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신인식 주주통신원

신은미씨를 12월 10일 (수) 저녁 7시 원광대 사회과학대학 시청각실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하며 이재봉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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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씨가 익산을 방문합니다. 요즘 종편방송과 극우신문의 뭇매를 맞고 있는 그녀가 12월 10일 (수) 저녁 7시부터 원광대 사회과학대학 시청각실에서 노래와 함께 방북에 관한 얘기를 펼칠 예정이거든요.

신은미씨는 대구의 부유하고 보수적인 반공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 <리틀 엔젤스> 예술단원으로 활동하다 대학 졸업 후 미국에 건너가 성악가 겸 음악교수가 되었습니다. 교수를 그만 두고 ‘아줌마’가 되어 경제학자 출신 사업가인 남편과 2011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여행을 몹시 좋아하는 남편과 호기심으로 찾았던 북녘에서 충격과 슬픔 그리고 흥미를 느껴 2012년 다시 방문했지요.

이를 바탕으로 2012년 6월부터 12월까지 <오마이 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30여회 방북기를 연재했습니다. 꾸밈없이 써내려가는 글은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매주 1-2회 글을 올릴 때마다 조회 수가 수십만을 넘었다니까요. 2012년 말 출판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책을 ‘2013년 우수문학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 심사위원들이 감명 깊게 읽고 추천한 결과였답니다. 통일부는 신은미씨와 이 책을 홍보하는 동영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통일부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2013년 8-9월 다시 북한을 방문한 뒤 9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오마이 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20여 차례 글을 실었습니다. 이 연재로 그녀는 지난 10월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그녀의 방북기가 “평범한 아줌마의 시선으로 북한의 실상을 정서적으로 잘 보여줬다”며 “일반인에게 감동을 준 내용을 높이 평가해” 상을 주기로 결정했답니다.

이런 그녀가 조카 결혼식 참석차 지난 11월 서울을 방문해 강연회를 가졌는데, 종편방송과 극우신문이 내용을 왜곡하고 ‘종북’ 딱지를 붙이며 난리법석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민권연대>라는 진보단체가 주최하는 ‘전국 순회 토크 콘서트’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황선씨와 대담을 벌인 탓에 표적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영향을 주기 위한 여론몰이겠지요.

이들의 왜곡과 억지 그리고 횡포가 얼마나 극심한지 국회에서의 강연회까지 취소되었습니다. 대구와 부산 등에서도 ‘토크 콘서트’로 예약된 장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요. 통일부는 관련 동영상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답니다. 법무부가 앞으로 그녀의 재입국을 거부하겠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그녀의 조기 출국을 권유했다는 보도도 나오고요.

심지어 조카 결혼식 참석조차 거부당하는 등 가족들로부터도 버림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필 그녀의 할아버지가 제헌국회부터 3선 국회의원으로 지내며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을 만드는데 앞장섰다니 참 기구한 운명이랄까요.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1960년대 중앙정보부를 이끌며 산천초목을 떨게 만들었던 악명 높은 김형욱이 1980년대에 회고록을 펴내며, “나도 겁을 먹고 조심을 해야 할 만큼 한국의 반공문화는 무서운 존재였다. 한국에서 용공이란 딱지는 천형만큼 잔인한 저주였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용공’이 반세기가 지난 뒤 ‘종북’으로 바뀌어 여전히 ‘천형만큼 잔인한 저주’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신은미씨는 종편방송과 극우신문의 억지와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왜곡보도를 일삼으며 명예를 훼손하는 그들을 고소하는 한편, 남은 ‘토크 콘서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그녀를 적극 지지하며 그녀의 ‘토크 콘서트’가 다른 곳에서는 모두 취소당하더라도 익산에서는 이루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마침 원광대의 한 진보적 학생단체가 ‘토크 콘서트’를 유치하겠다며 학생회관의 한 공간을 신청했는데 뉴라이트 계열 학생회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기에, 제가 학장을 맡고 있는 사회과학대학에 공간을 마련한 것이지요. 앞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무슨 압력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대동강맥주가 맛있다”는 등의 말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종편방송과 극우신문 기자들이 직접 참석해서 취재해보기를 기대합니다. 그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하려는 국정원이나 검찰 또는 경찰 관계자들도 들어보도록 권합니다. 북한에서 험한 꼴만 보고 살았다며 신은미씨와 맞장 토론을 벌이자는 탈북자들도 환영합니다. 원광대 학생회관 사용을 반대한 뉴라이트 계열 학생회 임원들도 꼭 와보기를 바라고요.

북한은 워낙 폐쇄된 사회라 모든 부분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종편방송과 극우신문이 10여년 전의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에 대해 온갖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일은 전혀 제재 받지 않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정정 보도를 요구당하지도 않고 명예 훼손 시비도 받지 않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보다 자유롭게 북한을 드나들 수 있는 재미동포들을 통해 부분적이나마 최근의 모습을 보고 들어보는 게 의미 있는 일 아닌가요?

물론 관광객으로서 북녘의 제한된 지역만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그녀가 수천 장의 사진을 이용해 소개하는 북한의 실상을 통해 우리는 유용한 정보를 적지 않게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농민들에게 텃밭을 30평씩 허용함으로써 식량 생산이 늘었다거나 평양에서도 일종의 복권이 판매된다는 등의 얘기를 종편방송이나 극우신문에서 접할 수 있겠어요?

우리는 1980년대 말 노태우 정부 때부터 북한과 화해 협력을 통한 평화 통일을 이루겠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는 남북 사이의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해 ‘통일 대박’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무력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삐라를 날려 보내는 행위조차 표현의 자유라며 막지 않는 게 화해 협력을 통한 평화 통일을 위한 길인가요?

북한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온갖 억측을 섞어 왜곡하거나 과장해도 반공정신이 투철하다고 인정하는 한편,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보고 들은 대로 소개해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종북’으로 매도하는 게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해 통일대박을 이루는 길일까요?

싸우면서 닮아간다는 말처럼 오히려 우리 사회가 북한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신은미씨가 북한을 추종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종편방송 및 극우신문이 종북이랄까요.

저는 우리 남한이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개방된 체제와 민주적 제도를 지향함으로써 북한이 궁극적으로 남한을 추종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북한에서는 남한 찬양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도 남한에서는 북한 찬양도 포용할 수 있는 진짜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하게 되길 소망합니다.

가장 확실한 반공 정책은 공산주의보다 훨씬 나은 제도나 정치를 실시하는 일이요, 가장 효과적인 종북 퇴치 방안은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동포 아줌마’의 강연조차 왜곡하고 막는 일이야 말로 오히려 종북을 자행하는 짓이지요.

신은미씨를 12월 10일 (수) 저녁 7시 원광대 사회과학대학 시청각실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하며 이재봉 드림.

신인식  sis11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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