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훈처는 보훈행정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국가보훈처의 지원으로 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발간한  2019년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 특별판 3권(출처 : 하성환)
국가보훈처의 지원으로 독립기념관  산하 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 발간한 2019년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 특별판 3권(출처 : 하성환)

2019년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 특별판 간행사엔 ‘특별판’에 수록할 인물로 “독립유공자 공적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장’과 ‘대통령장’의 훈장을 받은 애국지사 122분 전원과 ‘독립장’을 받은 애국지사 중에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직접 큰 공적을 세우고 희생당한 애국지사 및 외국인 후원자 22분을 수록”하였다고 밝혔다.

공훈격 2등급에 해당하는 ‘대통령장’을 받은 의열단원 김익상, 김상옥, 김지섭, 나석주와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에 참전하며 최고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받은 김좌진과 대통령장을 받은 홍범도가 수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의열단이 감행한 의열투쟁을 기리기 위해 2018년 3월 김원봉 장군 생가터에 설립한 밀양 <의열기념관>(출처 : 하성환)
일제강점기 시절 의열단이 감행한 의열투쟁을 기리기 위해 2018년 3월 김원봉 장군 생가터에 설립한 밀양 <의열기념관>(출처 : 하성환)

그렇다면 의열단장 김원봉은 왜 없는가?

마찬가지로 북간도 왕청현 3‧26 만세 시위를 주도하고 봉오동전투의 주역이자 청산리전투에 참전했던 최진동, 최운산은 왜 없는가?

김원봉은 건국훈장 최고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받기에 마땅한 인물이다. 그러나 해방된 지 77년이 지나도록 남북 모두 외면하는 처사는 국가보훈행정으로서 온당치 못하다. 나아가 학문적으로 독립운동 ‘역사 사실’을 기록하는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에조차 싣지 못하는 현실은 매우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립운동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 통치 시기에 민족해방을 위해 얼마나 고투하고 희생했는가로 판단할 일이지 해방 이후 행적으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아직도 낡은 이념에 포획된 채, 21세기 ‘냉전의 고도(孤島)’로 남아 있는 한반도 정세에 짓눌려 일제강점기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학문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남북 모두 깊이 성찰할 대목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북간도 지역 3‧1 만세운동에도 관여하고 임시정부 최초의 군대인 ‘대한군무도독부’ 주역인 최진동, 최운산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에 수록해야 한다. 통상 북간도 만세운동은 3·13 용정 천주교회 광장에서 열린 만세 시위를 연상한다. 그러나 용정 만세 시위 이틀 앞서 집안현 만세 시위가 있었다. 일본군 조선헌병사령부 자료에 따르면 3월 11일 집안현 시위에 1,400명이 참가했다.

일제측 자료에 따르더라도 5월 15일까지 북간도 만세운동은 4만 명이 넘는 군중이 독립 만세를 외친 거대한 독립운동이었다. 한인 이주 동포가 적었던 서간도 만세 시위 규모와는 차원이 달랐다. 길림성 화룡현 각지에서만 10,000명이 넘는 동포들이 독립 만세 함성을 외쳤다. 마찬가지로 최진동, 최운산 형제가 시위를 주도한 왕청현 백초구 만세 시위는 3월 26일 11시에 1,500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일제측 자료에는 만세 시위 ‘수괴’로 최진동 장군과 최씨 형제를 지목했다.

만세 시위는 왕청현 봉오동, 대감자, 춘방사 지역에서도 전개하였다. 따라서 북간도 왕청현 만세운동에 깊이 관여하였고 8년에 걸쳐 독립군을 양성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초 군대인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한 최진동, 최운산 형제들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에 등재해야 마땅하다.

최진동, 최운산 두 분 모두 3·1 만세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직접 관련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봉오동전투 승리 주역이자 북간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귀감이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진동 장군은 이미 훈격이 독립장으로 추서돼 있다. 당연히 인명사전 편찬 기준에 합당한 인물이기에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에 수록해야 한다.

최운산 장군 또한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 6번 피검돼 극심한 고문과 옥고를 치렀던 인물로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끈 실질적인 주역이다. 바로 봉오동전투 승리부대인 「대한북로독군부」의 주력부대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최초 군대인 ‘대한군무도독부’를 러시아 교관까지 초빙해 독립군을 훈련 시킨 인물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독립 국가라면 독립을 위해 가장 열정적으로 싸웠던 항일독립지사들을 독립유공자로 예우를 다해야 한다. 김원봉, 최진동, 최운산을 빼고 독립운동사를 논하는 행위 자체가 역사 왜곡이다. 나아가 서간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주역인 이회영과 북간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주역인 최진동, 최운산을 모두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에 등재해야 마땅하다.

2022년 6월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학술세미나> 장면 (출처 :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최성주)
2022년 6월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학술세미나> 장면 (출처 :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최성주)

나아가 ‘봉오동전투=홍범도’ 신화를 벗겨내고 ‘봉오동전투=최진동, 최운산’임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7차례 열린 「최운산 장군기념사업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이미 밝힌 내용들이다. 왜곡된 역사 사실이 여전히 한국사 교과서에 실려 있고 진실을 비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부터 바로잡길 기대한다. 엄연히 존재했던 독립운동 사실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배제시키는 모습은 국가 보훈 행정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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