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을 <한겨레>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당연히 한겨레 신문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문에는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여러 방면의 기사들로 가득차 있다. 왠만한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다. 조중동처럼 억지스런 왜곡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역사를 진보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는 여전히 고수하는 한겨레의 지향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렌즈가 너무 근시안적이거나 한겨레 창간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코너를 시작한 배경이다.

신문 1면을 보면 한겨레가 중요하게 취급하고 싶은 기사와 사진들이 실려 있다. 주택이 아닌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같은 취약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 수가 급증한 기사가 1면 머리 위에 실려 있다. 서민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한겨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람페두사 비극에 대한 기사도 있다. 1면에는 기사 제목과는 전혀 다른 사진이 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사진과 사진 밑에 있는 작은 글씨들이 기사의 역할을 한다. 오늘 1면의 사진은 'KBS 낙하산 사장' 항의로 인한 국감 파행 현장 사진이다. 

오늘의 한겨레는 국내 정치보다는 국제 뉴스에 방점을 두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중동 리스크와 유가, 물가 파동에 대한 우려'를 비롯하여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과 외교문제에 대한 기사로 가득하다.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이스라엘군이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이날 유엔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100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아슈켈론/AFP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신문(2023.10.18)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이스라엘군이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이날 유엔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100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아슈켈론/AFP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신문(2023.10.18)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오피니온의 <아침 햇발>이 눈에 띈다. 이재성 논설위원의 '전두환보다도 무능한 극우 윤석열 정부'라는 기사이다. 제목만 봐도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앤서니 다운스의 '아이스크림 가게 이론'으로 윤석열의 행보를 빗댄 내용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검찰에서 터득한 무오류주의가 자정 기능마저 거세했다는 지적은 핵심을 찌른다. 사설에서는 '이재명 쪼개기 기소, 김건희 수사 미적, 부끄럽지 않나'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김건희와 관련된 사안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집요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12월에 있을 국회 특검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10월 18일 오늘 한겨레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기사는 1면에 실린  '람페두사 비극 10년 - 난민들, 위험한 항해중'이라는 기사이다. 이 기사는 8면으로 이어진다. '국경 문단속을 강화하는 유럽'에 대한 기획 기사이다. 한겨레의 기획 기사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콘텐츠가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언론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한겨레가 지닌 강점 중의 하나이다. 람페두사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작은 섬이다. 아프리카 대륙과 이탈리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아프리카 난민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2013년 이후 지중해에서 2만 8천명에 이르는 이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올해에만 2300명이 바다에서 숨졌다. 람페두사에는 올해에만 9만명이 몰려들었다. 유럽은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로 찬반양론이 치열하고 유럽 정치는 점차 극우화로 기울고 있다. 플라비오 디자코모 국제이주기구 지중해협력사무소 대변인은 현재 상황을 '인도주의적 긴급 상황이라고 부른다. 인구 감소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이민자를 위협이 아닌 해결책으로 보고 15~20년을 내다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유럽으로 가는 문’ 앞 풍경.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 출처 : 한겨레(2023.10.18)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유럽으로 가는 문’ 앞 풍경. 람페두사/노지원 특파원 - 출처 : 한겨레(2023.10.18)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국내 정치 경제 문제만으로도 시끄럽고 버거운데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기획 기사가 왠 말이냐'라고 힐난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사람 자신도 잘 알 것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내 정치가 워낙 엉망이고 황망하여 다른 데 신경쓸 겨를이 없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럽의 난민 문제를 제기한 한겨레 기획 기사는 9면에 이르러 해결책의 일단을 제시한다. 이주민의 정착을 넘어 자립까지 돕는 이주민 센터 '돈 보스꼬 2000'에 대한 기사이다. 돈 보스꼬 2000은 가톨릭 수도회 살레시오회의 창립자 성 요한 보스꼬의 이름을 따서 1998년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 1천명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서류 작업, 언어 교육을 돕는 통합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최빈국 개발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이주민들이 센터에 근무하며 다양한 기술을 터득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창업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홍익인간 이념을 중시하는 대한민국이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훌륭한 르뽀 기획 기사였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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