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혁명, 질문을 던지다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했으니 탈출하라.'

1938년 할로윈 데이, 라디오를 통해 울려퍼진 이 '대사' 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피난길에 오르게 했다. 이 대사의 주인공은 라디오 드라마 <화성인의 침공>, 당시 23살이었던 오손 웰즈의 연출작이다. 라디오 드라마도 평범하게 제작하지 않았던 오손 웰즈는 1941년 당시에는 '흥행 참패' 의 키워드를, 지금은 '혁명' 의 키워드를 가진 <시민 케인> 이라는 대작을 탄생시킨다.

◆ 현명한 영화, <시민 케인>

▲ <시민 케인> 의 스틸컷

영화에 관여도가 낮은 이들에게 '시민 케인' 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유명한 영화, 정치 영화, 지루한 흑백 영화, 주인공이 잘생긴 영화 정도로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이들이 만약 이 영화를 본다면, '익숙한' 영화, 더 나아가 '현명한' 영화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케인이 지금껏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두 키워드에 있다.

당시 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모던 타임즈' 와는 다르게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은 영화였던 '시민 케인' 은 관객들에게 외면 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상영 중인 몇몇 영화보다도 훨씬 감각적인 영화라고 평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영화로 평가 받는다. 귀가 불편한 음질과 선명하지 않은 해상도를 뒤로 하고, 옛날 영화는 유치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어색한 이야기와 어딘가 불안정하고 어설픈 촬영 구도의 '지루한 흑백 영화' 라는 선입견을 깨트려줄 영화인 것이다. 또한 영화사가 남겨 놓은 획기적인 유산을 접하고 있다는 호기심을 넘어서 작품 자체에 푹 빠질 수 있는, 무한한 확장이 가능한 깊은 메시지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은 그때 당시에는 도가 넘치게 낯설고 개성적인 영화로 받아들여졌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8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열쇠와 오래 남는 여운에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되새기게 할 열쇠, 이 두 열쇠를 가장 먼저 획득한 현명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 흐름을 가지고 놀다

▲ 케인이 죽기 전 쥐고 있던 스노우볼

지금은 수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열린 결말을 그때는 상상할 수 있었을까? '시민 케인' 은 영화의 첫 장면에 스노우볼을 떨어트리며 죽는 주인공의 모습과 마지막 유언인 '로즈 버드' 라는 정체 모를 단어를 던져 놓는다. 이름도 모르는 주인공의 죽음에 이어 바로 '찰스 포스터 케인의 죽음' 이라는 뉴스 속보 형식으로 주인공 케인의 일대기와 활약상을 제 3자만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의 내용으로 간략하게 설명한다.

이렇게 사적인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케인을 바로 뉴스 속보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마치 TV에서만 보던 막대한 권력과 부를 지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류층의 사생활을 엿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며 이러한 언론계의 황제였던 그가 왜 자신이 만든 왕국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했으며 로즈버드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더욱 증가, 유지시키며 시작부터 영화에 푹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극 속의 현실로 전환된다.

▲ 관객의 대변인이 되어 '로즈 버드'를 찾는 톰슨

여기서 기자들은 다시 ‘로즈 버드’ 를 상기시키며 영화의 진짜 시작을 함께할 톰슨에게 미션을 부여하는데, 로즈 버드가 누구인지(처음에는 로즈 버드를 사람으로 인식)를 찾는 톰슨의 미션은 곧 관객의 미션이 된다. 이 영화에서 톰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는 극 속에서는 궁금증에 빠진 기자들의 대변인이지만 극 밖에서는 관객의 대변인이 되기 때문이다. 톰슨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없이 뒷모습만 자주 나오는 것 또한 톰슨이 곧 관객의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극의 마지막에서 길게 늘어놓는 톰슨의 대사는 관객이 영화를 통해 느껴야 할(의도된) 이 영화의 메시지이자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써 중요하게 작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로즈 버드를 찾아 떠난 톰슨의 행방을 크게 나눠보면 ‘대처가 쓴 기록’ 속의 케인(그의 어린 시절, 대처와의 관계), ‘케인의 지인’ 들의 회상 속의 케인(번스틴, 니랜드, 수지, 집사) 이렇게 두 주제이다. 이 큰 두 기록(회상) 속에서도 여러 번 과거와 과거 속의 미래,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큰 주제로 합쳐져 결말을 내놓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뒤죽박죽이었던 흐름이 하나로 합쳐지며 “오손 웰즈는 천재다!” 라고 외치게 될 정도로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 <시민 케인>의 중요한 상징이자, 케인의 어린 시절 썰매

대처가 쓴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케인의 어린 시절부터 죽기 직전의 케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지인들의 회상까지. 이 모든 과정에서 '로즈 버드' 의 주인공이 대체 누구인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톰슨이 있는 현실로 오게 되면, ‘로즈 버드’는 그냥 하나의 퍼즐 조각일 뿐일 것이라는 극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사와 함께 관객의 대변인이었던 톰슨까지 퇴장한다. 그리고 찝찝함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까지의 모든 흐름을 합쳐 뒤엎는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 보여 진다.

