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김미경 주주통신원

얼마 전 옛 직장동료 A, B, C 3명을 만났다. 셋 다 30대 중반을 막 넘어섰다. A와 B는 갓 결혼을 한 새댁들이고 C는 결혼할 의사는 있으나 아직 미혼이다.

결혼한 두 명 모두 임신 중이라 내년이면 엄마가 된다. 둘 다 딸을 가졌다고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둘 다 둘째 계획이 없기 때문에 자식이 하나가 된다면 딸을 원한다고 했다.

A는 35세를 갓 넘었다. 2012년 결혼했다. 신랑은 대기업 연구원으로 A보다 나이가 많아 마흔을 바라본다. A는 결혼 후에도 직장을 다녔으나, 직원의 골을 빼는 직장이라 그런지 2번 유산을 하고는 임신이 우선이라 그만 두었는데 다행히 아이가 바로 들어섰다.

신랑이 여러 혜택이 많은 대기업에 다니니 큰 걱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대기업 연구원도 50세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15년 이상을 다닐 수 있을지. 15년 후에 아이는 중학생, 20년 후에는 아이가 대학생, 과연 대학을 마칠 수 있을 때까지 직장에서 버텨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 학비보조도 그림의 떡이 될 것 같다고 벌써부터 아쉬워했다. 하나 키우는 것도 이렇게 걱정스러운데 둘째?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각종 보육 및 교육예산도 마구 깎는 정부가 TV에 둘째를 낳으라는 식으로 출산장려 광고를 하면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어 TV를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도 인다고 했다.

A는 집 걱정도 했다. 올 봄에, 전세대란 전인데도 2년 재계약을 할 때 2천만원 집세를 올려줬는데, 2년 후에는 또 얼마나 전세금을 올려줘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세 값 폭등에 대해 무척 분노했는데 국가가 이를 방치 내지는 조장했다고 생각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고 국민은 평생 벌어서 그 빚 갚는 노예로 살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보육 및 교육정책, 고용정책 등에 극심한 불신을 갖고 있어서 말할 때 마다 분노와 한숨이 함께 터져 나왔다.

B는 올해 결혼한 따끈따끈한 새색시다. 신랑은 마흔을 갓 넘긴 공무원이다. B는 결혼 전에 외국인 회사에 다녔는데 아이를 갖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래 그런지 바로 아이를 가졌다.

B의 신랑은 사기업에 들어갔다가 신분보장 등의 문제로 뒤늦게 공무원이 되었다. 공무원이 될 당시 굉장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가서 그런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워커홀릭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일을 좋아하며, 지자체장이 뽑은 최우수공무원에 뽑힌 적도 있는 사람이다.

B의 신랑은 A 신랑보다 더 나이가 많지만 신분보장이 되는 공무원이라서 그런지 첫째 교육은 어찌 어찌 버틸 수 있겠지만, 둘째는 공무원연금으로 교육시켜야 하는데 연금 줄인다고 저 난리니 교육시킬 자신이 없다고 했다.

B는 아이가 만 3살만 넘으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알아볼 예정이지만 경력단절 여성이 새로운 직장을 갖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A는 시댁에서 소박한 아파트를 하나 장만해주어 집 걱정은 없었지만, 앞으로 자신과 아이가 살아갈 일이 그리 수월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C는 아직 결혼을 않고 부모와 살고 있어서 그런지 전세 값 폭등이나 보육정책 등에 크게 분노하기 보다는 세금정책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월급쟁이다 보니 세금에 아주 민감한 것 같았다. 월급은 뻔한데 오를 기미도 없는데 세금만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MB정부 5년간 상위 10대 재벌이 법인세로 감면받은 돈이 10조원이 넘는다며 법인세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서 부가세인상 등 서민증세만 하고 봉급만 털려고 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자신은 더 이상 국가를 위해서 세금을 내고 싶지 않아 절세를 굉장히 신경 쓴다고 했다.

