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단으로부터 승적을 박탈 당한 명진 스님이 22일 오전 10시 수원 화성행궁 여민각 앞 길에서 '석가탄신일 맞이 법회'를 열었다. 이날 법회는 경기불교문화원에서 열기로 되어 있었으나 문화원이 갑자기 '법회 공간 대여 불가'를 통보해 장소를 바꿔 거리에서 진행됐다.

경기불교문화원의 법회 공간 대여불가 통보는 19일 명진 스님이 ‘김용민 브리핑-강력한 인터뷰’에 출연해 자승 총무원장과 종단을 비판한 것이 <불교닷컴>에 보도 된 이후에 이뤄져서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 지난 4월5일 자승 총무원장 체제의 호계원은 138차 심판부를 열어 종정 비하 발언과 종단을 비판한 명진스님에게 제적징계를 처분했다.

용주사 비대위는 "신도들이 중심이 된 초청법회마저 불교 종단이 막는 참담한 사태에 비상회의를 열어 명진 스님 초청법회만큼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길거리에서라도 진행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이날 법회를 진행했다.

 

 

명진스님은 이날 “정법 수호를 위해 싸우면서 이 자리를 만든 용주사신도비대위에 미안함과 함께 격려, 고마움을 보낸다”고 말문을 열고 “불의를 비판하다가 제적을 당하는 게 낫다”며 <고닷따경>의 구절을 소개했다.

“정의를 따르다가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낫다.

지혜롭지 못하면서 높은 평판을 얻는 것은 지혜가 있으면서 평판을 얻지 못 하는 것보다 못하다.

어리석은 사람에게 칭찬을 듣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에게 꾸지람을 듣는 것보다 못하다.

욕망에서 얻어지는 쾌락보다 욕망을 벗어나 자기를 단련하는 괴로움이 낫다.”

 

▲ 세월호 유가족 정부자(신호성 엄마)씨가 격려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신도 등 150여 명이 참석한 법회에는 명진스님이 봉은사 주지 시절부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했던 용산 참사 유가족들과 최근의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석하여 의미를 더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 전재숙씨는 용산 참사 당시를 회고하면서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스님이 참혹한 현장을 찾아와 정권의 폭압이 끝날때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명진스님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지더라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이날 법문에서 “본사주지 하는데 막대한 돈이 오가고 총무원장 선거하는데 돈이 50억 들어간다는 것이 조계종에 만연돼 있다”면서 종정 직 조차 돈 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욕망의 질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자승원장은 제대로 된 선방에서 참선 한 번 안 해보고, 기도 한번 제대로 안 해보고, 포교 한 번 제대로 안 해본 그가 조폭처럼 사람들을 모아서 총무원장이 되었다. 총무원장 재임도 안 하겠다고 하고 다시 하는, 그러니까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바라이죄에 해당된다. 바라이죄는 참회도 안 된다. 승복을 벗겨서 내쫓는 것이다.”라고 비판하고 총무원장 직선제 불가피론을 폈다.

또한 명진스님은 “열아홉 살에 절에 들어온 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밝히고 "욕망을 떠난 자리가 바람직한 출가자상"이라고 강조하면서 본인의 승적 박탈에 대한 재심의 기회가 있지만 세상의 비난을 받는 불의한 종권에게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 오가는 버스와 승용차들을 배경 삼아 펼치는 명진 스님의 거침없는 법문에 대중들은 시종 웃고 울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이 펼쳐져...

 

명진스님은 마지막으로 성찰하는 삶을 당부했다. “내 마음 속에는 최순실이 없는가, 박근혜는 없는가. 나는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집착으로부터 벗어났는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는 분노하지 않았는가. 자신에 대한 성찰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변화되어도 우리는 욕망에 빠져서 박근혜나 최순실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명진스님은 또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하늘에서 황금비가 쏟아져도 너희들의 욕심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했다. 옳은 길을 위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에도 스스로 성찰하는 불자가 되기 위해 만난 소중한 인연이다. 오늘 이 자리 모인 여러분은 지혜를 쌓아 이 세상의 어려운 사람을 향해서 노력하는 보살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법문을 마쳤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이요상 주주통신원  yoyo04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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