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100년의 통곡 '아이고展' 포스터

청계천 변 전태일기념관에서 '아이고 展'이 9월 1일에서 9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 재일 교포 작가 40여 명이 관동대지진 100년을 맞아 관동대학살의 만행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살아남은 자를 위로하기 위하여 기획한 전시다.

전태일기념관 1층 전시실
전태일기념관 1층 전시실

한국전시에 앞서 지난 8월 1일~15일에 일본에서 먼저 열렸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피해자가 가장 많이 나왔던 가나가와현 내 요코하마 시민갤러리 ‘아자미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우익단체의 반대를 염려하여 사전 예약된 관람객만 입장했으며, 하루 100명에서 150명이 관람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간토대지진 100년만의 통곡 아이고전 실행위원회‘가 한일 작가의 뜻을 모아 기획했으며 시민단체의 후원을 받아 진행했다. 관동대지진 대학살과 관련된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최초의 한일 예술가들의 협업 전시회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한다.

주최 측은 “1923년 일본에서 자행된 관동대학살의 검은 그림자는 100년이란 세월을 넘어서도 일본 땅을 배회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붕괴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 때도, 1995년 고베에서 일어난 한신 대지진 때도, 또 다른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혐한 유언비어가 퍼지고 일본인 자경단이 꾸려지곤 했다.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역사는 되풀이된다. 두 나라가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는 길은 과거의 아픔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먼저 <한겨레:온> 필진 박재동 작가의 그림을 찾아보았다. 그의 그림은 참으로 끔찍하다. 모두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부모의 처형을 지켜보는 아이의 공포,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고통, 무고한 죽음을 지켜보는 이들의 참담함, 톱으로 팔뚝을 써는 잔인함, 그리고 여성을 농락하고 칼로 찔러 죽인 짐승만도 못한 야만성. 참혹하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박재동의 간토 학살 1
박재동의 간토 학살 1
박재동의 간토 학살 2
박재동의 간토 학살 2
박재동의 간토 학살 3
박재동의 간토 학살 3

유준 작가의 '쥬고엔 고짓센(15엔 50전)'이다. 죽은 여인의 몸에서 검은 혼이 나와 15엔 50전을 달고 날아간다. '쥬고엔 고짓센'은 일본 돈 15엔 50전을 의미한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사람을 죽이고 우물에 독을 넣었다”라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군·경과 자경단은 조선인 노동자로 보이는 이들에게  '쥬고엔 고짓센'을 말해보라 했다. 발음이 어색한 이들을 즉결 처형하는데 사용했던 단어가 '쥬고엔 고짓센'이다. 

유준 작가의 '쥬고엔 고짓센(15엔 50전)'
유준 작가의 '쥬고엔 고짓센(15엔 50전)'

민정진 작가도 '쥬고엔 고짓센(15엔 50전)'을 그렸다. 눈을 감지 못한 희생자가 한 맺힌 15엔 50전을 보고 있다. 작가들에게도 '쥬고엔 고짓센'으로 사람을 분류해 죽였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관동대학살의 피해자는 버려졌다.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도 나 몰라라 한다. 다행히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유골을 찾고 있다고 하니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따스한 손길이 될까?

 재일동포 3세 김사리 작가의 '버려진 1'
 재일교포 3세 김사리 작가의 '버려진 1'
재일동포 3세 김사리 작가의 '버려진 2'
재일교포 3세 김사리 작가의 '버려진 2'
참여작가 중 재일동포 3세 김사리 작가의 '버려진 3'
참여작가 중 재일교포 3세 김사리 작가의 '버려진 3'

파블로 피카소의 스페인 내전 참상을 그린 작품 '게르니카'을 패러디한 조아진 작가의 작품 ‘2023 게르니카 : 간토’ 다.

조아진 작가의 ‘2023 게르니카 : 간토’ 
조아진 작가의 ‘2023 게르니카 : 간토’ 

박서연 작가의  작품 '귀향- 1923 제노사이드, 6천명의 100년의 꿈'이다. 100년 동안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이여... 평화의 안식을 누리소서...

박서연 작가의  '귀향'
박서연 작가의  '귀향'

윤정호 화백은 희생자의 넋을 달래기 위한 진혼곡을 그렸다. 비록 처참한 죽음을 맞았을지라도 그들의 영혼은 나비가 되어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는 그들의 본향, 대우주로 가고 있다. 

윤정호 화백의 진혼곡
윤정호 화백의 진혼곡

이구영 작가의 '통곡의 그날, 가려진 진실’이다. 대지진의 폐허 속에... 학살의 참극속에... 땅에 스며든 피를 밟고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 군·경과 자경단 모습이다. 연민과 양심의 실종은 인간성의 상실이다.

이구영 작가의 '통곡의 그날, 가려진 진실’ 
이구영 작가의 '통곡의 그날, 가려진 진실’ 

미시마 아유미 작가의 '100년의 독'이다. 100년 전 묻어 두었던 참극에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 그 참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시마 아유미 작가의 '100년의 독'
미시마 아유미 작가의 '100년의 독'

김운성 작가의 '아가를 찾아서'이다. 대학살은 주로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벌어졌다. 지식인으로 분류된 유학생들은 화를 면했다. 공식 통계로 조선인 6,000여 명과 중국인 800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 학살극을 만류하던 일본인들도 죽임을 당했다. 희생자 중에는 가족이 몰살된 예도 있다. 작품 속 문드러진 손은 노동자의 손이다. 가족 특히 아이를 지키고 싶었던 노동자의 마음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김운성 작가의 '아가를 찾아서'
김운성 작가의 '아가를 찾아서'

이정헌 작가의 작품. 아쉽게도 사진이 잘려 작품 제목을 알지 못한다.  

