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四書) 중의 대학(大學)은 본래 고위 관리의 학습용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에 사람의 근원적 윤리에 대한 원리가 있어 유학의 경전이 되었다.

선인들은 인간의 본성이 본래 착한 것이라고 믿었기에 두 갈림길에서 善한 길을 놔두고 선하지 못한 길로 가는 것을 보고 울었다는 고사가 양자곡기(楊子哭岐)이며, 착한 것을 놔두고 착하지 못한 것에 물들었음을 보고 울었다는 고사는 묵자읍련(墨子泣練)이다.

이는 회남자(淮南子)에 기록된 내용으로 유안(劉晏)이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말들을 모아 21권이라는 거질(巨帙)의 백과사전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후대 송(宋)나라 때 경학가(經學家)들은 어려서부터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善한 것에 물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15세 때 공부에 뜻을 두었다 전하는 孔子는 論語 첫 장에서 배운 것을 날마다 학습(學習)하라 한다. 이를 그의 제자 증자(曾子)는 이렇게 실천했음을 밝히는데 ‘나는 날마다 하루 세 번에 걸쳐 나를 살피노라.’ 증자는 자신을 살펴 반성하기를 죽는 날까지 하루 세 번씩 했다는 인물이다. 그는 어째서 하루 세 번에 걸쳐서 자신을 반성의 고삐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했을까. 그가 써놓은 大學에서 그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經(경) 一章과 傳(전) 十章으로 풀이된 大學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한 줄로 요약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그것이다.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며 나라를 치국한 다음에 이르러 평천하하라 한다. 

이 말이 주는 함의(含意)는 상당히 충격적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당시의 글 읽는 집안의 자녀들에게는 천하(天下) 경륜(經綸)이라는 동일한 대의(大義)가 있었다. 

본래 大學은 태학으로 읽기도 하며 군주(君主)와 경대부(卿大夫)의 맏아들을 가르치는 공부다.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따르면 공경(公卿)의 태자(太子), 원사(元士)의 맏아들은 13세면 소학(小學)에 들어가 소절(小節)과 소의(小義)를 배우고, 18세면 태학(太學)에 들어가 대절(大節)과 대의(大義)를 배운다. 백호통(白虎通)에 따르면 8세에 소학에 입학하고, 15세에 태학에 들어가니 곧 태자의 예라 했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편하게 하는 것은 모두 태학을 공부한 맏아들의 몫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이 주자(朱子)의 사서집주(四書集註) 이후로 모두는 수신해서 평천하에 이른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이런 것에 뜻을 두지 않은 지 오랜듯하다. 

그래서 사람은 孔子 孟子에 가까이 위로 올라갈수록 현자(賢者)가 많고, 孔子 孟子로부터 아래로 멀어질수록 덜 현자가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은 소위 당시의 爲政者(위정자)들, 또는 위정자가 되고자 하는 儒學(유학)의 선비들을 위한 책으로 볼 수 있다. 일반 백성이 재명명덕 하거나 재친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회 지도자의 입장에서 백성을 교화하고 사회를 바로잡기 위한 윤리나 의식을 가르치고자 한 것이다. 

朱熹(주희)는 대학이 大人之學(대인지학), 즉 큰 사람의 학문이라 하였으니 결국은 일반 백성들이 배우는 철학서는 아닌 셈이다. 또 대학서(大學序)에서 대학지서, 고지대학소이교인지법야 (大學之書, 古之大學所以教人之法也)라 하였으니 옛날 태학에서 사람을 가르치기 위한 법을 수록한 것이 대학이다. 

대학은 원래 禮記(예기) 42편의 한 편명이었던 대학을 주희가 분리하여 별도의 책으로 분리한 것이다. 물론 예기의 원문과 주희의 대학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주희가 수정하고 가필하였기 때문이다. 주희는 대학은 孔子의 이야기를 曾子(증자)가 진술했고 이를 증자의 제자들이 적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대학은 경(經)과 전(傳)으로 구성된 經傳(경전)이고, 傳  一章의 『강고왈 극명덕(康誥曰 克明德)』이전까지는 孔子의 말로 이를 경(經)이라 하고, 康誥曰 克明德 이후는 曾子의 풀이를 제자들이 적은 것으로 전(傳)이라 하여 10장으로 구성하였다. 

정자(程子)는 大學이 孔子가 남긴 책이며, 초학자들이 처음 학교에 입문하면 처음 大學을 읽고, 다음은 論語를, 그다음 孟子를 읽으라고 하였다. 朱熹가 大學과 中庸을 禮記에서 분리하여 수정하고 주(註)를 달면서 大學은 論語, 孟子, 中庸과 함께 사서(四書)가 되고 유학의 경전(經傳)이 되기에 이른다. 大學은 왕조시대의 관리들이나 儒學者(유학자)들의 필독서가 되고 帝王(제왕)들의 修身(수신)을 위한 서책이 되었다.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류종현 독자  ppuri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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