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지도부가 우려스럽다. 정의당 창당 목적이자 존재 이유인 노동자(약자)의 권익을 강화하기보다 기후 위기에 편승한다. 지금 시점에서 정의당은 노동당과 통합을 추구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당명도 노동당으로 바꾸어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당과의 통합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녹색정치를 또 하나의 당 정체성으로 띄우면서 녹색당과의 통합을 시도했다. 통합이 여의치 않자 내년 총선을 위해 며칠 전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선언했다. 오는 11/19일로 예정된 정의당 「재창당대회」에서 ‘선거연합정당’을 추인받겠다고 했다.

‘선거연합정당’의 개요는 이렇다. 내년 총선에서 공동지도부를 구성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공동후보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당명 또한 ‘녹색정의당’ 또는 ‘녹색정의연합’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한다. 다만 선거 이후 공동지도부와 당선자는 탈당하여 본래 정당으로 돌아간다는 심산이다.

2023년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 당시 사전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2023년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 당시 사전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객관적으로 기후 위기 시대인 만큼, 정의당 지도부 처지에선 녹색정치를 총선 국면에서 활용해 정의당 외연을 확장해 보겠다는 취지이다. 녹색당 또한 정의당을 끌어들임으로써 약체 군소 정당 이미지를 벗고 정의당의 대중 인지도를 활용해 원내 진입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과 녹색당은 진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도덕성을 저버렸다. 솔직히 ‘선거연합정당’은 꼼수이다. 왜냐하면 21대 총선(2020)에서 거대 양당이 농간을 부린 ‘위성정당’ 사태의 22대 총선(2024)용 버전이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은 1,83% 득표했다. 정의당 지지율 3%에도 미치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였다.(출처 : 하성환)
2023년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은 1,83% 득표했다. 정의당 지지율 3%에도 미치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였다.(출처 : 하성환)

현재 2-3%대 낮은 지지율 속에서 정의당이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는다.

2023년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 당시 전국에서 상경한 녹색당원들 모습(출처 : 하성환)
2023년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 당시 전국에서 상경한 녹색당원들 모습(출처 : 하성환)

녹색당 역시 기후 위기의 절박함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선거연합정당’은 대안도 아니고 진보정당이 걸어갈 길은 더더욱 아니다. 진보정당은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 보수정당은 부패로 망하고 수구 정당은 퇴행으로 망한다. 마찬가지로 진보정당은 도덕성 상실로 망한다.

정의당은 고 노회찬 의원의 창당 정신을 회복해 온 마음으로 전투력을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로 대표되는 약자를 위해 투쟁하는 믿음직한 대중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사회운동이든 정치운동이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없이는 존속할 수가 없다. 하물며 정당 활동이야말로 공동체 다수를 차지하는 약자를 쉼 없이 지향해야 한다. 특히 진보정당은 그런 모습이 진보정당의 생명력을 담보한다.

따라서 정의당은 그 무엇보다 노동당과 즉시 통합하고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꾸어야 한다. 녹색당 또한 높은 여의도 정치 벽을 구실삼아 속물 정치에 발을 담가서는 안 된다.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시대정신이라면 선거 전술 역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도덕성을 견지해야 한다.

2022 대선 당시 녹색당 명망가가 국민의 힘 대선 후보 품에 안기는 충격을 주는 방식처럼 눈앞의 정치 이익을 위해 ‘선거연합정당’이라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녹색당의 목표가 아무리 화급을 다툴지언정 도덕성 또한 망각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정치환경은 극우 정치세력을 비롯해 부패하고 퇴행적인 정치인들을 퇴출하는 데 온 힘을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 정치는 극우 정치환경에선 1mm도 자라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다지는 데서 진보 정치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 수 있다. 이는 지난날 우리 역사가 던지는 교훈이자 칼날 같은 가르침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토대이자 마중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서유럽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민주의 진보정당이 중심이 되어 다당제 합의제 민주정치로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그들 모습에서 우리는 정치의 희망을 보고 있다. 단언컨대 ‘선거연합정당’ 전술을 즉시 폐기하고 당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전술을 제시해야 한다. 정의당과 녹색당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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