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1

- 마법에 걸린 근혜공주 -

 

옛날 옛적  꽃다운 나이 이십대

공주행세를 하던 근혜가

사이비 주술사의 마법에 걸려

최태민을 자기 그네에 태우기 시작했네

대를 이어 순실이도 그네에 태웠다네

자기 영혼을 그들에게 기꺼이 내어주고

자기 마음줄을 휘어잡게 하여

맘껏 국정을 유린하게 하였다네

 

그들과의 의리때문만은 아닐세

자신의 모든 것을 순실이 일가에 의존하여

그들이 꾸민 근혜의 이미지를 너무 너무 사랑했기 때문일세

그들이 만든 거짓 이미지에 취해 스스로 꼭두각시가 된 것일세

 

그 허무맹랑한 거짓 이미지가 통할 줄은 몰랐다네

국민 앞에 통할 줄은 몰랐다네

정치인들에게도 통하고

재벌들에게도 통하고

그렇게 만사형통할 줄은 차마 몰랐었네

꿈에도 그럴 줄은 미처 몰랐었네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2

- 근혜의 고백 -

 

거짓 이미지로 대통령에 오른

어리석고 무능력한 근혜가

순실이 일가를 그네에 태우며 흡족해했다네

 

나 엄마 잃고 외로울 적에 그 누가 내 곁에 있었더냐

나 갈 곳 몰라 하며 정처 없이 떠돌 때

그 누가 나를 위로하고 마음줄을 잡어 줬더냐?

 

오직 태민이였고

오로지 순실이였다네

그러니 어서 와서 내 그네를 타게

아낌없이 나를 이용해서

추악하고 더러운 욕망을 맘껏 채우고

사악하고 천박한 마음을 한껏 과시하며

무한 권력을 누리시게

 

신비주의 이미지가

국민 앞에 통했다네

얼음 공주 이미지로

정치인들마저 홀렸다네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네

나 스스로 나에게 홀렸다네

 

국민 앞에 연기를 했네

국민들이 속아 넘어갔네

그네타기로 하늘높이 오르기만 하는

나와 순실이의 술수 같지도 않은

엉터리 짱짜꿍 술수에

나라는 온통 결딴나고

백성들은 한숨 쉬며 갈 곳 몰라하였다네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3

- 근혜의 후회 -

 

누군가는 말하네

내가 무당같은 순실이에게 얼이 빠져 나라를 망쳤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하네

내가 어리석어 최태민과 순실이 부녀에게 사기당했다고

 

다들 모르는 소리네

나도 그들을 이용한 것이라네

내가 그들을 이용하고,

그들이 나를 이용하여 국정을 농락한 거라네

국가는 순실이와 나에게 농락당해도

아무 말 없이 침묵하고 있었다네

국민은 개 돼지 취급당하면서도

감히 나를 어쩌지 못했다네

 

그러나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음을 알았네

분노한 시민들이 기어이 들고 일어났네

생전에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기세였네

광장의 우렁찬 함성이 귀청을 때리네

하늘같은 백성을 우습게 보다가

내 꼴 우습게 되었네

 

나의 추악하고 무능한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났네

탄핵받고 물러나게 생겼네

법률미꾸라지의 원조 김기춘은 제 살길 바쁘고

법률미꾸라지의 후예 우병우는 감쪽같이 사라졌네

문고리 잡고 기세 부리던 세 아이들도 잡혀갔고

최후의 방어선으로 믿었던 박사모도 소용없네

권력 탐하던 친박들도 아무짝에 쓸모없네

어쩌다가 창졸지간에 궁지에 몰렸네

아무도 나를 구해줄 이 없네

나 이제 큰일났네

최태민이 있었다면

혹시라도 구해줄까

 

후회해도 소용없고

눈물도 안통하네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네

 이제 어찌 할지 진정 모르겠네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 된게 아니었는데

 하늘같이 섬겨야 할 국민들을 몰라봤다가

 개 돼지 처럼 무시당할 줄 예전에 몰랐었네

청와대에서 버티기도 이제는 힘이 드네

끝까지 버티면 무슨 수가 나려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안 될 것같네

예감이 영 안좋다네

꿈자리도 사납다네

 

이도 저도 안되겠네

갈 때까지 가보련다

죽기밖에 더하겠나

부친따라 모친따라

언젠가는 가야겠지

 

나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진정 몰랐었데

예전엔 미처 몰랐었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