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할매들이 대추리 할매들에게 날린 평화 부엉이-

개벽대장 4호 이종희 소성리 사드대책위원장 인터뷰

-소성리 왕언니들도 평택으로 뜬다-

 

지난 4월 22일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사드가 성주를 치고 들어온 게 2016년 7월 13일이니 주민들은 7년째 사드 투쟁을 하고 있다. 물론 미군도 성주 소성리 이 작은 마을 주민들에게, 아니 전국에서 몰려드는 투쟁가들에게 이렇게 오래도록 시달리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핵 사이다 위원장 이종희>

나는 7.27 홍보 조끼를 입고 도로 가장자리 시멘트 턱에 앉아 무대 위의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 연사로 누군가를 호명하는 데 바로 내 옆에 앉았던 남성이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얼굴이 하회탈처럼 개구쟁이 장난기와 웃음기로 가득했는데 그를 환영하는 박수 소리도 남다르더니 연설 역시 남달랐다. ‘핵 사이다’…. 그가 연설을 마치고 내 옆자리로 다시 돌아오자 나는 얼른 핸드폰을 들이밀어 그의 전화번호를 담았다. 이름은 이종희욕쟁이위원장이라고 저장해 두었다. 연설자들에 *** 위원장, @@@ 대표들이 많았던지라 무슨 위원장인지는 잘 모른 채로. 그리고는 몇 달을 잊고 있었다.

 

6월 22일 아침, 소성리의 인물을 인터뷰하려고 내려갔는데 추천받은 이가 바로 그였다. 아니…. 그는 이러저러한 위원장이 아니라 바로 사드철회성주대책위 위원장이었던 것이었다.

그가 등장할 때 박수 소리가 남다르더니, 그의 연설 역시 과연 남달랐다.  핵 사이다... 나는 얼른 그의 전화번호를 담았다.
그가 등장할 때 박수 소리가 남다르더니, 그의 연설 역시 과연 남달랐다. 핵 사이다... 나는 얼른 그의 전화번호를 담았다.

 

그는 1957년 성주 초전면 칠선리에서 태어났다. 집성촌이라 흉년이 져도 장마가 져도, 질서 있고 따듯하게 어우렁더우렁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4H활동도 보람차게 했다. 아버지의 성화로 뒤늦게 대학을 나와 들어간 직장에서는 노조 비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IT 회사를 차렸다. 혁신적 경영으로 60여 명의 직원을 두고 IMF도 무사히 넘겼다. 회사가 성장하는 대신 그의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의사의 충고대로 모두 손에서 내려놓았다.

<건강 찾고자 귀향한 성주에서 사드를 만나다>

2011년 성주로 돌아와 참외 농사를 시작했다. 3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예전과 달랐다. 어우렁더우렁 살던 공동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적 문화로 바뀌어있었다. 그러던 참에 2016년 7월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뉴스를 들었다. 사드의 방어 거리를 따져보았다. 수도권을 방어할 수 있는 거리가 못되었다. 오호라. 미국은 중국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들여오면서 북을 방어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영토를 무단 점유하려는 것이로구나.

 

초기에 사드배치 위치가 성산으로 발표되었을 때 성주군수는 군민들과 함께 발끈해서 반대를 표했지만, 변두리인 소성리 롯데 골프장으로 변경되자 꼬리를 내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투쟁은 소성리로 주민들로 좁혀들었다.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의 위원장으로 이종희, 이석주(이장), 송대근 3인이 추대되었다. 공간은 소성리로 좁혀든 대신 전국의 평화단체가 결합하였다.

 

그가 어릴 때부터 대통령은 박정희였다. 빨갱이 김일성은 늘 규탄의 대상이었다. 새마을운동과 교련 수업을 통해 반공이 내면화되었고 미군은 우상처럼 전 국민의 뇌리에 심겨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사드를 만나고부터, 거짓말을 늘어놓는 정부를 보면서부터, 안하무인으로 주민을 깔보는 미군을 겪으면서부터 이종희는 눈을 뜨게 되었다. 생각이 바뀌었다.

