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장실 코너 선반을 교체하기로 했다. 10년이나 사용했으니 지저분해져서 닦아도 잘 닦이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우리는 일을 분담하기로 했다. 남편은 배달 온 새 스텐 선반을 조립하고, 나는 사용하던 플라스틱 선반을 해체하고 깨끗이 닦았다. 해체된 플라스틱 선반은 빨래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우리 아파트는 일요일만 분리수거를 하기 때문에 해체된 플라스틱 선반을 담아놓을 적당한 통이 필요했다. 이 플라스틱 빨래 바구니는 빨래를 담아 베란다에 널 때 사용하는 것으로 가볍고 크기도 적당해서 역시 10년이나 사용한 나의 애용품이다. 남편도 자주 빨래를 널어주기 때문에 이 바구니를 잘 안다.

한 이틀 후인가 빨래를 널려고 바구니를 찾는데 바구니가 없었다. 온 집안을 꼼꼼히 뒤져봐도 바구니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바구니가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그 때 딱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 남편이 바구니까지 버렸구나.’ 남편에게 물어보니 바구니는 버리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내가 그런 말을 안 해줬기 때문에 다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 일일이 알려줘!!! 알아서 버리지 말아야지!!! 그 바구니가 빨래 바구니인지도 몰라?”라고 소리를 빽 질렀지만 남편 스타일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내 잘못이 크다.

예전에도 남편이 멀쩡한 옷을 재활용통에 넣은 일이 있다. 그것도 자신의 옷을 말이다. 세탁소에 보낼 바지와 스웨터를 분리수거 종이 박스 위에 얹어 놓은 적이 있었다. 분리수거 날인 일요일이 지나고 며칠 있다가 깜빡 잊었던 바지와 스웨터가 생각났다. 세탁소에 보내려고 찾는데 도통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설마~~하고 물어봤다.

“혹시 저 상자 위에 놓았던 바지와 스웨터 못 봤어?”

“응. 그거 옷 모으는 재활용 통에 넣었는데?”

나는 “왜~~왜~~”를 여러 번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 두 옷이 조금이라도 낡은 옷이었거나 내 옷이었다면 이해했을 거다. 그 바지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두 번 드라이 줬을까 말까하는 새 바지였다. 스웨터는 2~3년은 입었지만 아직도 깨끗하고 심지어 스웨터 중에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베이지 색 스웨터였다.

어떻게 그런 자기 옷을 버릴 수 있을까? 이거 뭐냐고 한 번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닌가?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정말 상상초월이다. 그 때도 역시 분리수거 종이 상자 위에 바지와 스웨터를 얹어 놓은 내 잘못이 크다고 했다.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는 것은 일일이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 할 것이 많다는 거다. 가끔 억울할 때가 있다. 남편 뒤치다꺼리 하다 세월 다 간 것 같아서다. 요새는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도 한다.

“여보 내가 평생 당신 뒤치다꺼리 해줬으니까, 나 죽고 나면 내 뒤치다꺼리 해줘”

남편은 시무룩해져서 “남자들이 먼저 죽는데...” 하면서도 “내가 더 살면 그리 해줄게”하고 약속하지만 내 나머지 것들을 제대로 뒤치다꺼리 해줄까? 자기 새 바지도 버리는 사람인데... 그냥 몽땅 버리지나 않을까? ㅎㅎㅎ 애고... 내 죽고 난 다음인데 내가 뭐 그런 것까지 신경 쓰남~ 알게 뭐야~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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