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친구 오디오북 8

젊어서 타인의 조언에 귀를 닫았다. 한마디로 교만했다. 물론 성현의 말씀도 귓등으로 들었다. 나이 들면서 나의 교만이 싫었다. 성현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동양 최고의 지혜서라고 하는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은 들을수록 좋다. 채근담에 나오는 청언(淸言)의 1/20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또 그럴 그릇도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조금이라도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런 생각이 드니 정말 다행이다. 일찍 깨달았다면 인생을 좀 덜 뾰쪽하게 더 영리하게 살았을 텐데....

 

채근담에서 ‘채근(菜根)’이란 “사람이 풀뿌리를 씹을 수만 있다면 백 가지 일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이다. 송나라 학자 왕신민이 쓴 '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에서 나왔다. 

홍자성은 명나라 말엽 안휘성(顔徽省)에서 1550년경에 태어났으며, 1610년 <채근담>을 완성했다. 채근담은 전편과 후편으로 나뉜다. 전편에는 현실에 살면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처세술이, 후편에는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이 들어있다. 

전집 222조 중 1조와 25조를 보면

"도덕을 잘 지키고 사는 사람은 잠시 적막할 것이나,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며 사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해진다. 세상 도리에 통달한 달인은 재물과 지위 이외에 진리를 보고 죽은 뒤에 명예를 생각한다.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을 택할지언정 처량함을 택하지 말라”

"뽐내고 교만한 마음은 모두가 객기일 뿐이다. 이 객기를 물리친 후에야 참된 기운이 자랄 수 있다. 욕망은 모두 망령된 마음과 같다. 이 망령된 마음을 소멸한 후에야 진정으로 참된 마음이 나타날 것이다. "

후집 134조 중 4조에는.

"세월은 본래 길 건만 바쁜 사람은 스스로 짧다고 느끼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천박한 사람은 스스로 좁다고 하고,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래 한가롭건만 악착스러운 사람은 스스로 번잡하다고 한다." 

400년 전 청언이지만 현대 지혜서라 불러도 된다고 본다. 간단한 글귀라고 해도 조용히 듣고 있으면 넓고 깊게 펼쳐지는 사유의 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특히 번거로운 생각이 많을 때... 뭔가에 시달릴 때... 사소한 것에 욕심을 낼 때... 산책하며 들으면 만사가 단순하게 정리 된다. 이젠 쉽고 담백하게 살다 가고 싶다. 

* 청언(淸言)은  현언(玄言) 또는 청담(淸談)이라고도 하며  세속의 명리(名利)를 떠난, 맑고 깨끗한 담화(談話)라는 뜻이다.

-참고 사이트 : https://ko.wikipedia.org/wiki/%EC%B1%84%EA%B7%BC%EB%8B%B4
-참고 사이트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20565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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