포트 음대에 진학했고, 줄리아드 음대에서도 기타와 작곡을 배웠다. 1970년 베를린에서 첫 공연을 했고 1972년 베를린 과학예술원에서 초대 작곡가 겸 강사로 활동했다.

'Un Dia de Noviembre'는 1972년 작곡한 곡이다. 쿠바 영화 'Un Dia de Noviembre'의 테마곡이라 한다. 1972년은 그가 독일에 머물 때다. 1960년 이후 그는 미국, 독일 등 지구 북반구에서 생활했기에 11월 늦가을의 정취를 충분히 알고 있었지 않나 싶다. 

그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그가 연주, 작곡, 지휘한 곡을 모아  <La Obra Guitarristica> 1번에서 8번까지 앨범을 냈다. 아래 곡은 <La Obra Guitarristica Vol 1>전곡 영상이다. 'Un Dia de Noviembre'은 두 번째 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유튜브에서  <La Obra Guitarristica>의 3번, 4번, 5번, 6번, 7번 앨범 전곡을 찾을 수 있다.  

3번 : https://www.youtube.com/watch?v=GXDY6dyt_K8
4번 : https://www.youtube.com/watch?v=G-O_y6tvCDY&t=109s
5번 : https://www.youtube.com/watch?v=_AZ76enoGok
6번 : https://www.youtube.com/watch?v=aFVcsT_UdwA&t=379s
7번 : https://www.youtube.com/watch?v=fakuCi0fe7Y&t=19s

이 앨범을 다 들어봤지만 그가 작곡한 곡은 솔직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은 아니다. 실험적이기도 하고 난해하기도 하다. 그는 초기에 쿠바의 정서가 담긴 리듬을 음악에 즐겨 넣었다고 한다. 그러다 중기에는 아방가르드 성격의 실험적 곡을 많이 작곡했고, 마지막에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고 한다. 

초기에  쿠바 리듬이 들어간 곡으로 1964년 작곡한 곡 ‘Danza del Altiplano’이다

 

중기에 작곡한 'Le Espiral Eterna.'이다. 전위적인 현대음악을 즐기지 않은 나에게 생경함을 준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후반기에 그가 작곡한 ‘El Decamerón Negro’이다. 멕시코 클래식 기타리스트 ‘Cecilio Perera’(세실리오 페레라)가 연주한다. 당대 최고 클래식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페레라의 뛰어난 표현능력 때문인지... 들을수록 오묘하다.

세계 유수의 많은 연주가들이 그가 작곡한 현대적 감각의 곡들을 연주하고 있다. 그는 쿠바를 넘어선 세계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기타 분야에서는 살아있는 작곡가 중 최고라는 평가까지 받는다현대음악에 대한 깊이가 얕아 그의 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해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그는 100편 넘는 영화 테마음악도 작곡했다. 그 음악 중 1992년 멕시코 영화 'Como Agua para Chocolate'(초코렛을 위한 물처럼)의 테마곡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참고 사이트 : https://en.wikipedia.org/wiki/Leo_Brouwer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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