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친구 오디오북 4

민음사 평에 의하면 <인간 실격>은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세계 3대 성장소설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일본 소설 중 하나다. 요즘도 특히 20~30세대들이 많이 본다고 한다. 굉장히 침울한 소설인데 현재 젊은이들의 상태가 이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인가?

사진 출처(위키미디어 / https://ko.wikipedia.org/wiki/%EB%8B%A4%EC%9E%90%EC%9D%B4_%EC%98%A4%EC%82%AC%EB%AC%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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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 실격>은 일본 패망 후 1948년 나왔다. 전후 일본의 염세적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고 한다. <인간 실격>에는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방황하는... 아무도 잡아주는 이 없는... 고독한 청년이 등장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 성장과정부터 삶을 마칠 때까지의 그의 삶이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다. 소설은 수기 형식을 빌어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소설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의 사실적 고백 같이 느껴진다. 이 책의 연재를 마친 후, 알콜중독과 마약중독, 여성편력에 시달리던 ‘다자이 오사무’는 투신자살했다. ‘더 이상 소설 쓰기 싫어서..’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소설 쓰기 싫으면 안 쓰면 되는데 자살까지야...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그의 불안정한 정신세계가 그대로 드러난 유언이 아닐까 싶다.

사진출처 : https://www.hani.co.kr/arti/PRINT/891388.html
사진출처 : https://www.hani.co.kr/arti/PRINT/891388.html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불우하다. 부유한 지방유지 가문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요조는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여러 유모 손에 자란다. 요조는 자신이 다른 이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이 두렵고 소심한  요조는 이를 감추기 위해 광대짓을 한다. 광대짓은 요조가 사람들과 잘 살아보려는 거짓 몸부림이다. 사람들은 요조의 속마음을 모른다. 요조도 사람들과 어떤 마음도 나누지 못한다. 중학교 때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챈 친구가 한명 있었지만 요조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끝까지 광대짓을 고집한다. 고등학교 가서는 ‘호리끼’라는 대학생과 어울린다. 호리끼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이지만 요조와는 좀 다르다. 늘 세상의 눈치를 보는 요조와 달리 호리끼는 제멋대로다. 그와 함께 술에 빠지고 여자를 만나고 무단결석을 하는 등 분별없는 생활을 한다. 무능력한 자신에 대한 혐오로 동반자살까지 벌이지만 여자만 죽고 요조는 살아남는다. 이 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 당하고 집에서도 지원이 끊겨 의지가지없는 부평초처럼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된다. 결국 세상에 맞서지 못하고 알콜중독과 약물중독에 빠져 정신병원에 갇혔다가 세상에서 사라진다.  

‘다자이 오사무’도 ‘요조’처럼 소심해서 세상에 대적할 용기가 없어서 알콜이라는 물질에 빠졌을까? 누구나 수재라고 여겼던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너무 교만해서 세상이 우스워서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알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그는 알콜이 서서히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을 뒤틀리게 하고, 몸을 망가뜨리는 걸 방치했다. 결국 가족과 친구로부터 버림받았으며 사회에서도 낙오되었다. 누구도 찾는 이 없는 고독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러면 안된다고 정신 차리라고 그를 붙잡고 흔들어 깨우고 싶었다.  ‘다사이 오사무’의 유언인 소설 쓰기 싫은 것이 진짜 자살의 이유일까? 소설 마지막에 그는 자신을 29세 청년이 아닌 50세가 넘는 할아버지로 기술한다. 알콜중독 말기에 오는 심각한 노화와 구차스러운 삶 대신 자살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이 인간존재를 탐구했다고 한다. 나는 그저 사랑과 이해와 지원을 받지 못한 한 인간이 힘겨운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처절하게 살다 갔음을 그린 소설이라고 본다. 요조는 세상과 타협하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세상이 두려워 겉으론 표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세상은 허구라는 것을... 세상이라는 이름을 빌린 개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깨달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지도 못한다. 일본은 그 때나 지금이나 집단에 맞춰가길 요구하는 사회다. 그 사회에서 지독히 외로웠을 ‘다사이 오사무’를 생각하며... 오디오북 <인간 실격>을 소개한다.

 

* 민음사 출판 <인간 실격>이 번역에서 우수하다고 한다. 민음사는 저작권을 풀지 않은 것 같다. 위 오디오북은 ‘더 디퍼런스’에서 나온 번역본 낭독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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