불에 활활 타는 케인의 어린 시절 썰매에 쓰여 있는 ‘로즈 버드’. 생각지도 못한 이 장면은 극 초반의 썰매를 가지고 놀던 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그의 모든 고집스러운 행동과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장면들을 흐름 속에서 꺼내 되새기게 한다. 또한 눈 내리는 스노우볼과 그의 어린 시절 썰매 로즈 버드, 설경 속에서 케인의 죽음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이어 마주보게 하고, 처음과 같이 영화의 끝에서 다시 음침하게 보여 지는 케인의 제나두 궁전은 긴 여운과 함께 처음보다 더욱 쓸쓸하고 황량하게 느껴질 뿐이다.

◆ 디테일이 무드를 만든다

▲ 그레그 톨란드가 사용한 모든 화면을 선명하게 찍는 '딥 포커스(deep focus)' 촬영 기법. 창 밖에서 뛰어 노는 어린 케인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이도록 의도하였다.

앞서 그때 당시 파격적이었던 '시민 케인' 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가 섞여 던져지는 흐름이 지금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게, 심지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한 장면 한 장면에 디테일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지금 보고 또 볼수록 감탄하게 하는 디테일들을 만들어냈다니, 이 영화가 ‘영화의 백과사전’ 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앞서 분석했던 흐름의 변화와 다양한 촬영기법으로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장면들도 상징성을 띠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시민 케인' 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딥 포커스(deep focus)' 기법은 카메라와 피사체의 거리에 관계없이 초점을 중앙에 맞추어 모든 화면을 선명하게 찍는 촬영기법이다. 오손 웰즈와 함께 했던 촬영 감독 그레그 톨란드는 이 기법으로 한 장면에서도 여러 상황을 담아 풍부하게 이야기를 채우고 전달한다.

▲ 수지가 떠난 후 두 개의 큰 거울 사이를 걸어가는 케인의 모습. 거울을 이용해 혼자 남은 케인의 외로움을 극대화시키는 파격적인 장면이다.

집 안에서 케인의 양육권을 은행에 넘기는 서류에 사인하는 그의 어머니와 그 뒤로 집 밖의 눈 속에서 뛰어 노는 어린 케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 주지사 후보 연설을 하는 케인과 그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짐 케티스가 모두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 등등. 이에 관객들은 한 장면에서도 여러 상징적인 상황을 파악하며 극의 암시를 느끼고, 앞으로의 전개를 파악할 수 있게 돼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소름끼쳤던 촬영기법은 영화의 첫 장면이었는데, 설경 속 음침한 대저택과 케인이 죽기 전 쥐고 있던 스노우볼 속의 조각물이 서로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처음에는 큰 배경인 설경이 스노우볼로 오버랩되는 순간을 그냥 지나쳐 봤는지 크게 못 느꼈었는데, 알게 되는 순간(스노우볼이 깨지는 순간) 이 영화의 디테일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케인의 죽음에 감정적으로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같은 화면 구도를 유지한 채 에밀리 노튼과 케인이 서로 소원해지는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과 수지가 떠난 후 수지의 방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나와 두 개의 큰 거울 사이를 걸어가는 케인의 처절한 모습의 장면 또한 정말 인상적이다. 계속해서 언급하지만 지금 봐도 이렇게 감각적인 촬영기법들이 그때 당시에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그 반응이 지금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 파티 장면. '시민 케인' 은 위트있는 장면과 대사들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극을 풀어 나간다.

촬영기법 말고도 이 영화는 디테일 천지이다. 장면에 딱딱 들어맞는 음악-음침한 저택의 묘사에 어울리는 음악, 파티에서의 케인의 전성기를 느끼게 하는 노래, 수지와 떠난 피크닉에서 흑인 가수가 부르는 ‘그런 건 사랑이 아니죠, 진정한 마음이 없으니까요.’ 라는 둘의 관계에 딱 들어맞는 가사의 노래 등등-은 눈뿐만 아니라 귀까지 쉴 새 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시민 케인' 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와중에도 참 ‘위트 있다’ 는 것인데, 먼저 각각의 캐릭터는 모두 통일성 있게 본인만의 성격에서 나올 수 있는 위트를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잠깐 등장하는 인콰이어러의 전 편집국장 허버트의 캐릭터는 극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즐거움을 주고, 번스틴과 니랜드 또한 각자의 컨셉을 유지한 채 무의미하지 않은 위트들로 풍부한 대사들을 자주 내뱉는다. 주인공 케인의 능글맞은 농담과 위트 넘치는 대사들은 케인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인식시키고 그의 변화과정을 파악하는 데에 풍부하게 작용한다. 또한 수지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치통이라는 설정은 그녀의 순수함과 그 상황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톰슨이 찾아간 번스틴의 사무실 밖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관객들이 함께 그 곳에 있다는 묘한 느낌을 들게 하며 비밀 이야기를 듣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촬영기법을 포함해 자연스럽게 상황에 녹아 있는 디테일들은 크든 작든 간에 극이 진행될수록 한 곳에 모여 '시민 케인' 이라는 극의 분위기, 무드 자체를 깊고 짙게 만들어 낸다.

