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군마현의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세워졌던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가 일본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철거되었습니다. 군마현은 일반 시민의 출입을 통제하고, 1월 29일 중장비를 동원해 사흘 만인 1월 31일 철거를 완료했습니다. 일본의 우익 단체는 군마현의 추도비를 강제 철거한 이후 일본 내의 추도비 등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를 동서로 관통하는 스미다강은 100년 전 간토(관동)대지진을 구실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대학살이 일어났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일본 우익 세력들은 조선인들을 붙잡아 철사로 묶어 강에 내던지며, 돌멩이와 맥주병을 던졌다고 합니다. 이른바 ‘조선인 사냥’이었습니다.
발가벗긴 채 강에 내던져진 조선인들의 머리나 얼굴은 피가 튀기면서 삽시간에 스미다강은 붉게 물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학살당한 조선인들의 이름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름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학살당한 사람들의 고향도, 살았던 곳도, 일하던 곳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살아 있었다는 흔적조차 빼앗겼습니다. 일본 우익 세력들은 학살된 조선인들의 시신조차 훼손했기 때문입니다.
스미다강을 걷다 보면 1930년 9월에 문을 연 요코아미쵸 도쿄도립공원이 있습니다. 1922년 당시 육군 피복창이 이전되고, 1923년 간토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피난했던 곳입니다. 피난 당시 피난민들의 가재도구가 불에 타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 곳입니다.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공원 내에 위령당을 건립하고, 5만 8천여 구 희생자들의 유골을 안치했습니다. 해마다 9월 1일이면 간토대지진 희생자들의 추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요코아미쵸 공원 안에는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가 있습니다.
위령비의 비문에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포됐던 유언비어로 희생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일본 우익과 혐한 단체들은 추모제를 반대하며, 추도비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5일, 대한민국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간토학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의 의의와 방법'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간토대학살 100주기에 제기되었던 ‘간토학살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2004년부터는 간토대학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을 받아내기 위해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은 “1923년에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더 고약한 것은 그 실체적인 진실을 숨기기 위한 술수와 책략이 지난 100년 동안 계속되었다”라며 “1948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정부와 이승만 대통령도 관동대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늘 그렇듯이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라며
간토대학살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자세를 모두 비판하면서, “저는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고 참 평화를 이루는 인류의 염원을 믿습니다. 홈페이지를 잘 만들고 전국을 순회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훌륭한 동지와 좋은 후원자가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마중물의 역할을 다할 때까지 씨알재단, 시민모임 독립, YMCA전국연맹이 마음을 합치고 뜻을 모으겠다”라며 간토대학살이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고, 기억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씨알재단은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보내며, 기억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실천 방법으로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저의 보잘것없는 재주를 보태 2월 21일부터 3월 5일까지 인사동에 있는 사진갤러리 인덱스에서 '넋은 예 있으니'라는 주제로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넘어 새로운 세기를 맞는 엄중한 마음으로 사진전을 엽니다.
이 작은 사진전이 100년 전, 조국과 고향을 떠나 타국 땅에서 억울하게 희생되었던 넋들을 위로하는 사진전이 되길 소망합니다. 망각의 역사가 지배하는 왜곡된 현실을 성찰하고,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기억하고 재현하는 사진전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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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들의 비인간적 인권말살 행태가 역사에 더해질 뿐입니다.
행동하는 인권, 존경스럽습니다.
사진전에 꼭 가봐야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