이정헌 작가의 작품
이정헌 작가의 작품

이하 작가의 작품 '자유'. 

이하 작가의 작품 '자유' 
이하 작가의 작품 '자유' 

이호 작가의 작품. '방황하는 영혼'.  

이호 작가의 '방황하는 영혼'
이호 작가의 '방황하는 영혼'


김동범 작가의 작품 '이별.

김동범 작가의 작품 '이별
김동범 작가의 작품 '이별

최성욱 작가의 작품 '누적된 시간-20230702' 이다

최성욱 작가의 작품 '누적된 시간-20230702' 
최성욱 작가의 작품 '누적된 시간-20230702' 

이치무라 미사코 작가의 '납에 비춰진 섬의 탄식, 기도'로 작품의 일부라고 한다. 이제 일본 국민들도 관동대지진의 참상에 탄식하고 그 희생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 의미를 납(Lead)으로 비추었으니.. 오래오래 갈 것이다. 

이치무라 미사코 작가의 '납에 비춰진 섬의 탄식 기도'(작품의 일부) 
이치무라 미사코 작가의 '납에 비춰진 섬의 탄식 기도'(작품의 일부) 

전종원 작가의 작품 ' 살인자'다. 

전종원 작가의 작품 '살인자'
전종원 작가의 작품 '살인자'

 김서경 작가의 작품 '관동대지진 그리고 역사학자 강덕상, 변호사 후세 다쓰지1.2편이다.

강덕상은 누구일까? 

강덕상(姜德相, 1931년 6월 26일 ~ 2021년 6월 12일)은 1931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으나 2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성장한 재일 사학자다. 와세다대학 시절 조선사를 연구하기로 결심하면서 관동대학살에 관심을 갖게 된다.  관동대학살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40주년을 맞이한 1963년 무렵인데... 강덕상이 1975년 <관동대지진(關東大地震)>을 펴내면서 국가에 의한 학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행되었는지를 사료(史料)와 증언으로 규명했다. 그가 쓴 내용을 보면...  

“계엄령으로 군대가 조선인을 죽이기 시작하지요. 동시에 경찰은 조선인 폭동을 선전합니다. 이를 본 민중은 자신들도 나라를 위한다며 재향 군인, 청년단, 소방단원들이 중심이 되어 자경단을 조직합니다. 그들은 조선인 사냥에 나서서 조선인이 판명되면 죽였습니다.”

후세 다쓰지는 누구일까? 

후세 다쓰지(일본어: 布施辰治, 1880년 11월 13일 ~ 1953년 9월 13일)는 일본의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 식민지 독립운동가로, 2004년, 일본인으로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건국훈장를 받았다. 한국강제병합을 일본 제국주의의 자본주의적 침략으로 본 그는 한국의 독립운동과 민중운동을 적극 지지하였다.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사건이 일본군 계엄사령부와 경찰에 의한 '조선인 폭동 조작'이었음을 비판하다가, 치안 당국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지목될 정도로 '조선인 학살'의 진상조사를 위해 노력했다.  

김서경 작가의 작품 '관동대지진 그리고 역사학자 강덕상, 변호사 후세 다쓰지1.2편
김서경 작가의 작품 '관동대지진 그리고 역사학자 강덕상, 변호사 후세 다쓰지1.2편

조아진 작가의 '아라카와 강변에서'이다. 100년 전 도쿄 '아라카와' 강변에서 당시 일본 군대는 기관총을 난사하여 무고한 조선인들을 집단 처형했다. 아직도 희생자를 찾고 있다는 아라카와 강변에서 희생자 영혼들이 반딧불이 되어 세상에 드러나길 기다리고 있다. 

조아진 작가의 '아라카와 강변에서' 
조아진 작가의 '아라카와 강변에서' 

이번 기획 전시에 가장 공이 큰 고경일 작가의 작품 '아이고 Ⅰ'이다. 그 또한 아라카와 강변에서 몰살당한 일가족 중 여자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의 공포를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고경일 작가의 작품 '아이고 Ⅰ'
고경일 작가의 작품 '아이고 Ⅰ'

고경일 작가의 작품 '아이고 Ⅱ'이다. 무고한 수만 명의 죽음을 밟고서 떠오른 일본 군국주의. 

고경일 작가의 작품 '아이고 Ⅱ'
고경일 작가의 작품 '아이고 Ⅱ'

마지막으로 설치 작품인 모리 타에코 작가의 '레퀴엠'이다. 죽은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기길 바라는 작품인 것 같다. 

 모리 타에코 작가의 '레퀴엠'
모리 타에코 작가의 '레퀴엠'

<서울의 소리> 인터뷰 영상에 따르면 고경일 작가는 "일본에서 전시회 보도자료를 보내고 기자회견을 했을 때 보도자료를 보낸 모든 언론이 왔다. 아사히신문, 마이니찌신문, 가나자와신문, 도쿄신문 심지어 요미우리신문 기자까지 왔다. 이 기자들은 하루 종일 주최 측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묻고, 취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9월1일 전시회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내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어떤 주요 언론 기자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사히신문, 홋가이도신문이 왔다. 한국 언론에서 너무 관심이 없는 것이 아쉽다 "고 했다. <한겨레>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이고 展' 기사가 단 한 줄도 없다. 안타깝다.   

 

 * 참고 기사 및 인터뷰 동영상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655
https://www.yna.co.kr/view/AKR20230814132300073   
https://www.youtube.com/watch?v=0lVv57gIioc
https://www.hani.co.kr/arti/society/obituary/999187.html 
-http://cms.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538 

* 참고 사이트 : https://ko.wikipedia.org/wiki/%ED%9B%84%EC%84%B8_%EB%8B%A4%EC%93%B0%EC%A7%80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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