◆ 케인의 '로즈 버드',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

▲ 케인의 어린 시절 '로즈 버드'. 그가 진정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앞서 언급했듯 '시민 케인' 은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암시와 상징성을 띤 장면과 대사를 던지며 관객들이 유추하게 하고, 스스로 해석하고 느끼게 만든다. 관객들은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로즈 버드’ 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이 영화가 단순히 케인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유명인의 죽음, 일과 사랑.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은 사실 우리의 ‘인생’ 에 관하여 묻고 있다.

먼저 극 속에서 ‘로즈 버드’ 의 의미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은 대처의 케인에 관한 기록에서 나온다. 영화의 초입부에 톰슨이 로즈 버드의 의미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 본 대처의 기록에서 그는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하고 대처의 사진을 보며 “당신은 로즈버드가 아니지요?” 라는 실없는 질문만 던지고 장면이 마무리되는데, 로즈 버드의 정체를 아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기록 속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케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양육권을 은행으로 넘긴다. 그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말리다가 돈에 꼬리를 내리고, 밖에서 케인은 ‘순수한 아이’ 로서 뛰어놀고 있다. 그런 케인을 바라보며 계속 단호한 표정을 유지하다 “짐은 다 싸놨어요, 일주일 동안 쌌어요.” 라고 대사를 하며 변하는 그녀의 표정은 슬픔을 숨긴 체념의 표정이다. 로즈 버드가 케인의 썰매인 것을 아는 상황에서, 썰매로 대처를 밀쳐냈던 그 순간 케인의 진심-어머니와 아버지,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은 어린 케인의 진심-은 그가 진정 바랐던 것, 성인이 되어 전성기를 맞이하고 망하고 죽는 그 순간까지 늘 품고 있던 진심이 아니었을까. 돈이 아닌, 사랑 가득한 그런 평범한 삶을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삶을 즐기는 듯, 성공한 듯 보였지만 신문사 경영과 사랑 모두 그 진심이 거절당한 것에 대한 그리움과 반항의 삶이지 않았을까. 이렇듯 대처가 기록한 어린 시절 케인의 모습과 그의 강렬한 눈빛을 보여주는 장면은 짧게 지나가지만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 케인이 자신만의 궁전에 가둔 수지. 그가 꿈꾼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의 장면 이외에도 로즈 버드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 이러한 그의 진심을 암시하는 메시지들이 있었다. 늙은 케인이 대처에게 “부자가 되지 않았다면, 정말 위대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요.” 라고 하자 대처가 뭐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당신이 싫어하는 거면 뭐든지.” 라는 농담조의 대사와 번스틴의 “그가 원한 건 돈이 아니었어요.” 라는 대사, 니랜드의 “사랑, 그것 때문에 정치판에도 뛰어든 거지. 그가 평생 원했던 게, 사랑이었지. 그리고 항상 어머니를 사랑했지.” 라는 대사를 통해 그는 돈과 명예, 성공보다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갈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웃음과 치통을 가진 수지와의 만남에서도 케인을 잘 모르는 그녀와 평범한 대화, 그림자놀이들을 통해 가까워지는 둘의 모습을 통해 케인이 순수하고 평범한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케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력 그 이상의 것에 대한 갈망은 결국 수지를 향한 고집과 결별, 찢겨진 발행인의 맹세, 깨진 스노우볼과 활활 타는 그의 어린 시절 썰매 로즈 버드를 통해 ‘파괴’ 로 결말을 맺는다.

▲ '로즈 버드'가 무엇이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퍼즐 한 조각' 이라 말하는 톰슨.

그의 스스로를 파괴해가는 과정이 이해가 안 되면서도 ‘로즈 버드’ 의 정체를 안 순간 우리는 케인이 늘 품고 있던 그의 가장 순수했던 진심을 마주하고 나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극의 마지막에서 톰슨의 대사-“그는 모든 걸 가졌고, 모든 걸 잃은 사람이에요. 로즈버드는 그가 갖지 못했거나 잃어버렸던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게 뭐든 밝혀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세상 그 어떤 단어도 한 사람의 인생을 말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즈버드는 그냥 하나의 퍼즐 조각일 뿐 일 겁니다. 잃어버린 한 조각..-는 극의 중요한 메시지이자 관객들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불타는 썰매에 쓰여 있는 ‘로즈 버드’ 로 케인의 인생을 멋대로 해석하긴 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 또한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시민 케인' 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의 인생을 담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케인에게는 ‘썰매’ 가 담고 있는 로즈 버드, 당신에게는 로즈 버드가 무엇이냐고. 잃어버렸거나 잃고 있는 소중함은 무엇이냐고. 나아가 관객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로즈 버드를 깨워주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로즈 버드라는 하나의 퍼즐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일까. '시민 케인' 은 화려하게 젊었고, 외롭게 늙어 죽음을 맞이한 케인에게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입해 자신의 삶을 다시 조명해 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로즈 버드를 깨우거나 태워버릴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이다.

편집: 이다혜 객원 편집위원

정세영 대학생기자  youjs12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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