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온>필진들도 미리 부고를 써보면 어떨까?

7월 말 토요판 <한겨레>에서 양선아 기자가 쓴 내 부고, 내가 직접 쓰자…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책&생각] 기사를 보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알(R.) 해거티’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은 책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를 소개하는 기사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1980년대부터 영미언론은 “부고가 범죄 뉴스, 스포츠 소식만큼 매력적인 가십성 오락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흥미로운 도입부로 시작하는 부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는 부고가 인지도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전해주는 ‘미니 전기’로 발전했다.

해거티는 40여년 동안 월스트리트저널의 유일한 부고 전문기자로 일해 왔다. 지난 7년간 총 800명의 부고 기사를 써온 그는 ‘부고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를 펴냈다. 수백 명의 인생 이야기를 취재하며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 이야기는 크든 작든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이 쓸 수 있을 때 미리 써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부고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이므로 문학적 재능이 없어도 ‘부고의 재료’를 충분히 모아 그 재료를 진주 구슬 꿰듯 잘 엮는다면 나의 '작은 책’까지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부고를 쓰기 위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내가 만들어나가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지 질문하게 된다.

부고를 위해 저자가 강조하는 질문은 세 가지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 질문 외에도 그는 기억, 가족, 사랑, 직업, 실수, 믿음 등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부고는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나 실수까지 모두 솔직하게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장례식에서 최고의 순간, 즉 슬픔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은 추도사를 낭독하는 사람이 고인의 재미있는 버릇이나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을 상기시킬 때 찾아온다”며 “실수나 유쾌한 순간들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또는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느닷없는 죽음을 만났다. 51세 친척이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났다. 전날 서울 사는 딸과 1시간 이상 웃으며 이야기했다는데...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데... 그다음 날, 건강을 위해 막 시작한 새벽 운동을 하러 갔다가 쓰러졌다. 아주 잠깐 의식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뇌사상태가 되어 깨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가족과 어떤 말도 나누지 못했고, 가족 또한 그녀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몹시 당황하여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2년 전 장기기증을 신청해 놓았고 엄마가 자주 하던 말' 나누며 살고 싶다'를 기억하곤, 아이들이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에 동의하여 엄마의 평소 바람을 이루어 주었다.

나는 그녀보다도 10살 이상 많다. 죽음을 피할 수 있다거나 두렵다거나 생각하지는 않지만... 불시에 닥치는 죽음은 죽는 나 자신도 황망할 것만 같다. 나도 미리 부고 써보는 일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겠다. 

51세의 김은형 선임기자도 이 기사에 공감이 갔는지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재미있는 부고를 쓰기 위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이 들어 인생의 참의미를 찾아 나서기 전에 나의 치사함, 졸렬함, 속물성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금 허우적거리는 고인 물을 통과할 수 있고,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진심으로 웃을 수 있으며 괜찮은 부고를 남길 수 있을 거 같다. 괜찮은 부고를 남기는 게 왜 중요하냐구?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의 저자는 말한다. “부고마저 재미없다면 죽는 데 무슨 낙이 있을까?”

<한겨레:온>필진들 대부분은 60세가 넘었다. 우리 필진도 재치가 있어 웃음이 나면서도, 감동이 느껴지는 부고를 미리 써보면 어떨까?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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