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주가 되려고 아내 몰래 새벽까지 택시를 몰았죠” 토종 밀 지킴이 김동환 창간주주(66)는 30년 전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문화공간 온’을 찾아온 그의 거칠고 주름진 손에는 주주총회장에서 받은 것으로 보이는 구겨진 ‘한겨레’ 로고가 박힌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토종 밀을 알리고 식량주권을 되찾자는 운동에 전념하던 1987년 말 한겨레신문이 창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사회분위기가 어땠나.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된 택시기사 시절이었지만 주주가 되려고 평소보다 두 시간 연장해서 일했다” 당시는 하루 일해 3~4000원 버는 시절이었고 아내에게 가져다주는 일당을 줄이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해 추가 수당을 모아 한겨레 주식을 샀단다.

그는 고향인 충남 청양군 정산면에서 30년째 식량주권 찾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토종 밀인 금강밀 재배에 매진하고 있지요” 그는 또 강조한다. “식품은 생명 자체입니다. 벌레나 짐승은 먹지 말 것과 먹을 것을 정확히 구분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유전자변형(GM) 밀, 제초제, 살충제에 노출된 수입 밀의 위험을 수시로 보고됩니다. 식량은 반드시 자국에서 구해야 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몸은 노쇠했지만 의지는 청년보다 강인했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대전충남본부장을 맡아 17년여 동안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영면한 고 백남기 농민과도 친분을 가졌다. 백남기 농민은 당시 전남본부장을 맡고 있었단다. 우리밀 전문식당을 차리기도 하고 우리 밀과 청양고추를 재료로 청양우리밀 고추라면을 시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돈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돈을 썼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2030년까지 우리 밀 자급률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급률이 약25% 정도인데 쌀을 제외하면 거의 최저인 5%다. 밀의 경우 빵, 과자, 국수 등 광범위한 종류의 식품으로 소비 되고 있으나 1964년 자급률 51%이던 것이 1984년 밀 수매 중단에 이어 최근에도 1% 내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끝으로 힘주어 말했다. “얼마 전 문재인 정부에서 밀과 식량 관련 특별보좌관이 되어달라는 요청이 왔다. ‘식량주권’, ‘식량안보’는 내 인생의 목표다. 나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끝까지 이 길을 갈 것이다”   

글.사진 이동구 <한겨레:온> 에디터 donggu@hani.co.kr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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