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고 흥분이 돼요.-

개벽대장 5호 6호 김미현, 박마리아 인터뷰(727 평택 인간띠잇기)

-심장이 뛰고 흥분되며 설레는 평택인간띠잇기-

(6월 22일. 내가 7.27평택인간띠잇기 개벽대장 인터뷰를 위해 소성리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김미현, 박마리아 씨. 그들은 오는 길에 소성리 아랫동네 사는 후배 김미남도 불러들였다. )

 

<개벽대장 아지매들>

아지매 셋과 대학생 아들이 소성리 마을회관에 당도했다. 이종희님 인터뷰를 끝내고 바로 이들 인터뷰에 들어갔다. 각각 한 구간씩을 맡을 개벽대장 2인을 동시에 인터뷰하게 되다니 수지맞는 일 아닌가. 처음 기자회견을 여성들이 먼저 치고 나갔으니 그러잖아도 여성 개벽대장을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호박이(두세 덩이가?) 덩굴째 들어왔다.

대구에서 소성리로 급하게 달려 온 개벽대장 아짐들. 727행사에 대한 흥분과 설렘을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김미현, 박마리아, 김미남씨
대구에서 소성리로 급하게 달려 온 개벽대장 아짐들. 727행사에 대한 흥분과 설렘을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김미현, 박마리아, 김미남씨

선배 김미현은 ‘64년생, 후배 박마리아는 ’66년생. 가톨릭 학생회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니 35년이 넘은 인연이다. 김미현은 호호 아줌마라는 별칭을 써왔는데 노동운동, 공동육아, 한살림 운동을 했고 지금은 소소 활동을 하고 있다. 소소(小笑). 적을수록 즐겁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소비를 줄여 단순 소박하게….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공간 빈둥빈둥>을 마련하고 일상의 고민을 아름답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마을 활동을 하고 있다. 너무 바쁜 엄마로 살면서 자식들에게 ‘계모’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지만 최근 윤석열과 미국이 하는 전쟁놀이를 보고 있자면 열불이 터져 ‘자식 전쟁터에 안 내보내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양국의 엄마들이 ‘내 자식 전쟁터에 안 보내기 운동’을 하면 전쟁도 빨리 끝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전쟁 이야기가 나오자 둘은 이구동성으로 전날 보았던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수라>를 꼭 봐야 한다며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 내내 가슴이 찡하고 아팠다고 했다. 수라는 새만금 간척공사 중에 아직 못다 한, 남아있는 갯벌의 이름이란다. 정부는 1991년부터 군산 앞 새만금 갯벌을 식량 증산 구실로 메우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목숨을 건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계속 메우고 있는 정부. 그것을 막으려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던 주민들과 갯벌에 깃든 생명을 사랑하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연대투쟁. 그리고 그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값진 희망…. (이거 꼭 봐야겠는걸.)

환갑 언저리의 아줌마들이 환경 다큐멘터리영화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게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이 두 아줌마는 개벽대장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었다. (아이고 반가워라)

다시 두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80년대 학번인 두 사람은 광주 사건, 미문화원 방화 사건에 무관심할 수 없었다. 정경모가 쓴 김구, 여운형, 장준하의 구름 위 정담 <찢겨진 산하>를 읽었다. 김미현은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깊이 있게 알게 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당에서 독일 신부가 보여준 참혹한 전두환의 광주학살 비디오도 보았다. 적나라한 현장 영상이었다. 저토록 민주주의를 잔인하게 파괴한 인간을 미국이 그냥 묵인해주고 지지했단 말이지? 대구의 두 여대생은 미국이 친미, 반공이기만 하면 어떤 독재자라도 뒷배가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김미현. 7.27 평택미군기지 인간띠잇기. "드디어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는구나!" "해야 안 되겠습니꺼!"
김미현. 7.27 평택미군기지 인간띠잇기. "드디어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는구나!" "해야 안 되겠습니꺼!"

