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自身)이 미리 써보는' 나의 부고문'

지난 주중에 메시지로 받은 편집진의 권유로 '미리 쓰는 부고문(2)'를 써보려고 하니, 여러 생각이 엉켜서 쉽게 구도를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겨레신문의 부고란(=궂긴 소식)에 실린 여러 사람들에 대한 부고문 형식을 일부 참조하고, 나름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어설프지만 제3()의 시선으로 '미리 쓰는 부고문'을 작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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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북한의 평양 대동강 다리에서 남한의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약 200km를 이어 달리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한 영수(領首)회담 기념 : 12'경평(京平)계주 마라톤(5km×40) >39번째 계주 마라토너로 참여한 '허익배' ()이 계주의 39번째 구간을 달리다가 서울 은평구 무악재 고개에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이글을 쓰는 본인 K, 지금으로부터 15년전에 '한반도평화통일기원 마라톤' 유라시아 2km를 달리던 도중, 우즈베키스탄 구간에서 마라톤 물품을 전달하러 타슈겐트까지 S교수와 함께 동행하여 찾아온 고인(故人)을 만나 며칠 함께 지내면서 우정을 쌓아 지금까지 이어온 '한반도평화통일' 마라토너이다.

사고가 난 당일 나는 40번째 마지막 주자로, 무악재역() 근처에서 바톤을 이어받아 광화문 광장에 골인하기로 사전 준비되었었다. 결국 내가 고인의 사고소식을 듣고 1km 전방(前方)으로 달려갔을때에는 이미 앰뷸런스가 떠난 뒤였고, 나는 걱정 가득한 마음을 다스리며 고인이 39번째로 이어받은 바톤을 손에쥐고 마지막 6km를 달려 골인점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제 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추도식이 가족, 친척과 지인들 앞에서 진행되었다. 고인의 친우(親友)로 김형()이라고 밝힌 키가 큰 분이,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직접 작성하였다는) 고인의 약력과 함께 감상을 곁들인 추도문을 낭독하였다.

배경음악으로 고인이 평소 즐겨 부르던 슈베르트의 '두 비스트 디 루'(=Du bist die Ruh' : 그대는 나의 안식)라는 독일가곡이 조금 구슬프게 울려퍼질 때, 그곳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그 노래를 부르던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였다.
10년전에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고인이 농반 진반(弄半眞半)으로 예언(?)했던 "2024년말 '윤 머시기' 독재정권의 탄핵 후에, 연이어 들어선 민주정부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중반에 '한반도평화통일을 위한 남북한영수회담'이 열릴 것이란 예감이 든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고인의 남다른 예지력에 감탄하는 마음을 금할수 없다.

~고인(故人)이시여, 이제 모든 짐을 후인(後人)들에게 맡기시고 편안히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소서.
(아래는 김형이라는 분에게서 얻은 추도문중의 일부임. 내가 알기에 평소의 고인은 이러한 약력과 활동 위주의 추도문 자체를 그리 탐탁치않게 여기리라 생각하여 추도문 마지막 일부만 싣는다.)

 - 2003년 9월 강화도에서 열린 평화통일 마라톤 대회 사진 (오른쪽)   - 정년퇴임 기념으로 미술반 학생이 그려준 내 모습~^^   (왼쪽)
 - 2003년 9월 강화도에서 열린 평화통일 마라톤 대회 사진 (오른쪽)   - 정년퇴임 기념으로 미술반 학생이 그려준 내 모습~^^   (왼쪽)


< 추도문 : 전략(前略) 및 중략(中略) >

“ ~ 특기할만한 일은, 10여년전 코로나19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창궐한 시점인 20209월에 고인은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3학년에 과감히 편입학시험을 보고 합격하여, 20학번 늦깎이 대학생 신분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후 2년여간의 '코로나 집콕'의 기간에 사이버공간 속의 성악교수들의 강의를 바탕으로 성악의 기초와 우리 가곡, 이태리 칸초네와 오페라 아리아, 독일 가곡을 배우며 성악(聲樂)의 세계에 입문하였습니다. 아마도 고인(故人)은 예술의 영원성(永遠性)에서 유한(有限)한 인생의 덧없음을 구원받으려한 것처럼 보입니다.
고인은 특히 성악을 배우며 슈베르트가 작곡한 독일가곡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보리수(=ein Lindenbaum)', '세레나데(=Stӓndchen)', '음악에(=An die Musik)', '송어(=Die Forelle)', '들장미(=HeidenRӧslein)' ’그대는 나의 안식(=Du bist die Ruh')' 등 유명한 여러 독일가곡을 거의 독학으로 배우고 익혀서, 어쩌다 참석하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흥겹게 불러주어 젊은이 못지않은 기백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

~오호라, 이제 그 어디에서도 가객(歌客)으로서 고인의 바리톤과 테너를 넘나드는 열창(熱唱)의 노랫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으니, 세월이 무상(無常)하고 야속하다고나 할까요? 부디 이승에서 못다한 남겨진 마음의 짐이 있다면, 이제 후인(後人)들에게 넘기고, 평안히 귀천(歸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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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쓰는 부고문' 후기(後記) 1.

갑자기 '덜컥' <미리 쓰는 부고문> 꼭지에  올리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써보았지만, 너무 허술한 부고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어쩌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 자체가 어쩌다 '덜컥' 이루어지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중요한 일이 갑자기 '덜컥' 닥쳐오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 아름다우면서도 사연많고 한편으론 누추한 세상을, 어느날 '덜컥' 하직 인사도 없이 뜬다는게 전혀 '경우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원래 순진무구하게 태어난 인간의 심성을 그악스럽고 각박하게 만드는, 요즘같은 최악의 기후변화와 쓰레기 천지를 초래한 '전지구적(全地球的) 착취와 탐욕'의 자본주의의 횡행(橫行)과 그 폐해를 극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짙어지는 이때에, 병마
(病魔)에 시달리는 무의미하고 구질구질한 삶의 연장에 무슨 큰 미련이 있을까?

후기(後記) 2.

(위의 미리쓰는 부고문에서 빠뜨린 고인의 유언)==> “다만, 남겨진 가족들에게 같이 살면서 좀더 살뜰히 잘 챙겨주지 못하고 배려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뿐이다. 그래도 "살면서 7할만 이루면 만족해라" 는 옛말이 있듯이, 그나마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대과(大過)없이 살아온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마지막으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저와 여러 일로 인연을 맺은 분들에게는 그간의 성원(聲援)과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혹여 제 불찰과 철없음으로 마음 상하시게 한 일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를 빕니다.”

(지난 5월말에) 외국 대학교에서 공부를 이어 나가는 외동딸에게 "내가 훗날 하늘나라 가거든, 추모(追慕) 공간에 혹시 추념사가 필요하면 다음과 같이 써주기 바란다."고 메시지 보낸 것을 공개해 봅니다.(~아래)
"여기 '최고의 균형과 조화와 질서' 그 자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자연과 사람과 음악을 사랑하며 자유롭게, 그리고 나름 최선을 다해 진,선,미(,,美)를 추구하며 살려고 노력한 '人間 허익배'가 잠들었노라~"  1955.1.13() ~ (몰년 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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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쓰고보니, 너무 번잡해진 느낌이 든다. ' 미리 써보는 자신의 부고문'이라는 형식이 너무 낯설어서 그렇게 된 것일 것이라고 너른 마음으로 해량(海諒)하소서~^^  (2023.9/5)

                  [My Way 노래 : (베이스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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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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