또 이런 말도 덧붙였다. 자신이 내는 세금이 정말 올바르게 쓰인다면 낼 수도 있겠지만 4대강에 자원외교에 방산비리에 돈 갖다 처박아 버리는 걸보니 10원도 세금 내기 싫다고....

30대 초반에 2살 첫아이 양육이 힘들어 나오지 못한 D와 30대 후반이고 작년에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E는 선약이 있어 만나지 못했지만 전해들은 소식은 비슷하다.

30대 초반인 D의 신랑은 알찬 중소기업에 다니지만 마찬가지로 50을 전후로 퇴직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첫째 아이 교육도 걱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둘째 출산은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 또 현재 전세를 살기에 집장만이던 뭘 하던 본인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첫째가 좀 크면 어린이집에 맡기고 구직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30대 후반인 E의 신랑도 30대 후반이다. 개인 사업을 하지만 경기가 불안정해서 수입이 일정치 않다. E는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직장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신랑의 불안정한 수입으로 인해 직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아이를 낳더라도 딸로 1명만 낳고 싶어 했다. E는 재개발지역에 전세를 살다 임대주택 분양권을 받아 현재 E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어 주거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5명의 30대 기혼 4명 미혼 1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왜 우리나라가 마카오, 홍콩(1.1명)에 이은 세계 3위의 저출산 국가(1.3명)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부분은 일단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명의 기혼여성이 다 그랬다. 하지만 출산한 1명은 30대 초반 초산이고, 임신 중인 2명은 35세가 넘는 고령초산이다. 첫 아이가 20세 대학생이 될 때 아빠 엄마 모두 50세를 넘기게 된다. 50세 이후 과연 고정적인 수입을 가질 수 있을까? 셋 다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 우려로 둘째까지 낳는다는 것을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집값 걱정이었다. 뛰는 전세 값에 맞추기 위해 큰 아이가 개별보육이 필요한 시기(만 2-3세)만 지나면 나가서 돈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둘째를 생각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다.

30대를 넘어서서 근본적인 저출산 이유는 ‘삼포세대’에 있다고 한다. ‘삼포세대’는 치솟는 집값, 미취업 등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20~30대를 칭하는 용어다. 이 삼포에서 탈출하여 결혼한 서울시 거주 여성의 초산연령이 31.5세 이고, 35세 넘는 고령초산의 경우 2001년 8.4%에서 2012년 21.6%로 2.6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결론은 10년 동안 삼포를 탈출하지 못했거나 늦게 탈출한 20-30대가 증가했다는 말이다. 즉 20~30대의 사회적 압박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고령초산의 증가추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이는 저출산율에서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비정규직이 600만을 넘었다고 한다.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이고,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사회보험 등의 처우와 복지 수준은 더 나빠졌다고 지난 10월 통계청이 발표했다. 60세 이상과 20대가 각 11.1%, 5.8%로 증가했다. 대학교육까지 융자를 받아 이미 빚쟁이가 되어버린 20대의 비정규직 증가가 5.8%라고 하는 것은 삼포 인구의 증가와 고령초산의 증가로 이어지는 길이 될 것이다. 고로 저출산율로도 이어지겠지....

인구학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2006년 한국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지목했다고 한다. 앞으로 300년이면 한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고도 했다. 20대, 30대가 절망하지 않고 전 세대가 함께 나라를 지키는 방법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우선 20-30대의 정규직 고용 확장, 50대의 고용안정, 임대주택 확충 이 세 가지만으로도 나라는 잠시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더 꿈을 꾼다면 대학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교육과 돈 없어서 죽지 않는 무상의료까지..

그런데 이건 꿈이다. 정규직도 못 봐주겠다고 비정규직으로 평준화하려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선.. 이건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그래서 20대는 대한민국을 뜰 생각을 하고.. 30대는 자식 하나도 버겁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북부유럽에서는 당연한 저런 정책이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꿈일까?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희망일 뿐인가?

김미경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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