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외손녀 우현이 졸업 축하 글

2020년 여름 잠시 귀국한 외손녀 조우현(오른쪽)씨와 함께했다. 
2020년 여름 잠시 귀국한 외손녀 조우현(오른쪽)씨와 함께했다. 

“어릴 때부터 키우다시피한 외손녀
혼자 영국으로 건너가 10여년 유학
약대 학위수여식 사진 보니 뿌듯해”

나에게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다 . 그 딸 · 아들이 딸만 둘씩 낳아 난 손녀만 4 명 있다 . 손자 없는 나를 보고 참 불행한 노인이라고 할 것 같아 미리 어림없는 일이라고 설레발을 쳐본다 .첫째인 딸은 아이를 낳고도 직장을 다녔다 . 딸은 우리 집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 . 어린이집 , 유치원 , 초등학교 , 중학교 다닐 때까지 손녀들은 딸이 출근하는 아침이면 왔다가 퇴근하면 제 집으로 갔다 . 이렇게 두 외손녀는 우리 집에서 등하교를 하면서 거의 키우다시피 하여 정이 무척 많이 들었다 .

아이들이 커서 중학교를 마치고 사위가 외국계 회사 대표로 필리핀 근무를 하게 되었다 . 두 아이 중 둘째인 우현이는 아빠를 따라 필리핀으로 나가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 아빠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도 둘째는 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 이후 영국으로 건너 가서 10 여년 더 공부를 하고 지난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 약학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 하지만 코로나 19 로 학위수여식을 하지 못했다가 지난 5월 학교의 배려로 뒤늦게 졸업식을 했다 . 그새 헤어졌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찍은 기념사진이며, 학교 로고가 들어간 졸업 앨범의 석사모 사진을 보니 우현이와 지냈던 옛날 일들이 솔솔 생각났다 .

지난 5월 약대 석사 학위수여식 때 동기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외손녀 조우현(맨오른쪽)씨. 최호진씨 제공
지난 5월 약대 석사 학위수여식 때 동기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외손녀 조우현(맨오른쪽)씨. 최호진씨 제공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힘들다고 울며 전화 했던 우현이 . 할아버지와 할머니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손녀다 , 사위 귀국 후 혼자 남았기에 더 안쓰러웠고 더 그리워했다 . 손녀 4 명이 모두 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제 갈길 찾아 열심히 살고 있지만 특별히 멀리 타국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좋은 성과를 낸 우현이어서 더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

우현이가 중학교 다닐 때 키우던 강아지 ‘반달이’를 우리가 맡아 돌봐 왔다. 그 덕분에 반달이가 연결 고리가 되어 자주 연락을 하면서 우현이는 외로움을 달랜다고 말하고 했다 . 지금도 먹거리며 예쁜 옷을 사 보내는 우현이는 반달이의 큰 후원자이기도 하다 .내내 아이들을 키우고 지금껏 살아온 집이 42 년 만에 재개발이 되어 올해 안으로 비워야 한다 . 나도 아이들도 모두 정든 이 집을 허문다고 하니 마음 속 뭔가도 허물어지는 기분이다 .

아이들이 집 열쇠를 잃어버리고 담을 넘어올 때 발 넣을 가지를 제공해주었던 단풍나무 , 아이들을 위하여 나무에 명패를 매어 달아 둔 나무가 자라서 눈높이만큼 올라왔다고 좋아했던 일 , 우리가 집을 비우고 멀리 여행이라도 갈 때면 대신 돌봐준 이웃인 엘( L) 우유 가게 주인 아주머니와 중국집 주인 부부 , 그 중국집은 아쉽게도 지금은 없어졌다 . 잔디를 없애고 텃밭을 만들어 농사지은 땅에서 나온 야채로 푸짐하게 즐겼던 삼겹살 파티 , 이런 살갑고 쾌쾌 묵은 가지가지 추억들을 가진 공간이 이제 우리 마음 속에만 남게 되었다 . 조만간 집 구석구석을 찍어서 사진으로 남겨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게나마 기록해두면 아이들과 함께했던 그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지 않을까 ?

우현이는 외국 생활이 길어서인지 한국 음식을 잘 몰랐다 . 대학 시절 방학 때 다니러 오면 나와 함께 맛집 탐방을 하곤 했다 . 탕류도 면류도 거의 몰라 복어지리부터 돼지껍데기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해준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 그 때는 그런 시간을 언제든 자주 가질 줄 알았었는데… .올 여름 우현이가 잠깐 귀국한다고 한다 . 그나마 얼굴 한번 볼까 할 정도로 이젠 자신만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아이지만 벌써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 많은 시간을 내어주질 못할 텐데도 무얼 할까 ~ 뭘 해 줄까 ~ 이러는 게 할아버지 마음이 아닐까 한다 .

내내 그런 마음으로 두어 달을 기다릴 참이다 .우현이는 석사 졸업 뒤 인턴 약사 1 년 코스를 밟고 있다 . 인턴이 끝나면 국가고시를 거쳐 의료계에 취업된다고 한다 . 우현아 ~! 뒤늦게나마 <한겨레> 지면을 통해 너의 졸업을 한 번 더 축하하고 싶구나 . 모쪼록 하고 싶은 뜻을 이루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

원고료를 드립니다-<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5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또 함께 성장해온 주주들에게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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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22년 6월 13일 한겨레 지면에 게재된 글입니다. 
* 원본 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046681.htmll 

편집 : 김미경 편집장 

최호진 객원편집위원  chj1959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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