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인 반기문에 대한 찬사와 폄하가 공존하고 있다. 국민들은 반기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여권의 대권주자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반기문에 대해 <김의겸의 우충좌돌>이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내년에는 한국인으로서 할일을 찾아보겠다고 발언을 한 반기문. 이는 대권주자로서의 의지를 드러낸 우회적인 발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015년 1월 4일 유엔 비공식회의에서 ‘포스트 2015’ 의제에 대한 종합보고서 ‘2030년까지 존엄으로 가는 길’의 발간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출처 한겨레 신문)

 

반기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위인으로 떠올랐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남정호 중앙일보 기자의 책 <반기문, 나는 일하는 사무총장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너무도 무능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다.” (미국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

위의 두 평가만으로 반기문을 제대로 평가할 수는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평가이다. 더구나 한국인 반기문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45351.html?_fr=mt2

기자는 4가지 관점에서 반기문을 들여다봤다.

1. 대권 도전 할까 말까?

그는 지금껏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주변의 정황들은 그가 꽤 오래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 총장은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욱진 비서가 가져다주는 언론 보도 스크랩을 들춰보는 일이다. 그가 준비한 스크랩 맨 위의 기사들은 CNN도 AP도 뉴욕타임스도 아니다. 반 총장을 다룬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다. 세계 각국의 분쟁보다는 한국의 정치 현실이 우선인 셈이다.

2. 대통령으로서 능력을 갖추었나?

반기문 총장은 별명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반반(半半)이다. 뭔가 애매한 어법 때문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는 적당한 처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반반(潘半)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반(潘)기문의 반(半)만 해도 성공한다’는 뜻이란다. 그만큼 반기문 총장의 실력이 출중하다는 거다. 그런데 정작 유엔 내부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한다. “해야 할 일은 놔두고 생색나는 곳만 돌아다닌다.”는 비판도 있다.

3. 뼛속까지 친미인가?

변방의 나라 한국의 외교부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데는 미국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반 총장은 미주국장을 거치는 등 외교부에서 미국통으로 성장했고 자연스레 미국의 논리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유럽과 비동맹세력들은 반 총장이 지나치게 친미적이라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도 가까운 사람들과의 사석에서는 미국의 ‘갑질’에 대해 분노를 토로하기도 한다.

4. 친박의 지원은 독일까 약일까?

 반 총장에게 박 대통령의 지원이 도움이 되는 걸까? 상황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더 싸늘해지고 있고, 그럴수록 친박으로서는 반기문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서의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친박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색채를 분명히 하면서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과감하게 발언하고 머뭇거리지 말고 뛰어들어야 한다.

<김의겸의 우충좌돌>은 반기문의 별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마무리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또다른 별명은 ‘기름 바른 장어’다. 아무리 곤란한 질문을 해도 쏙쏙 잘도 빠져나가서 기자들이 붙여준 것이다. 이 별명은 어느새 한자어로 변형돼 기름 유(油)에 뱀장어 만(鰻)을 쓰는 ‘유만’이 되었다. 반 총장은 이 별명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어느 한학자를 찾아가 유만을 다른 뜻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움직일 유(趡)에 일만 만(萬)을 쓰는 유만 즉 ‘세상 사람들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바꿨다. 반 총장은 가끔씩 사석에서 “내가 별명을 바꿔서 세계의 대통령이 됐다”는 농담을 했다. 한국의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이상 유만(油鰻)이어서는 곤란하다. 진정 세상을 움직일 정도로 유만(趡萬)하고자 한다면 처신만 잘하는 유만(油鰻)을 버려야 한다.

여권이나 야권이나 내년부터는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큰 만큼 그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지금부터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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