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우리 것] 마광남 주주통신원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산림경제> 제2권 양화 남방초목기(南方草木記)에는 붉은 꽃 피는 것과 흰 꽃 피는 것 두 종류가 있는데, 보주산다(寶珠山茶), 누자산다(樓子山茶), 천엽산다(千葉山茶)가 있다고 하였고, 격물론(格物論)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보주다(寶珠茶), 석류다(石榴茶), 매류다(梅榴茶), 척촉다(躑躅茶), 말리다(茉莉茶),궁분다(宮粉茶), 관주다(串朱茶)는 분홍색이고 일임홍(一稔紅), 조전홍(照殿紅)은 잎사귀가 각각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심는 것은 오직 네 종류뿐이다. 붉은 색의 홑꽃이 눈[雪] 속에 피는 것을 시체 사람들은 동백(冬柏)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곧 격물론의 이른바 일임홍이고, 분홍색의 홑꽃이 봄이 되어야 피는 것을 시체 사람들은 춘백(春柏)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곧 격물론의 이른바 궁분다이며, 지금 서울[都下]에서 기르는 천엽동백(千葉冬柏)이라는 것은 격물론의 이른바 석류다이다.

또한 천엽다(千葉茶)라는 것으로 꽃술에 금속(金粟)이 맺히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바로 격물론의 이른바 보주다이다. 대개 천엽석류다(千葉石榴茶)는 잎사귀가 두껍고 짙은 녹색일 뿐만 아니라 꽃술이 전부 자잘한 꽃 형태를 이루므로 호사가(好事家)들은 모두 이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보주다의 뛰어난 자태(姿態)에 미치지는 못한다.

홑꽃이 피는 것[單葉茶]들은 잎사귀가 누런빛을 띠는 옅은 녹색으로 좋지 않다. 홑꽃이 피는 동백과 춘백은 남쪽 지방 섬에 잘 나는데, 그곳 사람들은 그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고 열매는 따서 기름을 짜 머릿기름[沐髮之膏]으로 쓴다.

서울에서도 열매를 심으면 심는 대로 다 나는데 작은 분에 옮겨 심어 매화나무 접붙이는 방법대로 천엽다에 접붙이면 백 개면 백 개가 다 붙는다. 그러나 분(盆)이 작아 마르기 쉬우므로 마르지 않게 자주 물을 주어야 한다. 꺾꽂이를 하면 단엽다(單葉茶)는 잘 살아나지만 천엽다(千葉茶)는 여간해서 살아나지 않는다.

한식(寒食)이 지난 10여 일 뒤에 천엽다의 가지를 세 치쯤 되게 잘라 분에 빽빽이 꽂은 다음, 땅을 한 자쯤 되게 구덩이를 파고 그 분을 구덩이 속에 들여 놓은 다음 낮에는 햇볕을 보지 못하게 덮어 주고 밤에는 이슬을 맞도록 열어 주면 반 수 이상은 뿌리가 난다.

모든 산다의 잎에는 먼지가 잘 앉으니 수건으로 자주 닦아 주어 광택을 잃지 말게 해야 한다. 갈무리할 때는 산다의 가지나 잎이 다른 물건에 닿지 않게 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게 해야 하며, 또한 사람의 훈기나 화기(火氣)에 가까이 말아야 한다. 물을 줄 때는 너무 젖지도 마르지도 않게 하고 뙤약볕을 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광남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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