<미국과 한국정부는 국민을 가스라이팅하며 속이고 있다>

“미국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땅을 침략하고 있다. 미국 MD(Missile Defense 미사일 방어체계)로 편입되지 않는다더니 거짓말, 북한 방어용이라더니 거짓말, 탐지거리가 800km라더니 거짓말(2,000km 이상으로 변경)…. 모두 대중국 전쟁 준비를 위해 한국영토를 공짜로 사용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 미국의 목적을 위해 한국민이 무너져도 된다는 말인가? 미국과 한국 정부는 거짓으로 국민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사드는 소성리에 아무 법적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쳐들어왔다. 사드 없으면 북의 미사일을 못 막는다고 국방부는 설레발을 쳤다. 환경영향평가 이전이라 지금까지는 임시배치였으나 환경부가 최근 평가검토를 완료하였다고 했으니 이제 기지는 정상화되어 운영될 터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는 제대로 이행되지도 보고되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전자파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전자파 측정장치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러니 대체 무슨 재주로 전자파를 측정할 수 있으며 유해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머슴이 주인인 국민을 기망한 죄를 후세한테 어찌 설명해줄 수 있을 건가?"

이종희는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했다.

<식민지노릇을 자처하는 한국 정부>

"민주주의를 한다면 국가는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국민과 소통에 주저함이 없어야 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게 아닌가? 주권국이라 하나 미국 앞에 한국은 여전히 예속된 식민지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이미 들어와 있는 사드를 뽑아낼 수 있냐고. 유관순은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 태극기를 들었고 우리는 그걸 독립운동이라 부른다. 이미 빼앗겼다고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1982년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1982.3)에서 미국은 ‘반미’의 대중화가 될까 봐 큰 충격을 받았으리라 본다. 마찬가지로 성주에서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우리가 거부의 메시지를 계속 보낼 때, 단체와 계층이 다변화하고 다양할수록 미국은 계속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온갖 감언이설로 우리를 속이고 성주를 미군 기지화한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언젠가는 당당하게 인정받을 날 온다. 그날이 혹시 오지 않을지라도 우리 이웃이, 우리 후손이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대구 경북은 보수의 심장 아닌가. 보수의 심장이던 성주 사람들은 다 안다. ‘사드는 북한 방어용 아니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며 미국의 필요 때문에 설치한 것’임을.”

 

‘사드 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지역 민주주의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6년 제1회 대구·경북 시민상을 받았다. 이종희는 2011년 귀향한 자기보다 1년 먼저 성주로 귀촌한 교사출신 조은학 이야기를 꺼냈다. 조은학 부부는 경주에서 16년 거주하다가 월성원전 핵발전소의 위험을 피해 성주로 왔다. 유기농 딸기를 재배하고 조용히 살려 했던 그들 부부는 이주한 지 5년 만에 더 지독한 사드를 만났다.

“조은학은 바쁜 농사일 중에도 매주 금요일 오후 5시~6시에 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한다. 매정한 눈길을 보내던 예전과 달리 따듯한 눈빛과 음료수들을 건네며 응원한다고 하니 시민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그의 남편 박수규는 대책위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다. 좋은 동반자들은 이 밖에도 여럿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미군은 자리를 잘 못 잡았다. 그러나 한국 어디를 가도 편할 수 있으랴. 한국민들은 빠르게 스스로 미국으로부터의 가스라이팅을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정치권만 아직도 ‘한미동맹’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생각한다. 딱한 일이다.”

 

<할 말 못하는 민주당>

“사드 투쟁 시작할 때 민주당 의원이 많이 찾아왔었다. 이재명, 박원순, 송영길, 정청래, 박지원…. 그런데 이제는 소성리를 찾지 않는다. ‘이미 배치된 걸 어쩌냐….’는 말을 했던 이재명은 고등학생으로부터 날달걀 세례를 받았다. 그래도 민주노총, 진보당, 평통사 등 꾸준히 연대하는 단체들이 있으니 그래도 뚜벅뚜벅 간다. 우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다. 맘 편히 쫌 농사 짓자! 맘 편히 쫌 잠 좀 자자!”