 

<드디어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는구나>

 

대구에 존경할만한 인물은 드물지만 4대 전교조위원장 이영희 선생님은 참으로 말과 행동이 한결같으셨다. 실행력이 대단하신 이 선생님으로부터 평화협정의 중요성도 배웠고 무엇보다 그의 실천력은 일생의 모범이 되었다. 문재인 당선 때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만 우선하는 미국에 한국은 무기판매시장일 뿐이었고 문재인은 그런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유약했을까. 그는 727에 평택 미군기지를 둘러싸는 인간띠잇기 소식을 듣고 무릎을 쳤다.

“드디어 하고 싶었던 걸 하게 되는구나!”

그녀는 자신을 ’일개 동네 아줌마’라고 칭했다. 그래도 주변의 지인들을 설득시켜서 버스 한 대는 모아가려고 한다.

“해야 안 되겠습니꺼?”

 

<미군기지 포위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흥분되고 마구 설레었다>

박마리아는 증조부 때부터 가톨릭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톨릭 학생회에서 김미현 선배를 만났다. 치 기공학을 전공했지만 관계없는 요가, 명상, 연극에 이어 수년 전부터는 동학에 빠져들었다. 가톨릭을 모태신앙으로 갖고 있었지만, 동학을 알고부터는 ‘다시 내 뿌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함께 생명 평화의 가치실현과 아시아인의 소통, 연대를 꾀한다는 ‘생명평화아시아’ 활동을 하면서는 “왜 진작 안 했노?” 아쉬워했다.

박마리아. "7.27평택인간띠잇기 이야기 듣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 "어찌 흥분되고 설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함께 가야지요. "
박마리아. "7.27평택인간띠잇기 이야기 듣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 "어찌 흥분되고 설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함께 가야지요. "

최성현이 번역한 <생명의 농업>(후꾸오까 마사노부.정신세계사)을 읽은 독자들은 자연스레 모임을 꾸려 배움을 찾아 길을 떠났다. 일행을 따라 원주에 갔을 때 그녀는 목적지인 누군가의 집에 제일 먼저 당도했다. 방문을 열었을 때 방 안쪽에 앉아있던 작은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의 숨이 멈추는 듯했다. 남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청년 예수”라는 단어가 온몸으로 파고들었다. 나중에야 그가 해월과 닮았다는 평을 듣는 장일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학, 해월, 장일순, 생명평화... 에 심취한 그녀. 그녀의 눈동자가 맑은 이유일 것이다. 동행한 그녀의 아들 윤강현. 일어를 전공한다는 키 큰 청년에게 내가 대뜸 물었다.

“유엔사가 가짜인 것을 아시나요?” (요즘 내가 지성인인지 무식꾼인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질문이다.)

청년은 무심하게 답했다.

“그럼요. 제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걸요.”

오호라. 그 엄마에 그 아들이로구나. 7.27평택미군기지 인간띠잇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설레고 심장이 쿵쾅대며 흥분되더라는 그 엄마의 자식이니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강력한 무기의 힘으로 동족을 죽이면서 평화를 찾겠다는 멍청한 자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를 것이었다.

그녀들이 오는 길에 픽업했다는 성주 사는 후배 김미남 씨. 글과 그림으로 사드퇴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티베탄 펄싱 명상모임을 하고 있다. 티베탄 펄싱은 오래전부터 티벳, 중국 등지의 승려들이 행했던 명상법을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재해석하여 되살린 것이다. 치우친 의식을 조화롭게 하고 막힌 신경계 에너지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개인적으로, 집단 안에서 그 흐름을 연결한다. 그렇게 하면 강력한 에너지, 폭발적인 에너지가 전체의 의식을 고양한다. 개벽대장 1호 문정현 신부 인터뷰에서 언급한 한의학 용어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과도 통하는 이야기다. 아무렴, 개인도 국가도 통하면 그 에너지가 고양되고 상승된다. 고양되고 상승된 에너지로 사드퇴치 운동을 하고 있으니 무기장사꾼들, 전쟁장사꾼들이 어찌 그들을 이겨낼 수 있으랴.

