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영 전 한호증권 사장과의 대화

​서울 근교 고층 아파트의 모습. 사진 출처 : 김제완
​서울 근교 고층 아파트의 모습. 사진 출처 : 김제완

<1막 2장>

(주진영 등장. 전 한호증권 사장)

2030 : 선생님의 부동산 비평이 가장 통찰이 높다고 소문이 나서 모셨어요.

주진영 : 내가 지난해 라디오에서 말했지요. 유튜브 조회수가 2백만 명이 넘었어요.

2030 : 그때 어떤 말씀을 했나요. 다시 소개해 주세요.

주진영 : 경제 흐름 보면 올해 내년까지 경기침체 고금리 이어진다고. 집값은 당연히 하락할 테지.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2030 : 무슨 짓이 도대체 뭔가요.

주진영 :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집값이 전국 평균 20% 떨어졌어요. 팬데믹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지. 시장흐름에 맡겨 놓았다면 지금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을 거야.

2030 : 그건 우리도 안다고요.

주진영 : 그런데 지난 2월 정부가 드디어 '무슨 짓'을 시작했지. 내가 우려한 게 이거야. 예산 40조 준비해서 고정금리 4%의 특례보금자리론을 풀었어. 게다가 DSR 부담 줄여주기 위해 50년 모기지 상품을 내놓았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20% 빠졌던 집값이 그래서 반등한 거야. 지난 몇 달 동안 10%나 올랐지.

2030 : 40조가 얼마나 되는 금액인지 가늠이 안 돼요.

주진영 : 이렇게 생각해 보라고. 1명당 4억을 대출해 준다면 10만 명이 받을 수 있는 돈이야. 그중에 절반 정도는 싼 이자로 갈아타는 사람들이고. 그러니 5만 채 정도가 매매된 거지.

2030 : 와우, 판세가 뒤집어질 만하네요.

주진영 : 그런데 준비한 예산 40조가 지난 9월에 소진되고 나서 약발이 떨어지고 있지. 그래서 새로 27조를 준비했어. 집값 하락 조짐을 확실히 밟아주려는 거야. 신생아 특별대출이 그거지. 민주당도 같은 편이니까 국회에서 예산 편성 동의해 줄 겁니다.

2030 : 민주당도 같은 편이라고?

주진영 : 역사를 돌아봅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있었어. 지금 이 나라도 마찬가지야. 상위 20%인 5분위 소득자가 지배계급이고 나머지가 피지배계급이지. 2080 사회라고 할 수 있어. 20%에는 보수뿐 아니라 진보도 포함돼 있어. 보수 진보가 반반 정도 될 거야. 그들이 서민들 위하는 척하면서 자기들 재산 지키려는 거지.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사진 출처 : 김제완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바라본 타워팰리스. 사진 출처 : 김제완

2030 : 진보와 보수가 다 한통속이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진보는 다르지 않나요.

주진영 : 젊은이가 되게 순진하네. 이 나라는 진보 보수가 좌우로만 나뉘어 있는 게 아니야. 유주택자 무주택자가, 쌍팔년도 말로는 유산계급 무산계급이 상하로도 나뉘어 있지. 4등분 돼 있다고. 진보건 보수건 유주택자는 입장이 같아.

2030 : 4등분 돼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요.

주진영 :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될까. 조선시대 훈구파 사림파가 목숨을 걸고 싸웠지. 싸움거리도 민생과 아무런 관련 없는 것들이야. 예를 들면 왕의 계모가 죽었는데 상복을 몇 년 동안 입어야 하나. 그런데 말이야, 양반 기득권 신분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이 나타나면 두 정파가 즉각 합심해서 물리쳤지. 민란이라도 일어나면 말이야. 지금도 그때의 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거야.

2030 : 그런가요? 그러면 문정권에서 집값이 폭등했던 것도 훈구파 사림파가 작당한 거예요? 그게 단순한 실수가 아니고요?

주진영 : 지난 정권에서 부동산정책이 27전 27패 했는데 이거 불가사의하지. 그러나 사회과학에서 불가사의가 어디에 있나. 이럴 때는 누가 이익을 봤나 따져보면 됩니다. 상위 20% 수도권 유주택자가 범인이야. 문정권과 조중동이 은밀하게 물밑에서 합작한 거라고. 진보이면서 가진 자들이 강남좌파가 어떤 짓을 했나 잘 봐야 해. 그들은 지금도 집값 문제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묵묵하지. 카톡방에서 유주택 진보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다시 찾아보라고.

2030 : 하긴 내 친구도 평소에 비판적이었는데 분양받고 나서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어요.

주진영 : 인간이란 다름 아닌 그런 존재야. 경제적인 동물이라고.

2030 : 아무튼 윤정부의 신생아 대출은 눈속임이죠. 정말 가증스러워요. 우리를 갖고 놀려는 거잖아요. 게다가 실제로 신생아 대출받으려는 사람도 있을 테니.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짓이 분명 해.(분에 못 이기는 듯)

주진영 : 요즘 의대 학생 입학정원을 두고 말이 많지. 전국 의과대학에서 학생 수 3천 명 증원을 요구하고 국민들도 간절히 원하고 있지. 게다가 역대정부도 관철시키려고 했고. 그런데도 지난 20년 동안 의대 입학생 수를 늘리지 못한 이유가 무얼까요. 의사들의 힘이 국민보다 정부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야.

2030 : 의대 학생 수와 부동산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주진영 : 이 나라는 강자가 지배하는 나라 거든. 이 나라 지배계급은 소득 상위 20% 계층이야. 그들은 의사들과 비교가 안 돼. 훨씬 더 힘이 세지.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에서 금리 인상해도 그리고 경기침체가 계속돼도 집값 상승을 기어이 관철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무섭지 않나. 그런데도 부동산 문제를 경제 데이터와 경제 이론으로 풀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지. 유튜브에서 보면 그런 사람 많잖아. 그 사람들 모두 하수야. 이건 경제가 아니라 정치거든. 그러니까 정신 차려야 해. 당신들은 약자고 그들의 착취 대상이지. 누구도 도와주지 않아.

2030 : 시민단체는 뭐하나. 반대 성명서 한 장 볼 수가 없네. 우리가 국회 앞으로 국힘당 민주당 앞으로 찾아가서 말해보자. 우리 편을 한 명이라도 찾아보자고.
(암전)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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