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를 한 적이 있다. 2006년부터 5년 넘게 알토 파트를 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남편은 내가 일요일 아침부터 때론 오후까지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마땅찮아 했다.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는 그럭저럭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넘어갔는데 아이들이 모두 공부하러 외국에 나가버리니 상황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혼자 산에 잘 다녔는데, 어느 날 기분이 몹시 안 좋다고 했다. 자신이 버림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1년 넘게 그리 불평하는데 나만 좋다고 성가대를 할 수가 있나.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니 이해도 갔다. 엄마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만 두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셔서 성가대를 그만 두었다. 지금은 성가대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5년간 성가대 생활은 나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노래를 부르는 즐거움을 그야말로 한껏 누렸다. 엄마도 정말 좋아하셨다. 엄마는 아침 9시 미사를 주로 가셨는데 내가 성가대에서 성가 부르는 것을 보면 그리 좋다고 미사 시간도 11시로 바꿨다. 가끔 음악회나 합창제를 할 때면 멀리서 함박웃음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시는 엄마는 환한 달덩이 같았다.

2011년 6월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합창제에서 엄마와 나
2011년 6월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합창제에서 엄마와 나

엄마는 80대 할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짝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 코로나로 성가 없이 미사를 보았을 때 도통 미사 분위기가 안 난다고 툴툴거리실 정도로 성가 부르기를 좋아하신다. 엄마는 가톨릭 성가보다는 생활성가를 더 좋아하신다. '신상옥과 형제들'이나 '듀엣 베베'. '김정식' 등 생활성가를 부르는 이들의 공연장에 가서 사인을 받을 정도로 그 분들의 열렬한 팬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생활성가 중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할 때’란 곡이 있다. 엄마가 사주신 테이프를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성가인데 노래 가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인생 살면서 마음이 무너진 적이 없을 수 없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 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아시고
사랑으로 인도 하시네
누군가 널 위하여 누군가 기도하네
내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박지혜 바이올린주자도 이 곡을 연주했다. 박지혜씨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면 그녀는 감정에 북받쳐 입을 꾹 다물고 연주한다가사가 없어도 바이올린 선율이 더없이 애절하다. 그녀도 힘들었을 때 이곡으로 위로받았음에 틀림없다

 

나는 성가대에서 배운 성가 중 음원을 찾으면 엄마 컴퓨터에 저장해드리곤 했다. 듣기도 하고 마주 보며 같이 부르기도 했다. 아래 <가난함을 주소서>는 성가대에서 배운 곡 중 가장 명곡이라는 생각에 엄마 컴퓨터에 깔아드렸다. 엄마도 100번쯤은 들으셨을 거다.

 

성가대나 음악회에서 노래 부르는 나를 보곤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네가 노래를 너무 즐겁게 해서... 네가 참 행복해보여서... 내 기분이 좋았단다”

나를 보는 엄마도 행복했고 그런 엄마를 보는 나도 행복했다. 효도가 뭐 별 거 있나? 잠시나마 자식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효도 아닌가?

요새는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2년 전 갑상선 수술을 하고는 목이 막혀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수술 후 노래를 한 번도 제대로 불러보질 못했다.

노래 없는 내 삶도 삭막해진 것 같다. 엄마에게 즐거움도 드리지 못한다. 남편이 반대하거나 말거나 할 수 있을 때 실컷 할 걸... 그런 아쉬운 생각도 든다이제 그렇게 하나하나씩 보내야하는 때인가?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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