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이의 필 - 한 편의 시

 

 고향

 

누군가 내게 고향을 묻는다면
고향은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떠올려보면 친할머니댁 충청도 예산
그곳에는 나의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계셨다.

겨울
그곳에 가면
누렇게 군불 때 변해버린 아랫목 장판으로
추우니 어서 이리 오라고 하시던
오느라 추워서 볼이 빨개진 손녀를 향해서
손짓하시던 내 할머니

벽장에서 약과와 엿을 내려
어린 내 손에 쥐여주시던 내 할머니
두꺼운 목화 공단 이불을 끄시며
오느라 추웠을 손녀를
덮어주시던 우리 친할머니

서울 대도시에서 태어나 겨울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스케이트 가방 들고 
한강 스케이트장 동네 스케이트장 다녔던 
기억들과 지나간 추억의 잔해들

그 친구들 다 어디 갔을까
모두 결혼해서 잘 살아 있겠지 
개중에는 못산다고 이혼한 이도 있으려나

망할 놈의 외국 유학으로 친구들을 다 놓쳐버렸다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굴뚝에 모락모락 연기나고
흰 눈 덮인 지붕의 외딴 시골 초가집 
나의 시골 할머니 댁

지금이라도 그곳 가면
싸리비문을 열어 반갑게 맞아 주실 것 같은
우리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며
어린 시절 나와 지금의 나의 모습이 동시에 겹치며
난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눈에는 눈물 고여 바람에 흩날리며 
논두렁 길 지나 그곳으로 막 넘어질 듯 뜀박질하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로

눈에는 눈물 고여 그렁그렁한 눈으로 울며
그곳으로 뛰어가고 있다.
그곳에 가고 싶다.

지금은 고향 나의 아버지 어머니 무덤 위 편 언덕에
두 분 모두 계신다.

그래 그곳에 가면
그래 그곳에 가면 모두 계신다.

이 인이 (김희진의 필명)  : 수필가, 시인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김희진 주주  she999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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