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서울에서 영화 한 편 감상했습니다. “시대와 자유를 노래한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 정태춘의 뜨거운 귀환” 및 “정태춘과 박은옥 40년 음악인생의 서정과 서사를 이어주는 28곡의 스토리텔링” <아치의 노래, 정태춘>.

 

5월 18일 개봉 예정 영화인데, <한반도 평화경제회의> 동지 이은 영화감독 겸 <명필름> 대표가 3주 앞선 시사회 초대권을 듬뿍 선물하기에, 영화와 음악을 즐길만한 지인들에게 인심 쓰며 함께 정태춘 부부를 만났지요.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2시간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감동적이고 생생한 공연 같았으니까요. 제가 30년 전 박사학위 논문에 소개한 정태춘을  만나보시겠어요?

정태춘은 1980년대에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민중가수였을 텐데, 그는 몇 곡의 반미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1983년 발표한 <인사동>에서 “양코쟁이 게다신사 납신다”며 미국인과 일본인들을 비하했다.

1984년 발표한 <고향집 가세>에서는 “음, 미군부대 철조망 그 안으로 / 음, 융단 같은 골프장 잔디와”라고 노래함으로써 미군부대의 오만한 외모를 비꼬았다. 이 노래들이 디스크에 삽입되자 검열관들은 미국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모두 지워버렸다. 미국에 대해 이처럼 완곡한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1990년 발표한 <그대, 행복한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미국을 비판했다.....

같은 해 발표한 <아, 대한민국>에서는 “식민독재와 맞서 싸우다 /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라며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것을 암시했다. 이영미에 따르면, 이 노래는 1990년대 후반 각종 정치집회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였으며 1980년대 3대 민중가요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민족예술≫ 1992년 8호에 의하면, 정태춘은 1991년 12월 ‘민주시민들’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뽑혔다.

정태춘의 음악극 <송아지 송아지 누렁송아지>에서는 더 강렬한 반미감정이 드러났다. 음악극의 제목은 초등학교 1학년 음악책에 나오는 널리 알려진 동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에서 따온 것이었다. 한국의 전통소는 노란색인데 반해 미국소가 얼룩무늬를 띠고 있기 때문에, 동요의 ‘얼룩송아지’는 ‘누렁송아지’로 바로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음악극을 1989년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했다. 미국이 한국의 농업시장을 개방하라고 거센 압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농민들이 반미시위를 자주 벌일 무렵이었다. 1980년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무역마찰이 가장 심각한 품목이 미국산 쇠고기와 담배였기에, 농민들이 시위하면서 외친 구호 가운데 하나는 “한국 소 죽이는 미국 소 몰아내자!”였다 (이재봉,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256-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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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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