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1층이다.
흔한 까치와 참새말고도 끽끽거리는 작은새가 보인다. 목덜미가 노란 이 작은새 말고도 많은 새들이 산다.
나는 먹이를 조금씩 뿌려주곤 한다. 과자가루나 견과류를 잘게 절구에 빻아서 풀밭에 뿌려주면 새들이 반갑게 달려와 먹는다.
일을 나가려고 차에 타려하면 어디서 보고 있는지 끽끽이 새소리가 난다.
“그래 나갔다 올게.” 하고 말해주고 일을 나간다.
들어 올 때도 슈퍼 쪽 오면 또 울어댄다.
“끽끽! 끽끽!”
이렇게 반기다보니 애완조류도 아니고 동네에 있는 새들인데도 나는 종종 내가 키우는 새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끽끽이새 이야기는 또 있다.
일을 마치고 시간이 남으면 나는 산 위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에 운동을 하러간다.
아래서부터 걸어 올라가면 1시간도 넘게 걸려서 거의 꼭대기까지 차로 올라간다. 그곳엔 운동장이 두개 있고, 윗쪽엔 수영장도 있다.
윗쪽 큰 운동장에 차를 대놓고 나 혼자 운동장을 돌 곤 한다. 거기서도 끽끽이 새는 나를 아는 듯 반겨준다. 운동이 끝날 때까지 떠나지 않고 높은 나무 위에서 지켜보고 있다.
운동을 마친 내가 차에 시동을 걸면 길 아래까지 내려와 끽끽 배웅한다.

포장도로를 한참 올라가는 길인데도 그 새는 나의 차를 알아본다.
내 차에는 아마추어 햄 무전기용 긴 안테나가 달려있다.
요즘은 차에 안테나가 많지 않다. 우리 어릴 적에는 많았지만, 요새는 샤크 안테나나 뒷유리에 자체 안테나가 있기 때문이다.
새들이 내 차를 어떻게 알아보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신기하게도 주변을 맴도는 걸 보면 희한하기도 하다.

이번엔 어미 새와 새끼 새 이야기다. 가랑비가 내리는 어느 날 황여새 키울 때 동네 시장을 갔다.
비가 내리다 그쳐서 땅이 젖어 있었는데, 양쪽이 주택가인 좁은 골목길을 가는데, 저만큼 앞에서 어미참새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작은 새끼들을 데리고 훈련을 시키는 건지 먹이를 찾아 나왔는지 땅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어미 새가 어린새끼를 데리고 다니는걸 보고 귀엽기도 했지만 어찌나 가슴이 뭉클했던지.

또 일하던 중에 문산에서 봉서산 쪽으로 가고 있는데, 2차선 도로에서 어미 꿩이 어린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찻길을 건너가는 걸 봤다.
바로 앞이 군부대 정문이고, 얕은 야산에서 나온 꿩가족이 새끼를 데리고 가는 걸보니 얼마나 귀엽던지. 새끼들은 어미를 졸졸졸 따라가고...
순간적으로 앞에 나타난 거라 사진을 못 찍은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모성애와 가족애가 인간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죽으면 새가 되어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단 인간들에게 잡히는 새 말고 총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불사조로 태어나 인간들의 주변을 맴 돌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지키고 싶다는 게 더 맞는 말 일 것이다.
엉뚱하다고 하겠지만......

편집: 이미진 편집위원

박혜정 주주통신원  uns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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