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친구 오디오북 7

지난 10월 30일 노동자 출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일선에서 물러난 지 12년 만에 다시 브라질 대통령이 됐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당선자 연설에서 “국제사회에서 굶주림과 기후변화에 맞선 싸움에 다시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과 생태계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https://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52838.html

그의 기사를 보면서 칠레의 민주화 투사이며, 아마존 보호를 외치는 환경운동가이자 작가인  '루이스 세풀베다'가 생각났다.  

2005년 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루이스 세풀베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사진 출처 : https://m.hani.co.kr/arti/culture/religion/944256.html)
2005년 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루이스 세풀베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사진 출처 : https://m.hani.co.kr/arti/culture/religion/944256.html)

칠레에서 태어난 세풀베다는 ‘마푸체’족 혈통을 갖고 있다. 마푸체족은 칠레 먼 남쪽 ‘왈마푸’란 곳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세풀베다는 어려서 마푸체족인 작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작은할아버지는 주로 여우, 퓨마, 콘도르, 앵무새, 들고양이가 나오는 모험담을 들려주곤 했다. 세풀베다도 작은할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마푸체족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사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는 ‘아프마우’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독백 소설이다.

어느 날 산에서 내려온 재규어가 마푸체족 사람들에게 강아지를 한 마리 물어다 놓고 간다. 마을 사람들은 이 강아지를 대지의 정령이 보내준 선물이라 여긴다. 삶에 강한 충직함을 보여주었다는 의미에서 ‘아프마우(충직함)’란 이름을 지어준다. 아기 ‘아우카만(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콘도르)’의 형제로 여기고 키운다. 아우카만과 아프마우는 같은 음식을 먹고 저녁이면 따뜻한 불 옆에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들은 자연이 베풀어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숲을 이루는 모든 생명체를 형제로 여기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무기를 가진 외지인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내쫓고 마을과 숲을 불태우고 파괴한다. 아프마우를 강제로 끌고 가서는 철창에 가두고 쇠사슬로 묶어놓는다. 개발을 반대하며 숲에 숨어 사는 인디오들을 쫓는 인간 사냥개로 이용된다. 아프마우는 채찍으로 맞는 등 매일 학대 받으며 슬픔과 굶주림 속에서 행복을 잃고 산다. 외지인들이 풍기는 지독한 두려움의 냄새, 파괴의 냄새를 맡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아프마우에게 반딧불이 이렇게 말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너는 갖은 학대를 받으며 살았지. 외지인들이 너를 아우카만에게서 강제로 끌고 갔을 때의 나이보다 거의 두 배나 되는 세월 동안 말이야. 하지만 대지의 정령은 네가 아우카만을 찾아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 수 있도록 마음을 정하셨어.”

아프마우는 이 말을 믿고 아우카만과의 재회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냄새를 맡게 된다. 아프마우는 그 냄새가 추억의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모든 순간을 찾아 달리기 시작한다. 결국 아프마우는 아우카만을 만난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대표작은 1989년 발간한 장편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이지만 1996년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2012년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2013년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를 발간한 동화작가로도 유명하다. 그 많은 작품 중 그의 생명존중철학을 가장 쉽게 집중적으로 드러낸 결정체가 바로 2015년 발간한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라고 한다.

아프마우가 겪었던 인디오들 삶은 자연과 벗하며 모든 생명을 존중하며 평등하게 사는 것이다. 아프마우 눈에 비친 외지인들 삶은 자연을 등지며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일삼는 두려움이다. 작가는 개의 눈을 통해서 자연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인디오의 영혼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알려준다. 또한 자연을 무시하고 탐욕과 파괴로 가득한 문명 속 인간의 영혼이 얼마나 추하고 처참한지도 보여준다.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는 개와 인간의 눈물나는 우정을 보여준다면,  어른에게는 현대 문명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어른들도 읽어보면 좋을 동화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는 짧지만 그 여운은 아주 길다. 그의 동화 4편을 읽었는데 모두 여운이 남는다. 그리고 푸른 지구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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