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만 전북의 유명 대학 명예교수와의 대화

​박근혜 퇴진운동 당시 광화문 촛불 시위대 모습. 사진출처 : 김제완
​박근혜 퇴진운동 당시 광화문 촛불 시위대 모습. 사진출처 : 김제완

<1막 3장>

(강중만 등장. 전북의 유명 대학 명예교수 '부동산약탈사회' 저자)

2030 : 원휘용 주진영 발언 지켜보셨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중만 : 신생아 대출, 무엇보다 발상이 사악합니다. 집값 폭등 때문에 주거비용이 높아졌는데요. 이 때문에 아이 안 낳겠다고 하니, 그러면 아이 낳으면 집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것인데요. 이게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속아 넘어가는 거에요. 청년들이 요구하는 건 집값 하락인데, 오히려 청년들을 이용해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속셈이거든.

2030 : 그렇죠? 정말 기만적이지요. 선생님은 우리를 이해하시는 것 같네요.

강중만 : 그들 입장에선 이이제이 전법입니다. 이렇게 비유해서 미안하지만, 오랑캐를 이용해서 오랑캐를 막겠다는 것이에요. 높은 집값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이용해서 높은 집값을 지키겠다는 거죠. 문정권보다 단수가 높아졌어요. 이들 수법이 진화해 가고 있어요.

2030 : 맞습니다. 도대체 이런 X 같은 나라가 어디 있어요.(참기 어렵다는 듯)

강중만 : 지금 이 나라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도박판이 됐어요. 특히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이 억대의 판돈 걸고 투전을 하고 있죠. 이 도박판 게임의 부동의 법칙은 늘 가진 자들이 이긴다는 겁니다. 손해 볼 것 같으면 정부가 나서서 정책으로 보전해 주니까요. 이렇게 해서 지난 10년 동안 수억에서 십수억을 벌었죠. 못 가진 사람들은 늘 그만큼 손해 보고. 그 결과가 어떤가요. 가계부채 세계 1위가 됐죠. 불평등도 세계 1위인데 이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아요.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네요.

2030 : 그런데, 최근에 김수형씨가 책을 내고 인터뷰했는데 보셨나요.

강중만 : 문정부 부동산정책 책임자였던 김수형이 그의 책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팬데믹 이전까지는 집값 상승이 다른 선진국과 비슷했고 비교적 선방했다고.

2030 :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요. '진보정권 브레이커'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그게 할 말인가요.

강중만 : 자 그럼, 팬데믹 이전 상황을 돌아가 볼까요. 시민단체 연대체인 '부동산보유세강화시민행동'이 발족한 것도 2018년이었어요.(아래 사진) 문정권초기부터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우려가 많았어요.

다음 해인 2019년에 내가 '부동산약탈사회'와 함께 '바벨탑공화국'도 함께 냈는데요. 이때도 팬데믹 이전이었죠. 이 당시 강남 집값이 이미 두 배 가까이 뛰었어요. 문정부가 팬데믹 이전까지는 선방했다고 말하다니 기가 막히네요. 내가 뭐 할 일이 없다고 같은 주제의 책을 두 권이나 냈을까. 김수형 그 사람 후안무치한 괴물이에요.

2018년 10월 발족한 '부동산보유세강화시민행동'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 장면. 사진 출처 : 시민행동
2018년 10월 발족한 '부동산보유세강화시민행동'의 청와대 앞 기자회견 장면. 사진 출처 : 시민행동

2030 : 문정권 시기 집값 폭등으로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겪었는데요. 이때 촛불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보시나요.

강중만 : 문재인 정권의 최대 실책은 자기들을 태어나게 한 광화문 촛불을 와해시킨 겁니다. 촛불은 우리의 최고급 명품 사회자산인데요. 그동안 문제가 있을 때마다 촛불이 나서서 민주주의를 지켜왔죠.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서울시민 중에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가 절반씩이니까, 촛불 중에는 절반 이상이 유주택자였을 겁니다. 아무래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참여했다고 봐야죠. 이분들이 집값 폭등기에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2030 : 도대체 왜 그런 거죠? 집값 폭등 바람에 촛불이 꺼졌다는 말이네요.

강중만 : 재미있는 사례 한 가지 알려 드리죠. 2019년 6월 서울 도심에 처음으로 집값 문제 항의하는 시위대가 나타났어요. 한 달여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시위했는데요. 관련자료 화면이 없어서 곤란을 겪던 언론에서 앞다퉈 시위 장면을 내보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집값 폭등 항의시위대가 아니고 부동산 보유세 낮춰달라는 시위대였죠. 유주택자들의 시위였던 거예요. 집값 폭등 항의하는 무주택자들의 시위는 그 뒤에도 보기 어려웠어요.

2030 : 물론 그뒤에는 팬데믹도 한 원인이 됐겠지요. 그런데요. 제 친구 하나는 최근에 집을 구입했는데요. 우리가 나쁜 짓한 것도 아닌데 왜 세금으로 빼앗으려 하냐고 말해요.

강중만 : 얼마 전에 부동산경제 전문가 전강주 교수 고백을 들었어요. 10년전만 해도 부동산 불평등을 말하면 집 있는 사람들도 동의해 주었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태도가 바뀌었다고 해요. 우리가 정당하게 투자해서 얻었는데 왜 불로소득이라 하느냐, 왜 세금으로 가져가겠다는 거냐, 경제현상인데 왜 문재인을 비판하느냐, 이렇게 항의한다고 해요.

심지어 요즘은 자기 글에 악플이 달린다고 합니다. 집값 폭등이 촛불을 반토막 내버리고 무력화한 것이죠. 내가 보기에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에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갑자기 보수화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문정권이 정권을 잃어버린 것도 부동산 때문이었고요.

2030 : 윤정부는 한술 더 뜨고 있어요. 이런 마당에 신생아 대출해서 청년들 위하는 척 기만하고 있죠. 사실상 집값을 떠받치겠는 속셈인데 정말 미친 짓이고 정신 나간 짓이에요.

강중만 : 그렇습니다. 경제는 경제 논리에 따라 흘러가도록 해야죠.
(암전)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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