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네살 첫딸 희원에게 주는 김선미님의 글

022년 6월 삼촌이 어린이 날 선물로 보여준 뮤지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희원이
022년 6월 삼촌이 어린이 날 선물로 보여준 뮤지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는 희원이

 

두번째 출산예정일도 같아 ‘신기’
임신중 담석증으로 응급실 ‘반복’
조기분만으로 인큐베이터행 ‘조마’
“건강하게 쑥쑥 자라줘 고마울뿐”

햇살 같은 희원아, 안녕 ? 엄마 뱃속에서 쿵쿵 ! 발차기 하던 녀석이 어느덧 커서 세 돌을 맞이했구나 ! 진심으로 축하해.

2017 년 임신 21 주차 5 월 5 일 네가 훌쩍 엄마 곁을 떠난 이후 엄마 아빠는 너를 만나게 해달라고 정말 많이 기도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국외순방을 가는 대통령의 전용기 안에서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있는 꿈을 꾸었어. 무엇을 암시하는 꿈일까 궁금했었지 . 그 며칠 뒤 산부인과에서 ‘저 멀리 우주에서 신나게 놀고 있던 네가 엄마에게 다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순간 가슴 터져 나갈듯 숨막히는 감동이 무엇인지 느꼈었지. 엄마가 어떻게 너였는지 알았냐고 ? 처음에 도 두번째도 출산 예정일이 똑같이 9 월 11 일이었거든.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

임신 22 주차가 되던 어느날이었어. 배가 많이 아파 급히 응급실에 실려간 엄마는 담석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어. 그때부터 너는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와 함께 응급실을 자주 다녀야 했어. 많이 불편했을 텐데도 잘 견뎌 주어서 미안하고 고마웠단다.

2019년 8월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나와 처음 아빠 품에 안긴 희원이

2019 년 8 월 14 일 저녁 8 시 18 분 36 주 0 일에 넌 느닷없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 너도 놀랐지?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집중치료실 인큐베이터에 잠깐 머물렀지만 내내 별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줘서 엄마 아빠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단다.

희원이가 태어난 날이 왜 8 월 14 일인지, 재미있는 숨겨진 이야기를 살짝 들려줄게. 엄마의 담석증 때문에 출산을 좀 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어. 소화기내과와 산부인과 의료진들이 모여 의논 끝에 8 월 15 일을 출산일로 정하려는데 그 아픈 와중에도 엄마가 외쳤지. “ 우리 아기 예쁜 이름으로 지어줄 건데요. 친구들이 광복이라고 별명지어 놀리면 안돼요. 저 꼭 14 일에 낳을 거예요 !” 그래서 초인적인 힘을 다해 너를 14 일에 낳았단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담석증이 급성으로 악화되는 바람에 엄마는 출산 일주일 만에 담낭절제술을 받아야 했어. 그때도 엄마는 “ 아기 밥 주러 빨리 가야 합니다 !” 라고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하루 만에 퇴원했어 . 엄마 참 장하지?

2019년 11월 외가에서 지내면서 맞은 희원이 백일잔치. 
2019년 11월 외가에서 지내면서 맞은 희원이 백일잔치. 

이렇게 소중하게 태어난 희원이가 맞이할 처음과 모든 순간들을 아빠 엄마는 함께할 거야. 엄마 아빠는 희원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설레고 기다려진단다. 그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구나.  희원이를 만난 이후 아빠 엄마의 세상은 온통 너로 가득하니까. 이런 행복을 준 너에게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야.

2022년 9월 한가위를 맞아 전통문화 체험학습을 위해 한복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는 희원이
2022년 9월 한가위를 맞아 전통문화 체험학습을 위해 한복을 입고 어린이집에 가는 희원이

희원아. 엄마 아빠는 앞으로 살아갈 너의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스스로를 아껴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단단하게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알고 있니? 너는 그 존재 자체로 너무나 귀한 사람이란다. 서울 할머니 , 광주 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 , 숙모 모두가 한마음으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하루하루 가족들의 축복 속에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줘. 살다보면 매우 힘들고 지칠 때도 있고, 두려움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언제나 따듯한 우리 가족의 품 안으로 들어오렴. 늘 뒤에서 너를 무한히 지지하고, 네 편이 되어줄 가족들이 있으니 말이야.  자신감을 갖고 기쁨이 가득한 사람으로 성장해주기 바란다. 넌 충분히 그럴만한 존재거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희원아. 오늘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자 

지난 9월11일 74년 만에 전면개방된 청와대로 가족 나들이를 했다.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온(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선미 독자  83sun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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