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9)]

‘경주, 실크로드 꽃피운 동쪽 출발지’(세계일보), ‘실크로드 출발지 경주 확인’(내일신문). 최근 기사의 제목입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요란하게 홍보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에서 실크로드의 출발지가 경주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개한 실크로드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한다면 좀 ‘어색’하지 않으세요?

그 출발지는 중국 서안(장안)이고 서쪽 끝은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인데 말이죠. 학문적으로 더 밝혀나가겠다니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오늘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이란 걸 발표했다는데요. ‘실크로드’ 요즘 유행입니다. ㅋㅋ~

실크로드 원조 출발점은 서안입니다만 한겨레 테마여행팀의 출발지는 하서주랑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도시 난주(란저우). 이곳부터 소개합니다. 난주는 한나라 수도 장안에서 서북쪽으로 650km떨어져 있고, 북위 36도, 동경 104도로 중국 대륙 정 중앙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난주를 중심점에 놓고 원을 그리면 중국의 모든 지역이 반경 안에 들어옵니다. 서역으로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이 신발끈을 동여매고 하루 묵고, 몇 개월을 사막과 초원을 지나 중국에 입성하는 유럽인들이 짐을 내리고 마지막 휴식을 취한 곳. 그래서 난주는 실크로드와 성장을 같이 했습니다.

난주시는 서북지역 최대의 공업지구입니다. 정유·화학비료·합성고무·기계·자동차·알루미늄 등 중화학공업도시입니다.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와 공해로 눈과 코는 시큼하고 하늘은 늘 뿌옇습니다. 지난 4월 중국 민간환경단체인 '자연의 친구들(自然之友)'은 난주가 전국 31개 도시 중 공기 질이 가장 나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베이징 공기가 최악이라 생각했는데 ‘난주’가 금메달을 차지했군요. ^^;

▲ 난주시를 관통하는 황하강물 위 중산철교에서 여성분들 기념 촬영

난주에서 대규모 개발에 의한 환경파괴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작년(2012년) 여름 중국정부는 서부 대개발 차원에서 난주 신구를 국가급 개발구로 선정했습니다. 석유화학, 신소재, 바이오 등 신성장산업 위주로 집중 투자될 예정이랍니다. 중국의 국가급 개발구는 난주를 빼면 광둥성 경제특구, 상하이 푸둥신구, 톈진 빈하이신구, 충칭 량장신구, 저장성 저우산신구 등 5개 밖에 없습니다. 중국 전체가 ‘공사중’이긴 하지만 특히 난주의 경제규모는 향후 몇 십년간 눈부시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중국은 지난 6월 자신들이 핵기술 강국이란 걸 과시하려는 의도인 듯 언론을 통해 우라늄 농축공장을 처음 소개했는데 이곳이 바로 ‘난주’입니다. 이 공장은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온 중국 핵공업집단공사 산하의 우라늄 농축기지입니다. 중국이 원자탄, 수소탄 제조원료와 함께 핵잠수함용 연료를 제공한 것도 바로 이 곳입니다. 또한 이곳은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와 더불어 핵실험 여부와 원료를 판단할 수 있는 3대 방사성 핵종 감지시설입니다.

면적은 서울의 21배. 하지만 인구는 서울의 1/3. 우리나라의 충남 ‘보령’쯤으로 생각했던 서부 변방의 ‘난주’ 알고 보니 이거 보통 도시가 아니군요. *^^*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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