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경북 유명 대학 명예교수와의 대화

강남구 부자 아파트 타워팰리스 뒤로, 멀리 북한산 도봉산 능선이 보인다. 사진 출처 : 김제완
강남구 부자 아파트 타워팰리스 뒤로, 멀리 북한산 도봉산 능선이 보인다. 사진 출처 : 김제완

<1막 4장>

(이종우 등장. 경북 소재 유명 대학 명예교수. 전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2030 : 반갑습니다. 요즘 부동산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이종우 : 집값은 곧 땅값이지. 아파트의 콘크리트 가치는 기껏해야 1억에 불과하니까. 그런데 땅값이 너무 올랐어요. 한국 땅을 팔면 프랑스 땅을 여섯 번 살 수 있어요. 평당 가격만 비교하면 일본의 세배입니다.

2030 : 이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종우 : 내가 믿을 만한 자료를 구입해서 확인했어요.

2030 : 교수님은 문정권 초기에 이미 부동산 때문에 혁신성장이 안 된다고 경고했죠.

이종우 : 그때 그런 말을 했었지. 문정부 경제정책 기조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었는데. 집값 폭등이 혁신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어요. 혁신은 가죽을 벗긴다는 뜻이에요.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그런데 부동산 가격 폭등을 보고 사람들이 혁신하고 창업하는 것보다는 부동산 투기를 해서 한 탕 하자, 이런 심리가 팽배하게 됐지요.

2030 : 훌륭한 말씀인데요. 미안하지만 교수님이 무책임한 것 같아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 했을 때 말이죠. 문정부 부동산정책 책임자 김수형이 부하직원이었잖아요. 더 확실하게 단도리칠 수 없었나요? 바깥에서 평론가처럼 비평만 했던 것이 이해가 안 돼요.

이종우 : 사실 나는 애초에 김수형 임명을 반대했어요. 경제학자도 아니고 공대 나온 분이 부동산정책을 담당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했지. 이과 출신 폄하하는 게 아니에요. 부동산 문제는 복잡계 중의 복잡계이거든. 그래서 전문가들도 헛발질이 다반사지. 그보다도 우려한 것은 따로 있어요. 제가 2019년 정초에 한겨레 기자 만나서 이런 말을 했지. 김수형이 “보수화”하고 있다. 그의 입장과 태도 변화가 걱정스러웠어요.

 

2020년 1월 집값폭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종로3가에서 ‘부동산공화국해체 시민좌담회’를 열었다. 이 글자는 좌담회 선전용으로 필자가 제작했다.
2020년 1월 집값폭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종로3가에서 ‘부동산공화국해체 시민좌담회’를 열었다. 이 글자는 좌담회 선전용으로 필자가 제작했다.

2030 : 당시 조중동의 어느 논설위원은 김수형같은 사람은 진보지만 함께 일하기에 좋은 사람이라고 했어요.

이종우 : 보수와 소통을 잘 했다고 말 할 수도 있겠네. 달리 말하면 진보정권 인사가 보수화했다고 말할 수도 있고. 내가 보기에는 김수형이 민주당 586그룹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어요. 민주화운동 하느라 50대 나이에 있는 거라곤 집 한 채인데 이것 좀 지켜줘. 이런 요구가 이심전심 전달이 됐다고 봐요.

2030 : 그 결과가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어요. 정권 뺏겼을 뿐 아니라 진보의 종말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으니까. 그런데도 당시에 평론가처럼 몇 마디 던지고 내내 침묵했던 이유가 뭔가요.

이종우 : 내가 그때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하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듣기 싫어할 말을 하기가 어려웠지. 지나고 보니 후회가 됩니다. 그런데 나보고 문정부 부동산 실패 오적 중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군. 쩝...

2030 : 두 번의 진보정권이 부동산 때문에 무너졌지요. 지금이라도 김수형을 불러서 밤새 쓴 소주 마시면서 물어보세요. 가능하다면 국토부 장관 하면서 다 말아먹은 김형미도 부르고요. 그리고 그동안의 일을 복기해보세요. 변명은 듣기 싫어요.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그들의 대답을 듣고 정리해서 직접 말을 하세요. 지금이라도 교수님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단호해진 목소리)

이종우 : (면구스러운 듯) 그 사람들 내가 전화한다고 나올지 모르겠네.

2030 : 그런 힘없는 말을 할 때가 아니에요. 집값 폭등으로 나라가 망하게 됐잖아요. 책임감을 좀 가지세요! 출산파업 이유로 높은 집값을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아시죠. 미친 집값에 우리는 뒤집어진다구요. 새들도 둥지가 불안하면 알을 낳지 않아요.
(암전)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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