국민을 위한다고 믿었던 한국 정부, 한국의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국.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 사드를 통해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사드는 고마운 존재다.
국민을 위한다고 믿었던 한국 정부, 한국의 우방이라고 믿었던 미국. 알고 보니 모두 거짓이었다. 사드를 통해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사드는 고마운 존재다.

 

“미국의회는 주한미군 철수를 막느라 주한미군 최소인원 23,000명은 유지하도록 묶어놓았다. 외세가 분단시킨 것인 만큼 남북문제만큼은 외세가 더 꼬이게 하지 말고 남북 당사자가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북미회담도 미국의 볼턴이 거덜 낸 게 아닌가? 70년간 평화를 위해서 한 게 없으니 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게 없고 할 게 없는 미국은 빠져라! 내가 외교부 장관이라면 주한미군을 지렛대 삼아 협상하겠다. 메신저를 북에 보내 쉬운 것부터 하나씩 풀어가면 된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욕 들을 감도 안 되는 놈들. 내 입만 더러워진다. 이미 개구리가 되어있는데 올챙이(검사)인 줄 알고 올챙이 짓만 한다. 평화통일 임무가 대통령 임무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전혀 안 하고 있으니 자격 상실했다. 나중에 권력에서 내려오더라도 처벌할 수 있게 국민기망죄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침실 도청도 아니고 대통령 근무를 도청당하고도 ‘선의로 본다’라는 게 말이 되나?”

 

<국민이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

그럼 해결책은 있는가? 이종희는 단호하게 말한다.

“있다! 우리 국민은 모두 가스라이팅 되어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국영방송인 KBS도 미국과 국방부의 입장을 그대로 전할 뿐이다. 위정자들은 절대 못 한다. 절대 안 하더라. 기득권자들은 현상이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미국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니 더욱 미국 중심으로 이끌려 간다. 그러니 국민이 말해야 한다. 국민들이 행동으로 움직여야 한다!”

공동대책위원장인 이석주 이장과 함께 대화중인 이종희 위원장.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맘 편히 농사를 짓고 맘 편히 잠을 자는 것이 그들이 바라는 것이다.
공동대책위원장인 이석주 이장과 함께 대화중인 이종희 위원장.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맘 편히 농사를 짓고 맘 편히 잠을 자는 것이 그들이 바라는 것이다.

 

<소성리 할매들이 대추리 할매들에게 평화를 날리다>

성주사드철회대책위는 회의를 통해 7월 27일 평택인간띠잇기에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 부끄러운 국민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소성리 어르신들이 치유프로그램에서 부엉이를 만들었다. 하필이면 대추리가 부엉이 마을이 아니었던가. 그들이 만든 부엉이는 대추리의 할머니들에게 전달되었다. 우리 모두  7.27에 평택에서 만나요오~~~

소성리 어르신들의 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든 부엉이.  마침 대추리가 부엉이 평화마을이라고 하니 선뜻 선물로 주었다. " 대추리 솔부엉이 평화마을 할매들에게 소성리 사드철회투쟁 할매들이 만든 평화부엉리를 보냅니다.  함께  힘내어 한반도 평화를 일구어 내자고요"
소성리 어르신들의 치유 프로그램에서 만든 부엉이. 마침 대추리가 부엉이 평화마을이라고 하니 선뜻 선물로 주었다. " 대추리 솔부엉이 평화마을 할매들에게 소성리 사드철회투쟁 할매들이 만든 평화부엉리를 보냅니다. 함께 힘내어 한반도 평화를 일구어 내자고요"
소성리 왕언니들이 보낸 부엉이를 받고 함박웃음을 짓는 대추리 왕언니들. 암만... 우리 모두 평화롭게 행복한 한반도를 만들자고요.
소성리 왕언니들이 보낸 부엉이를 받고 함박웃음을 짓는 대추리 왕언니들. 암만... 우리 모두 평화롭게 행복한 한반도를 만들자고요.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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