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아홉 번 째 광화문 촛불 집회
12월 24일 광화문에 9번째 촛불이 켜졌다. 본 행사가 치러지기 전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서 여러가지 퍼포먼스를 했다. 박대통령 탄핵 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된 후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듯 구호는 다양했고 풍자가 넘쳤다.
세월호 광장을 건너는 건널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어느 정당에서 배포한 '적폐청산과 근본개혁 5대 과제'다. 경제정의 실현, 사법정의실현, 평화탈핵, 정치개혁, 그리고 세월호 진상규명인가?
'북쪽을 우리 경제권으로, 민족과 경제도 살 길이며 많은 왕래와 무역만이 안전하게 통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나의 일을 마치고 우리는 또다시 시작이다. 언젠가처럼 그것이 가끔은 반복이라고 느껴지지만 우리의 마주잡은 두 손에 뜨거운 서로의 체온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이미 한걸음 나아가 있다. 가자 이 땅의 주인들! 당당한 이 땅의 젊은이들!
상명중학교 학생들의 찡한 메시지. "모두가 함께인 날, 함께할 수 없네요. 오늘 있었으면 함께였을 텐데, 언제든 어디서든 항상 기억할게요."
Tim Birdsong 교수는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이다. 성조기를 등 뒤에 꼽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든 미국인이다.
키 큰 외국인이 돌 화분 위에 올라서 있어서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외국인도 참가를 했구나. 쓰레기 같은 현재 정치 상태를 치우자는 퍼포먼스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앞에 '홍익인간'이라는 손 팻말이 들려 있다. 무슨 메시지지? 우리 역사나 종교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인가? 등등 궁금증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며 지나가거나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을 뿐이었지만 필자는, 화분에 뛰어 올라가서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넸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느냐?” 고 묻자, "물론 잘 알고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한양대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하며, 다짜고짜 '홍익인간'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홍익인간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홍익인간 정신으로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덕담으로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재미있는 명함 한 장을 꺼내어 건넨다. 복사해서 만든 Tim Birdsong 교수의 명함에 써 있는 글귀들이다.
Make Korea 1 again - 홍익인간 - Devotion to the Welfare of Humankind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유명한 인사였다.
한양대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게 되면서 건학 이념인 '사랑의 실천'과 평소 '홍익인간'의 의미를 평소에 추구해 오던 신념이 합쳐져 10년 이상 몸소 쓰레기를 주우며 자신을 낮추고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한다.
우리가 진정한 '홍익인간'의 의미를 잊고 있던 시대에 새로운 시각과 실천으로 우리에게 신선한 경각심을 주는 듯하여 부끄럽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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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포퍼먼스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