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6년 11월

청와대에서 미아가 한 명 발견되었다

여자 미아(迷兒)다

그런데 나이가 좀 많은 편이다

그 미아의 나이는 방년 65세, 만으로는 64세다

 

갈 곳을 잃었는지 부모의 손을 놓쳤는지

넋을 잃고 멍하게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그런데 미아치고는 제법 당당해 보인다.

아니 자세히 보니

당당한 척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이다

어쩌다가 그 60대의 여자는 미아가 되었을까?

 

한 때는 대통령 행세를 하며 콘크리트 지지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들으며 절대 여왕의 권위를 누리기도 했던

당차보이던 그 여자 미아가 갈 곳 몰라하며 정처없이 헤매고 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에서 미아가 발견된 것은

 

청와대라는 곳이 뻔한 곳이고

갈 데라곤 두 세 곳 밖에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미아가 되었다

60대 중반에 미아라니

 

최순실이 때문일까

아니다

최순실이는 여자 미아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과 탐욕에 취했으니

최순실이 아니라 취순실이다

그러나 취순실때문만은 아니다

그 여자가 미아가 된 이유는

 

사실 그 미아는 원래 미아였는지 모른다

육영수 여사를 잃은 그 날 이후

아마 그 때부터 미아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 미아를 최태민이 거두어 키우기라도 한 걸까

그 이후 태민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순종한 걸까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그 미아는 자신을 미아에서 구출하여

아시아의 지도자로 키워주겠다는 말에 현혹된 것이리라

 

그리하여 어미잃은 미아는

성인이 되어서도 진짜 미아가 되었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도

태민이와 순실이 덕분이라 여기며

그들 순실이 일가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었다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국가의 권력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대통령 행세를 하는 허울뿐인 껍데기 대통령이 되어

그 껍데기가 자신이라 믿으며

미아의 길을 걸어 온 것이다

 

그 미아를

국민이 거두어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거두어야 할까

갈 곳 몰라 헤매는 미아를

더 이상 돌볼 사람은 없다

취순실도 없고

우병우도 없다

문고리잡고 놀던 세 아이들도 없다

그래서 미아일까

아니다

그래서 미아인 것만은 아니다

 

국민이 위임한 신성한 대통령의 권위를

스스로 농단하였으므로

껍데기 대통령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으로

그래서 미아다

 

그 미아가 청와대에서 발견되었다

한 때는 국가의 지도자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대통령도 아니고

더 이상 그 어떤 지도자의 역할도

인정받지 못한다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그 누구에게도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미아가 되었다

 

아니다

원래 미아였음이 이제야

온 세상 천지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미아의 정체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속은 없고 껍데기만 남은

미아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알맹이는 취순실에게 넘기고

자신은 껍데기 대통령 자리를 부둥켜안고

껍데기 자리를 애지중지하며 살아온 인생임을

그래서 미아가 되었음을 온 세상에 고하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40년 전에 발견된 20대의 미아가

나이를 먹고 다시 60대의 미아로 청와대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미아는

더 이상

청와대에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

청와대는

미아보호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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