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말한다. 바구니를 떨어뜨려 아까운 계란을 모두 깨뜨리는 실수는 피하고 싶은데, 주부가 아니라 증권가의 오랜 경구라고 한다. 자급률이 25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처지에서 곡물 수입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곡물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는데, 미국 경작지는 기후변화로 가뭄에 시달리는 중이다.

 미국 텍사스주 피셔 호수가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뉴시스 AP(사진 출처 :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2)
 미국 텍사스주 피셔 호수가 극심한 가뭄으로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뉴시스 AP(사진 출처 :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2)

디젤차를 운전한 적 없어 몰랐는데, 디젤차의 대기오염을 요소수가 어느 정도 해결한다는 걸, 이번 파동으로 알았다.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우리나라는 왜 생산을 외면한 걸까? 반도체보다 이익이 박해서? 자동차보다 시시해서? 아무튼, 코로나19 창궐 초기, 우리의 마스크 파동, 미국의 화장지 대란을 떠오르게 한다. 정부의 다급한 노력으로 숨통이 트인다는 소식이 들리니 다행인데, 필수적인 물건까지 타국에 의존하다 당황하는 사례는 요소수가 마지막일 리 없다.

지금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이 긴장 상태라는 보도가 나온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시리아를 빠져나간 난민은 안정된 삶이 보장될 거라 믿는 서유럽에 정착하고자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지대에 운집했는데, 추위에 희생자가 발생한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들이 유럽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아도 난민은 자국으로 돌아갈 처지가 아니다. 떠밀려 나간 이에게 돌아갈 터전이 없을 뿐 아니라 나눌 식량도 충분치 않다. 어쩌면 식량이 모자라 분쟁이 일어났을지 모르는데, 식량은 왜 모자랐을까? 기후위기는 러시아 곡창지대에 가뭄에 이은 화재를 불렀고 러시아가 수출을 제한하자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에 갈등이 증폭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석탄으로 요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는데,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는 미국이 추진하는 봉쇄에 호주가 동참하자 그 불똥이 우리나라에 튀었다. 호주 석탄의 수입을 호기 있게 차단하자 전력난이 일어난 중국이 요소수의 수출을 제한하기에 이른 것이다. 매장량이 충분한 중국이 채굴에 나서면서 전력난이 수습된다는 보도와 호주 석탄 재개 소식도 들리는데, 석탄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이 천연가스를 수입할 거라는 소식이 돌자 유럽의 가스요금이 올해 초보다 5배 이상 올랐다는 소문이 들린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와 초국적 기업에 의존하는 곡물의 가격은 투기에 휘둘리고 소문에 민감하다. 요사이 유럽의 천연가스 요금을 들먹이는 소문만이 아니다. 연료 트럭의 운전자가 부족하다는 소문은 영국 주유소 앞을 장사진 치게 했다. 미국의 휴지 파동도 소문이 근거했다. 우리 환경부 고위 관료는 요소수 대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족한 재고보다 소문이 파동을 일으킨 건 아닐까? 투기 세력이 있는지 모르는데, 에너지와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에게 요소수는 애교에 불과하다.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치맥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는데, 더욱 오를 거란 소문이 돈다. 콩기름의 가격 상승이 원인이라는데, 미국에서 바이오디젤 원료로 전용하는 콩의 양을 늘리자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콩 수출보다 바이오디젤 원료로 챙기는 이익이 커지자 다국적 기업은 우리나라 콩기름 가격을 오르게 했지만, 그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료의 주요 재료인 콩은 우리 축산과 양계 산업을 좌우한다. 육류와 유제품, 그리고 계란의 가격도 차례로 오를 것이다. 라면 가격도 오른다. 수입하는 밀 가격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중동 난민을 동유럽 국경지대로 내몬 기후위기는 어디로 이어질까?

언제나 풍부한 대형 양판점의 식품은 대개 1주일 팔릴 양이라고 한다. 팔리는 만큼 물류창고 재고를 가져올 텐데, 거대한 수출입 선박에 의존하는 물류창고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계 물동량에 의지한다.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바닥을 드러내는 석유 자원은 어떤 내일을 경고할까? 코로나19와 요소수 대란에 이어 터질 경고를 정책 당국자가 모를 리 없다. 요소수와 마스크보다 끔찍할 게 뻔하지만, 외면한다. 난민 소식을 남의 일로 전하는 언론 역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에 큰 관심이 없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기사입니다.
* 출처 :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79

 

1988년 인하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환경 관련 강의를 수행하며 있으며 2021년부터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이야기>(이상북스 2019) 외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박병상 독자통신원  Brilsymbio@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박병상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