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휘용 국터교정부 장관과의 대화

서울 중심부 신축 아파트 단지의 평화로운 모습. 사진출처 : 김제완
서울 중심부 신축 아파트 단지의 평화로운 모습. 사진출처 : 김제완

시대 배경 : 2023년 12월 서울.

등장 인물 : 2030 청년과 부동산 셀럽들 너댓명.

작가의 말 : 2023년 한해동안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경제성장율 1.4%의 역대급 저성장과 최고 수준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10%나 올랐다. 경제지표가 가리키는 방향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그 이유가 무얼까. 집값 떠받치기 위한 정치권력의 개입때문이다.

집값상승은 출생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한다며 신생아 특례대출을 준비했다. 자기가 싼 것은 자기가 치우겠다는 것일까. 내년 1월부터 실시하겠단다. 인도적인 민생정책으로 포장돼있어 민주당도 예산 편성에 반대하기 어려울 것같다. 그러나 껍데기를 한풀 벗기고 보면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의 탐욕이 숨어있다.

이 문제에 대해 집값을 걱정하는 2030 청년이 묻고 부동산 셀럽들이 대답한다. 셀럽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했으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작했다. 팩트와 픽션을 결합한 팩션이다.

<1막 1장>

(관객이 입장하면, 기다리고 있는 2030 청년. 이어서 원휘용 국터교정부 장관 등장)

2030 : (거두절미하고)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새들도 둥지가 불안하면 알을 낳지 않아요.

원휘용 : 그래요? 그럼 우리가 당신들과 아이들을 위해 새 집을 싸게 살 수 있게 해줄게.

2030 : 그런 방법이 있다고요? 장난 치는 거 아니에요.

원휘용 : 장난이 아니야. 우리가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아이낳고 2년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 위해 최저 1.5%로 5억까지 빌려줄게. 국가예산 27조를 준비해서!

2030 : 그렇게 한다고 출생율이 높아질까요. 뭔가 저의가 있는 것같아. 냄새가 나.

원휘용 : 그렇게 삐딱하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이 정책의 목적은 집값때문에 아이 낳지 않는 당신들 고충을 풀어주자는 겁니다.

2030 : 그러니까 아이 낳아주면 새집 준다는 거네요. 그런데 뭔가 의심스럽네. 당신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2020년 4월 총선 시기, 송파구의 거리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 출처 : 김제완
2020년 4월 총선 시기, 송파구의 거리에 걸린 플래카드. 사진 출처 : 김제완

원휘용 : 우리가 고심해서 내놓은 민생대책이라구. 민생대책!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면 내년초부터 실시될거야.

2030 : 높은 집값 때문에 아이 낳지 않으니 저리 대출해서 집을 사도록 해주시겠다? 주택 구입 대출 27조가 풀리면 어떻게 될까요. 하락하던 집값이 다시 올라갈텐데, 불보듯 뻔해...

원휘용 : 정부의 선의를 그렇게 왜곡하다니 거 참.

2030 : (마침내 확신한 듯 단호하게) 왜곡은 당신들이 하고 있어요. 아기 키우는 가정을 정부가 돕는다는 도덕성으로 외피를 씌우고 있어. 그래서 비판하기도 어렵지. 기막힌 위장 전술이야.

원휘용 :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네. 젊은 사람이 왜 그래? 왜 그렇게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나. 어떻게 사회생활하려고 그래.

2030 : 우리를 위하는 것처럼 포장해서 결국 기득권 지키겠다는 거지. 그런 얕은 수를 모를 줄 알아. 지난번 특례보금자리론도 그랬지. 국민을 이렇게 농락하고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언성 높아짐)

원휘용 : 유주택자들이 지지해 주면 된다. 무주택 서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투표장에 잘 나오지 않거든.

2030 : (흥분을 가라 앉히고) 지난해 10월에 장관님이 뭐라고 했죠? 다시 찾아보니 이렇게 멋지게 말했네요.

(무대 전면 스크린에 다음의 글자가 뜬다.)

"PIR 18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저출산을 악화시키는데 이런 사회는 앞으로 희망이 없다.
"젊은 세대에 PIR 18을 남겨선 안 된다."
"제 소신이자 철학이고 국토부 장관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30 : 아시다시피 PIR은 집값대비 소득 배수입니다. PIR 18은 서울의 중위소득자가 18년동안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중간 가격의 집을 살수 있다는 겁니다. 이때만해도 정권교체 잘 했다고 청년들이 박수를 쳤어요.

원휘용 : 지난해 임기초에 18에 달하는 서울의 PIR이 너무 높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문재인정부 초기 수치 10~12 정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같고.

2030 : 입장이 바뀌었으면 왜 바뀌었는지 국민에게 설명을 해야지요.

원휘용 : 한마디로 짧게 대답하지. 나우앤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

2030 : 당신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되다니... 당신도 무주택의 설움을 겪어봐서 잘 안다는 말도 했지요. 제주지사 가기전에 목동 아파트를 7억에 팔았는데 20억 넘게 올랐다면서 한탄했죠.

원휘용 : 그래서 나도 좀 거시기한데 어쩔 수 없어요.(머리를 긁적긁적) 이게 다 내년 선거전략 위해 내놓은 정책이거든.

2030 : 우리도 한표가 있는데 그림자 취급하네.(어디 두고 보자는 듯한...)
(암전)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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