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재동 화백
그림 : 박재동 화백

 

당부

- 2022. 10. 29의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안타까이 떠나시는 그대여
부디 울지 말고 가시라

통한의 울음은 우리의 몫
산자의 참회로 남겨 두시고
그대여 부디
아프지 않게 가시라

그대 잘못이 아니다
그대 잘못이 아니다

그대 귀한 목숨 외면하고 만
이 모순 가득한 사회 구조
바꿔야지 바꿔야지 다짐하면서도
기어이 여기까지 오게 한
그대 나이를 훌쩍 지나 온
나의,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 날 그 참사의 자리
그대가 당했던 희생의 자리
그 혼잡함을 이용해
권력의 끈을 더 동여매려던
한 줌 권력 쥔 자들의 책임이다
어쩌면 수십 년 세월 동안
욕망에 사로잡힌 자들
제대로 청산해 내지 못한 채
그들에게 사악한 권력을 용납하고
용납하고 또 용납해 온
휘청이는 대한민국의 직무유기다

다시 세월호처럼 참사가 있었지만
다시 세월호처럼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미루고 덮어 둘 순 없다
다시 세월호를 건져 올리는 심정으로
진상규명도 명확히
책임자 처벌도 명확히
그리하여 안전한 사회도 
다시
다시

그대여, 또다시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다
세월호 아이들 앞에
무릎 꿇고 다짐했던 약속
미안하다 미안하다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 죄인
낯을 들 수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다만 촛불로 모여 되새기나니
별이 되는 그대여
세월호, 우리 아이들 만나시거든
함께 손잡고 지켜봐 주시라

꽃다운 나이…
귀하디 귀한 목숨…
차마 보내지 못할 그대여
아픔 눈물 한숨 원망 분노
한 오라기도 가져가지 마시고
그대를 지극히 사랑하는
그대가 지극히 사랑하는
고운 사람들
그 사랑만 
그 눈빛만 품고 가시라

그대여
편히 가시라
여린 바람처럼 
잔잔한 햇살처럼 
맑은 풍경소리처럼
부디 평안히…
가시는 그대의 당부
그대 넋이 깃든 당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 가슴에 골수에
선연히 새기었으니
사무치게 새기고 새기었으니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권말선 주주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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