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박재동의 "이것저것" 展에 다녀왔다. 선생님은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먼저 이렇게 인사하신다. 

" 나는 예술인 듯한 것을 싫어한다. 예술이어야할 것 같은 것도 싫어한다. 예술이어야 한다는 것도 싫어한다. 예술이 아니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러나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명작을 언젠가는 해야지 하는 포부와 질투심과 야심 또한 아직도 건재하다. 나는 초등학교 아이와 대화하며 그 아이를 그린 그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림 값으로 600원을 벌었다.  작품은 손바닥 만하면 족하다. 그래서 나는 손바닥 그림 운동을 한다. 나는 집을 가다가 광고지도 모으고, 지하철에 붙어 있는 작은 광고전단도 모으고, 시위 때 쓰이는 전단도 물론 모은다. 모아둔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면 귀중해진다. 시간은 반드시 흐른다. 그런 까닭에 이번 전시회 제목도 '이것저것 展'이라고 붙였다. 박재동의 이것저것, 맘에 든다."

선생님이 손바닥 아트 작품들 
선생님이 손바닥 아트 작품들 

우리 <한겨레:온>에 올라왔던 그림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어린 시절 정물화부터, 가장 사랑하는 그림이라 누워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았다는 <바닷가의 소녀>와 고등학교 때 정학 먹고 남기게 된 작품 <다대포>까지….

선생님도 누드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실 누드 습작 없는 인물화가 화가에게 가당키나 한가? 그럼에도 이미 알려진 누드 크로키 그리기는 머뭇거려진다. 기이한 윤리적 제동 탓이다. 박재동이 누드 크로키가 그런 시대적 통제와 맞서 싸우는 자유의 환희가 담긴 세계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다음 그림은 자유와 환희가 느껴지는 누드화다. 선생님은 소년의 천진성을 갖고 있는 둣하다.  인간도 자연도 그대로 자유롭고 깨끗하다.

선생님은 상남자 같은 모습이지만 그 내면은 아주 소녀같은 섬세한 감성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고운 수채화를 그리시니 말이다. 

누나 등에 업혀있는 아기 얼굴이 굉장히 행복하다. 선생님은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났지만, 누구보다 풍요로운 사랑을 받고 건강하게 자랐음을 알 수 있다.

김수영 작가를 그릴 때는 그의 투명한  영혼의 깊이가 느껴지는 붓 터치와 색깔까지….

선생님은 매우 바빴다. 계속 캐리커처를 그리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눈인사도 말 한마디도 붙이기 어려웠다. 원하는 사람 모두 캐리커처를 그려주시는 것 같았다. 방해가 될까 봐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언젠가는 만나서 정식으로 인사할 날이 오겠지.

 

캐리커처 그리는 선생님을 보다가 재미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허영만 화백이 그린 선생님의 캐리커처다. 해학이 넘쳐 보인다. 품도 넓어 보인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사셨으면 좋겠다. 

선생님 작품 전시회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전국 순회를 한다고 한다. 순회 일정이 나오면 다시 안내하겠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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