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3도에 걸쳐 있는 큰 산이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신령한 삼신산중 하나로 불리어지고 있다. 처음 천왕봉에 올랐을 때는 겹겹이 쌓인 웅장한 산세를 보고 지리산은 남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노고단이나 뱀사골을 다니면서 어머니의 품 같은 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산을 거느리고 있지만 계곡에는 물이 풍부하고 골짜기에는 사람이 깃들만한 여유가 있었다. 이런 지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란 후 빨치산들이 지리산에 의지하여 수년간 항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리산 제일문
지리산 제일문

오늘부터는 지리산 벽송사에서 Temple Stay를 할 계획이라서 함양 시내를 거쳐 지안재, 오도재를 넘어 벽송사로 갔다.

지안재에서 내려다 본 함양시내 모습
지안재에서 내려다 본 함양시내 모습

구불구불 올라간 지안재에서는 산골에서 보기 힘든 상당한 크기 논들을 조망할 수 있었고, 지리산 조망대에서는 멀리 구름에 쌓인 웅장한 산들을 올려 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올려다 본 구름속의 천왕봉
전망대에서 올려다 본 구름속의 천왕봉

이곳 조망대에서 지난번 박물관에서 보았던 조선 시대 문인 사숙재 강희맹의 돌에 새겨져 있는 시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리산 높이 솟아올라 만 길이나 거대한데

그 산 속엔 묻힌 옛 고을 함양이라 이르네

화장사 옛 절터 지나서 엄천으로 가는 길에

푸른 대밭 띳집 있는 곳 거기가 내 고향일세

 

 이 시 내용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향시였는데 이분을 진주 출생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돌아와서 조사를 해 봤더니 외가 친척이었던 이숙번이 귀양살이를 했던 함양에 가족을 데리고 와서 생활한 적이 있다고 했다. 조선 태종 때 권력의 핵심에서 무소불위의 권세를 부리다가 21년 동안이나 함양 까막섬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흘러가는 남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이숙번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무슨 인연으로 조상이 머물렀던 지리산을 여행하며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는가?

칠선계곡 위에 위치한 벽송사는 16c에 벽송선사가 지은 절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공부하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찰이었다.

조선시대 300년 동안 선교 겸수의 중심 도량 역할을 했다고 하고 지금도 주로 참선하시는 학승들이 많은 분위기였다.

이곳 벽송사 선방의 문고리만 잡아도 성불한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데 , 나도 머무는 동안 한마음 챙기는 공부에 매진해  볼 생각이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강덕원 주주  dwkangj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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