김미남.  명상 통해 고양된 에너지로 성주 사드퇴치운동에 필요한 글과 그림을 생산해낸다.  이러니 네들이 어찌 이길 수 있으랴!
김미남. 명상 통해 고양된 에너지로 성주 사드퇴치운동에 필요한 글과 그림을 생산해낸다. 이러니 네들이 어찌 이길 수 있으랴!

 

<화제작 ‘수라’>

그녀들의 인터뷰를 정리하려면 그들이 강력히 추천했던 ‘수라’를 꼭 보아야 했다. 대구 야단법석 시국대회에 참석하기 전 ‘수라’를 보았다. 4월 전국 미군기지를 둘러볼 때에는 군산 앞 갯벌을 멀리서 쳐다보았을 뿐 ‘수라’가 거기 있는 줄은 몰랐다. ‘아름다운 것을 보아버린 죄’로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진작가 오동필. 그의 아들 승준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정부가 거짓말을 자꾸 하니까 시민조사단이 꾸려졌다. 사진을 찍으며 그곳에 사는 생명들을 기록했다. 정부는 식량 증산을 한다며 애꿎은 어민들의 생계를 짓밟고 아름다운 생명의 터전이었던 갯벌에 바위와 흙을 쏟아부었다. 그러더니 지금은 그곳에 신공항을 만든단다. 구중서 등 그곳의 활동가들은 단박에 알아버렸다. 신공항은 미 공군기지 확장을 위해 미국의 설계도에 맞추어졌다. 미국 핵 항모가 드나들고 있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의 건설과정과 판박이로 닮아있다. 저렇게 주민들의 생존터전을 빼앗고, 그곳에 의지해 사는 뭇 생명들을 모두 죽이고, 그 땅을 전쟁장사꾼, 무기장사꾼인 미국에 헌납한다고? 미국이 요구하니까? 아이고오...

메마른 갯벌 속에서 바닷물이 들어오기를 고대하고 또 고대하던 개개의 생명체들. (그 이야기를 하는 오동필의 떨리는 눈과 입을 황윤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바닷물 대신 빗물이 떨어지자 그곳의 생명들은 모두 죽어버리기도 했다. 새만금 방조제로 안에 고인 물이 썩어들어가자 정부는 뒤늦게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루 문을 두 번 열어 바닷물을 소통시키고 있다. 시민들은 남아있는 불완전한 갯벌 수라를 ‘제발 매립만 하지 말아 달라’고 외친다.

 

<제발 매립만 하지 말아라!>

흰발농게(멸종위기 2급), 금개구리(멸종위기 2급), 쇠 검은머리쑥새(멸종위기 2급)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시민들은 새벽에도 집을 나섰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찾아내야 매립을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흰발농게와 금개구리를 찾아냈을 때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쇠 검은머리쑥새 수컷의 특별한 번식기 소리를 녹음기에 담기 위해 낮이고 밤이고 흔적을 찾아다니던 이도 드디어 성공했다. 아버지 오동필을 따라 어릴 때부터 군산 갯벌을 따라다니던 청년 승준의 쾌거다. 영화의 끝은 이렇게 희망적이다. 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아짐들처럼, 황 감독님 모자, 오동필님 부자, 군산의 여러분들도 7.27에 평택으로 오세요. 바닷물도 통하고, 남북도 통해 봅시다. 생명 소중히 여기는 여러분들 모두 오세요. 생명, 평화, 사랑…. 우리가 모두 되찾자고요.)

독립영화 역사상 최고의 개봉관 170개에서 상영된다는 ‘수라’. 외군까지 끌어들여 동족을 겁박할 강력한 화력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당신. 당신 부부도 좀 가서 보시라. 쪼옴~~~

'민족'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놓지 않았던 당신. 당신의 역사의식은 군사독재정권이 길들인 초딩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민족'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어놓지 않았던 당신. 당신의 역사의식은 군사독재정권이 길들인 초딩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편집 :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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